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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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특선] 축구 모르는 소녀의 당찬 골키퍼 도전기 ①

기사입력 2010.11.18 09:07 / 기사수정 2010.11.18 09:24

조성룡 기자
- 여자대학 클럽축구 특집 ①

[엑스포츠뉴스=조성룡 기자] 여기 축구는 잘 알지 못하는 한 소녀가 있다.

축구는 남들이 아는 정도로 알 뿐이고 그녀의 관심사는 축구가 아닌 여자 농구였다. 하지만, 어느 날 학교에서 여자 축구를 한다고 했고, 골키퍼를 정하기 위한 가위바위보를 하는 순간 그녀에게는 새로운 것에 눈뜨게 됐다.

지난 13일과 14일 가평에서 열린 '쏘나타컵 여자대학클럽 축구리그'에 참여한 한국외대의 주전 골키퍼, 조아라의 이야기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최약체로 꼽힌 한국외대의 수문장이라니 벌써부터 소나기골에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절로 상상된다.



지난 대회 한국외대의 성적은 3전 전패 무득점 32실점. 그 만큼 많은 슈팅을 막아야 하고 많은 골을 내줘야 하는 게 한국외대 골키퍼의 운명이다.

사실 그녀가 골키퍼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거나 특별한 장점이 있어서 수문장의 중책을 맡긴 건 아니었다. 15명의 선수 중 그 십자가를 짊어지고 갈 1명을 가위바위보를 통해 뽑은 것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가위바위보'를 못한다는 장점이 그녀가 골키퍼 장갑을 끼게 했다.

그래도 골키퍼 조아라는 최선을 다했다. 지금까지 골키퍼 실수로 먹힌 골이 많았기에, 최소한 멋있게 막지는 못할 지언정 동료들의 기운을 빠지게 하고는 싶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결전의 날이 밝았다.

첫 경기가 다가오자 그녀는 극도로 긴장한 나머지 경기장에 입장해서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 후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마자 터진 자책골 2골. 오히려 그것이 그녀의 긴장을 풀어주는 계기가 됐다. "처음에 많이 긴장했는데 이후 경기에 집중이 되더라구요"

데뷔전은 0대 4, 두번째 경기는 0대 5. 조별예선 탈락은 확정됐고 2경기 연속 대패였지만 관계자들은 비난은 커녕 조아라에 대한 칭찬 일색이었다. 한 심판은 "저 선수 혼자서 8골 이상을 막아내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머나먼 원정 응원에 나선 외대 학생들도 환호성을 질렀다. "작년에는 0대 9, 0대 13이었다. 올해부터 우리가 현실적인 축구를 하기 시작했다"는 이경준(21) 씨의 말에는 기쁨이 가득 묻어나 있었다.

예상 외의 선전에 사람들이 그녀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자리에 있던 기자들의 그녀에 관해 알아보기 시작했고 한 심판은 몸을 풀던 그녀에게 직접 골키퍼의 기본기를 가르쳐주기도 했다.



▲한국외대 응원단은 저 든든한 뒷모습만 믿고 있었다

그리고 이화여대와의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 항상 그렇듯이 몸을 던지며 많은 골을 막아냈다. 비록 경기는 이미 0대 4로 벌어져있긴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 때 이화여대의 슈팅이 그녀의 정면으로 날아왔고 공은 정확히 얼굴을 강타했다.

조아라는 쓰러졌고 코에선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응급처치를 받던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흐르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본 외대 선수 모두가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벌어진 이상한 상황이었다.

그들은 패배가 아쉬워서 울고 있는 게 아니었다. 1년 동안 축구를 모르는 여대생이 뭉쳐 고생하고 노력한 것이 이번 대회를 통해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또 전패를 했지만 전보다 더 발전했다는 성취감과 함께 말이다. 그 중심에는 단연 조아라가 있었다.

일정이 끝나고 또다시 축구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게 "당연히 내년에도 골키퍼를 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조아라. 그녀는 활짝 웃으면서 기자에게 날카로운 부탁을 던지고 짐을 챙겼다. "사진은 예쁜 걸로 써주셔야 해요" 그녀에게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사진=조아라 ⓒ엑스포츠뉴스 백종모 기자]


조성룡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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