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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 분석] 루니-카카, 꿈의 무대에 골을 수놓다

기사입력 2007.04.25 15:32 / 기사수정 2007.04.25 15:32

박형진 기자



[엑스포츠뉴스 = 박형진 기자] 경기 시작 전 많은 전문가는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말디니, 반 데 사르 등 노장 선수들의 활약을 예상했다.

말디니는 루니가 아직 뱃 속에서 엄마 배를 차고 있던 1985년에 유럽무대에 데뷔한 후 오늘 104번째 챔피언스리그 경기에 출전했다. 반 데 사르는 '선수들이 뽑은 최고의 EPL 선수' 호날두가 10살이었을 때 아약스를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끈 주인공이었다. 이 외에도 맨유에는 트레블의 주인공 긱스, 스콜스가 있었고 밀란에는 아약스와 레알 마드리드, 밀란을 거치며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세 번이나 들어올린 세도르프가 있었다.

하지만, 오늘 맨유와 밀란의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의 주인공은 모두 '20대의 젊은 선수들'이었다.

루니, '각본 없는 드라마'의 주연…유럽무대를 호령하다

사실 챔피언스 8강에 오를 때까지 루니의 활약은 미미했다. 루니는 2004년 페네르바체를 상대로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을 치르며 해트트릭을 기록, 유럽무대에서의 맹활약을 예고했으나 그 이후 2년 반의 긴 '골 침묵'에 빠졌다.

하지만 맨유의 난적 이탈리아팀들을 만나며 루니는 긴 골 침묵을 깼다. 로마와의 8강 1차전에서 0-1로 뒤진 상황, 루니는 솔샤르의 패스를 받아 그림 같은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맨유는 결국 부치니치의 역전골로 졌지만 루니의 원정골은 2차전 역전의 희망을 살려주는 귀중한 골인 동시에, 루니의 부활을 암시하는 신호였다.

루니는 로마와의 2차전에서 한 골을 기록하며 팀의 7-1 대승에 기여했고, 밀란과의 준결승에서 두 골의 주인공이 되며 '맨유의 영웅'이 되었다. 루니는 맨유가 1-2로 뒤지고 있는 후반 14분, 스콜스의 로빙 패스를 받아 재치있는 낮은 슈팅으로 동점골을 만들었으며, 2-2 무승부가 굳어지던 후반 46분 긱스의 패스를 한 박자 빠른 중거리슛으로 연결해 3-2 짜릿한 역전승의 주인공이 되었다.

2년 반의 긴 침묵을 깨고 3게임 연속골을 기록한 루니, 루니의 귀중한 역전골로 맨유는 산 시로에서 열릴 준결승 2차전을 한결 여유있는 마음으로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

카카, 퍼디난드 빠진 맨유 농락.. 9골로 챔스 득점왕도 노려

밀란이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 오를 때까지 가장 큰 공을 세운 선수는 25세의 공격형 미드필더 카카였다. 팀의 주전 스트라이커 질라르디노와 인자기가 챔피언스리그에서 각각 1골과 2골로 부진한 가운데, 카카는 무려 7골을 뽑아내며 밀란의 챔피언스리그 준결승행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카카는 이번 시즌 유독 챔피언스리그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카카는 조별예선 안더레흐트와의 홈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기도 했고, 준결승까지의 10경기 중 3 차례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뽑아냈다. 카카는 오늘 맨유를 상대로 두 골을 뽑아내며 챔피언스리그 11경기에서 총 9골을 성공시켰는데, 이는 리그에서 29경기에서 득점한 8골보다 많은 것이다.

카카는 올드 트래포드 원정이라는 부담감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듯, 마법과 같은 움직임으로 퍼디난드가 빠진 맨유 수비진을 농락했다. 카카의 첫 번째 골이 놀라운 스피드를 이용한 공간 침투를 통해 뽑아낸골이었다면, 두 번째 골은 수비수 세 명을 제치는 효율적인 움직임을 활용한 골이었다. 밀란의 원 톱 질라르디노가 맨유의 수비수 브라운에게 꽁꽁 묶여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밀란이 두 골을 뽑아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마법사' 카카의 활약 때문이었다.

안첼로티 감독은 카카의 득점력을 믿었기에 후반 36분 질라르디노 대신 미드필더 구르퀴프를 투입할 수 있었다. 밀란은 비록 극적인 역전골로 패하긴 했지만, 원정에서의 두 골은 2차전 '뒤집기'의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 골을 넣은 루니와 카카의 맹활약에 전반 초반 귀중한 선제골을 넣은 호날두까지, 맨유와 밀란의 젊은 선수들은 이미 경험 많은 선배들을 넘어서고 있다. 우리는 어쩌면 수십년 뒤에도 그 명성이 자자할 전설적인 선수들의 모습을 동시대에 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마치 펠레와 마라도나의 활약을 즐겼던 우리 아버지 세대처럼.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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