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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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의 ‘팔레트’

기사입력 2021.01.10 17:50 / 기사수정 2021.01.10 20:18



“자신(들)만의 강점이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 질문은 아이돌 미디어 쇼케이스를 진행하면 아이돌들이 단골로 받는 질문이다. 극히 의례적인 질문이지만 안 하기에는 또 아쉬운 질문.

워낙 많이 하다 보니 답도 거의 정해져 있다. 그룹의 경우에는 크게 세 가지인데 첫 번째는 팀워크가 좋다, 두 번째는 퍼포먼스가 좋다, 세 번째는 다양한 색깔을 가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쇼케이스들이 역할극 하는 것처럼 질문과 대답이 거의 정해져 있다.

다만 의례적인 대답을 하는 아이돌들을 마냥 탓하기도 어렵다. 말실수 잘못하면 좋은 날 매서운 비판 여론에 맞을 수도 있는 것이 아이돌이라는 직업. 언론에 맞을 수도 있고, 같은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맞을 수도 있다. 그게 걱정이 안 된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어린 아이돌들에게 “호승심이 없다”, “적극적이지 못하다”라고 탓하기에는 세상은 무척 냉정한 곳. 이에 ‘안전한 대답’을 미리 준비했다가 질문이 오면 답하는 건 그리 이상한 행동이 아니다.

다만 곰곰이 생각하면, 위의 정형화된 대답 중에는 의례적인 대답으로 삼기엔 참 ‘말의 무게’가 무거운 대답이 있다. 바로 세 번째,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이다.

적지 않은 경우, 이 ‘다양한 색깔’이라는 표현은 그냥 화장 좀 다르게 하고, 옷 좀 다르게 입고, 표정 좀 다르게 하는 것에 국한돼 있다. ‘잘했다’보단 ‘했다’에 의의를 두는 경우도 상당수.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 인간이란 하나 잘하는 것도 정말 어려운 동물이다. 가수라는 직업에 필요한 다양한 툴 중 하나라도 정상급으로 잘 갖추는 건 극히 어렵다. 여러 장르 중 하나 잘하는 것도 어렵고, 여러 콘셉트 중 하나 잘 소화하는 것도 어렵다. 많은 아이돌들이 솔로가 아닌 팀으로 나오는 것도 근본적으로는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따금 이 말을 진짜로 제대로 실천하는 사례들이 있는데, 그 사례 중 하나가 아이유의 네 번째 정규 앨범 ‘팔레트’이다.

아래는 ‘팔레트’ 발매 당시 앨범 소개로, 잠시 감상하고 가자.

아이유가 1년 반 만에 꺼내 놓은 신보이자 정규앨범으로는 3년 여만인 정규 4집 앨범 ‘Palette’는, 미리 발표된 두 선공개곡(밤편지, 사랑이 잘)을 통해 짐작할 수 있듯이 특정 장르나 스타일에 제한하지 않고 다채로운 음악색과 이야기를 한데 담아낸, 앨범명 의미 그대로의 ‘팔레트'와 같은 앨범이다.



실제로 ‘팔레트’에 수록된 노래들은 화자도 극과 극이고, 음악적 장르도 극과 극이다. 한없이 샤랄라한 ‘이 지금’도 있고, 한없이 퇴폐적인 ‘잼잼’도 있고, 모든 것에 초탈한 듯한 ‘팔레트’도 있으며, 권태 덩어리&미련 덩어리인 ‘사랑이 잘’도 있다. 여기 언급되지 않은 수록곡들도 다른 노래의 하위호환이 되지 않는 ‘자기주장’이 엄청 강한 노래들.

기실 ‘팔레트’의 앨범 프로듀싱은 지극히 위험한 앨범 프로듀싱이었다. 자칫하면 “이거저거 다 하려다 이도 저도 안 됐다”, “하던 거나 잘하지” 같은 소리 듣기 딱 좋은 앨범 설계였던 셈.



그래서 결과는, 이 글을 읽는 독자들 모두 다 아는 대로 초대박이었다. 2017년 가온 디지털 종합차트 연간 차트에 ‘팔레트’의 수록곡들이 다섯 곡(‘밤 편지’, ‘팔레트’, ‘사랑이 잘’, ‘이런 엔딩’, ‘이 지금’)이 진입했으며, 그중 ‘밤 편지’는 연간 2위를 기록했다. 심지어 ‘밤 편지’는 발매 후 3년이 지난 2020년에도 가온 디지털 종합차트 연간 TOP100에 진입했다.

앨범 단위로 보면 아이유의 역대 앨범 중 가장 잘 된 앨범이라 평가해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 대중적인 평가도 좋았고 평단의 평가도 좋았다.

정량적인 부분만 봐도 ‘팔레트’라는 앨범의 성과는 정말 대단하지만, 극과 극의 색깔을 가진 노래들을 모두 잘 소화해서 대중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는 점은 정량적 성과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팔레트’의 성과와 의미 하나만 주제로 잡고 글을 써도 논문 하나는 충분히 나올 것이다.

그때 그 엄청난 성과로 ‘골든디스크 어워즈’ 대상까지 받았던 아이유. 그리고 바로 어제 또 다시 ‘골든디스크 어워즈’ 음원 부문 대상을 거머쥐었다.

지난 2018년 ‘밤 편지’로 대상을 받았던 아이유는 지난 9일 열린 '제35회 골든디스크 어워즈 위드 큐라프록스'에서 히트곡 '블루밍'으로 디지털 음원 부문 대상을 받았다.

그리고 그는 "오랜만에 올해 정규앨범으로 인사드릴 것 같다"면서 "어느 때보다 응원의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는데, 미약하게나마 마음이 많이 지친 분들에게 활기가 될 수 있는 진심을 담은 음악을 들려드리겠다"라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1월 중에 한 곡 정도는 먼저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경쾌하고 힘이 많이 될 수 있는 곡"이라고 전했다.

2017년 스물다섯 당시보다 더 풍부해지고 깊어진 아이유. 스물아홉 아이유의 ‘팔레트’는 어떤 색깔과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tvX 이정범 기자 leejb@xportsnews.com / 사진 = 아이유 인스타그램-가온차트-페이브-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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