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03:53
경제

자취 감춘 한글이름 차종…너무 글로벌해진 국산차

기사입력 2010.11.11 19:57 / 기사수정 2010.11.11 19:58

온라인뉴스팀 기자

 

[엑스포츠뉴스=온라인뉴스팀] 외국인에게 현재 국산차 판매순위를 보여준다면, 어느 나라의 순위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1위 아반떼를 비롯 쏘나타, K5, 그랜저, 모닝, 카니발, 스포티지 등 모든 차명이 외국어 혹은 외래어이기 때문이다. 중고차사이트 카즈의 조사결과 현재 국내 5개 자동차업체에서 시판중인 49개의 차량모델 중에 한글이름을 가진 차는 한 대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어로 된 '크라운 베이커리'와 '왕관빵집'이 주는 느낌은 사뭇 다르다. 여성들이 즐겨 마신다는 '카페라떼' 역시 이태리어로, 직역하면 '커피 우유'가 된다.

국립국어원이 외래어 사용에 대한 느낌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에 가까운 사람이 '세련된 느낌이 든다'라고 답했다. 즉, 외국어로 된 이름의 상품을 구입할 때 보다 고급스럽고, 세련된 느낌도 함께 소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국산 자동차에 한글 이름이 없었을까? 200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순한글 이름을 사용한 자동차도 존재했다.

1982년에 새한 자동차에서는 '아름답고 보기 좋은 모양새'라는 뜻의 한글, '맵시'라는 이름의 소형세단을 내놓았다. 1983년에 대우자동차의 '맵시나'로 다시 태어난 이 모델은 당시 최고급 차량이었던 '로얄살롱'을 닮은 스타일과 넓은 실내공간으로 호평을 받았다.

당시 프로야구 올스타전 MVP에게 수여되었을 정도로 당시 중산층을 상징하는 인기차량이었다. 맵시나는 85년 맵시나 하이디럭스 모델이 나온뒤 1986년에 후속주자 '르망'에게 그 자리를 넘겨주게 된다.

쌍용자동차가 1993년에 내놓은 '무쏘'는 코뿔소를 뜻하는 순 우리말 '무소'를 경음화한 표현이다. 무쏘의 영문표기인 'MUSSO'에서 두개의 'S'는 쌍용의 심벌마크인 'SS'가 내포되어 쌍용차의 모델명으로써 안성맞춤이었다.

무쏘는 기존 지프형 승용차에 일반 승용차 이미지를 강조한 웨건 스타일을 지향했으며 독일 명차 브랜드인 벤츠의 엔진을 탑재하고 있어 SUV차량으로는 높은 수준의 승차감을 자랑했다.

1997년 출시된 대우자동차의 '누비라'는 '전세계를 누비는 우리의 차'라는 의미로 김우중 회장이 직접 지은 이름이었다. 패밀리카를 지향한 무난하고 친근한 느낌으로 당시 준중형 차량으로써는 넓은 실내를 가지고 있었다.

99년 3월 시판된 '누비라2'는 기존 누비라에 연비와 성능을 대폭 개선시킨 모델이다. 백지연 아나운서가 광고에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한 이 모델은 1999년 6만대가 넘는 판매고를 올리는 등 대우차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었다.

1998년 등장한 삼성자동차의 1톤트럭 '야무진'도 예쁜 한글이름을 뽐냈다.

사실 '야무진'은 'Yes! Mount the Zone of Images' 의 조합으로 '누구나 꿈꾸던 1톤 트럭의 새로운 세계'라는 의미라지만 '성질, 행동이 빈틈이 없이 단단하고 굳세다'라는 뜻의 우리말 '야무지다'와 발음과 의미면에서 일맥상통한다. 이름에 어울리는 야무진 생김새에 저렴한 가격으로 1톤트럭 시장에 도전했지만 경쟁차종인 봉고와 포터에 밀려 단종된 비운의 차량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을 끝으로 자동차 모델명에서 한글을 찾아볼 수 없었다. 2008년 한 조사에 따르면 당시 출시된 41개의 차량 중 영어이름은 27개, 라틴어와 이탈리아어의 이름을 가진 모델은 각각 5개 모델이었다.

심지어 그리스어와 티벳어를 이름으로 한 차량도 있었지만 한글이름은 찾을 수 없었다.

카즈 박성진 데이터리서치 팀장은 "첫인상에 해당하는 차명은 시장에서의 성패를 결정할 만큼 중요하다. 모델의 국제화에 외국어가 유리한 측면도 있고, 현지의 인지도도 중요하기 때문에 친근한 공용어를 중심으로 한 차명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삼성모터스의 약자인 SM시리즈나 기아를 뜻하는 K시리즈처럼 외국어로 된 단어보다는 한글의 영문이니셜을 사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무조건 한글을 사용하기 보다 한국적인 색깔을 살려 글로벌화한 이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글만이 줄 수 있는 특유의 어감과 쉽게 이미지를 연상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한글 네이밍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참존, 해찬들, 쌈지, 풀무원, 가파치 등 한글 브랜드도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세계인이 발음하기 쉽고 한국 고유의 깊은 뜻도 담긴 차명이 등장하여 아름다운 우리말 이름을 가진 자동차가 다시 도로 위를 달릴 날을 기대해본다.



온라인뉴스팀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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