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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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드러난 조광래호

기사입력 2010.10.13 14:54 / 기사수정 2010.10.13 14:54

박문수 기자



[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크게 드러난 경기 내용이었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은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숙적 일본과의 경기에서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은 올해 치른 3번의 일본전에서 2승 1무를 기록하며 우위를 점했다. 역대전적에서도 40승 21무 12패로 앞서 절대 우위를 이어갔다.

이날 조광래호는 3-4-3 시스템과 4-1-4-1을 혼용한 전술을 들고 나왔다.

박주영(AS 모나코)이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고 이청용(볼턴)과 최성국(광주 상무)은 측면 공격수로 기용됐다. 신형민(포항 스틸러스)과 윤빛가람(경남 FC)이 중앙 미드필더로 짝을 맞췄고, 조용형(알 라이안)이 수비형 미드필더이자 스리백의 일원으로 동시에 활약하는 '포어 리베로'로 이들을 받쳐줬다. 측면 수비수는 최효진(FC서울)과 이영표(알 힐랄), 중앙 수비는 이정수(알 사드)와 홍정호(제주 유나이티드)가 나왔으며 골문은 정성룡(성남 일화)이 지켰다.

허리 싸움에서 밀리며 어려운 경기를 전개한 조광래호

이번 경기에서 조광래 감독은 중원에 수비적인 선수들을 배치해 허리 싸움에서 일본에 승리를 거두고자 했다.

이에 중앙 수비수인 조용형에게 미드필더까지 올라오는 역할을 주문했고, 주장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대체자로 나선 윤빛가람에게도 적극적인 수비를 지시했다. 이는 이들과 함께 중원을 형성한 신형민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이들은 일본의 빠르고 창의적인 패스 워크에 고전했다. 이는 곧바로 중원 싸움에서 밀리는 상황을 연출해 실망스러운 경기력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조용형은 자신에게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마냥 우왕좌왕했다. 영리한 움직임으로 한국 수비의 대들보라는 애칭을 얻었던 그는 경기 내내 중원에서 제대로 된 키핑력을 보여주지 못해 공격의 맥을 끊었고 혼다 케이스케(CSKA 모스크바)를 막는 것에만 치중하다 배후 공간을 내줘 실점 위기를 낳았다.

특히 후반 43분에는 동료에게 패스를 줘야 하는 상황에서 중앙선에서 무리하게 공을 끌고 가다가 혼다에 역습을 내주는 아찔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날 조용형은 중앙 수비수와 같이 상대를 끊임없이 괴롭혀야 하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임무를 착실히 수행하지는 못했다.

이는 조용형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수비적인 선수들이 대거 중용된 미드필더진은 잦은 패스 미스로 상대에게 역습의 기회를 제공하는 빌미가 됐다.

공격 가담이 부족했던 윤빛가람과 자신의 장기인 롱 패스가 아닌 짧은 패스에 주력해야 했던 신형민은 불협화음을 일으켰고, 이는 상대 미드필더에 주도권을 내줘 어려운 경기를 하게 했다. 나아가 공격의 연결고리로서 전방으로 정확한 패스를 이어줘야 했음에도, 상대의 강한 압박에 고전해 제대로 된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에 조광래 감독은 신형민을 대신해 기성용(셀틱)을 투입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지만, 경기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기성용은 날카로운 킥력은 여전했음에도, 상대와의 중원 싸움에서 압박에 약한 모습을 보여줬고 공격의 흐름을 끊는 주범이 됐다.

조광래식 스페인 축구, 한계점을 드러내다

조광래 감독은 부임 초기부터 빠른 공수 전환을 통한 스페인식 축구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스페인식 축구는 정확한 원 투 패스를 통한 점유율의 확보를 중시하며 정확한 키핑력에서 비롯된 안정적인 공의 간수가 요구된다. 이러한 유기적인 움직임이 뒷받침돼 경기를 장악하게 되고, 상대를 더 많이 뛰게 하는 형태를 보여준다.

그러나 조광래 감독이 지향한 축구는 기존의 스페인 축구와는 사뭇 달랐다.

이번 한일전에서 조광래 감독은 활동량이 좋은 선수를 중심으로 좁은 공간에서 패싱력이 뒷받침된 중원을 꾸리고자 했으나 밸런스 붕괴라는 결과를 낳으며 기대에 못 미쳤다.

물론, 상대 미드필더가 전진하는 과정에서 활발하게 움직여 공을 빼내는 모습은 훌륭했다. 그러나 기동력에서 문제점을 나타내 전진 패스 과정에서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여줘 상대 진영으로 쉽게 나아가지 못했다.

게다가 박지성의 결장으로 중원의 지휘자라는 개념이 사라져 중원에서 상대의 허를 찌르는 패스가 나오지 않았다. 이에 일본과의 중원 싸움에서 밀리며 주도권을 내주는 결과를 낳았다. 즉, 2선에서 전방으로 치고 들어가는 선수의 부재로 갈 길을 잃어 우왕좌왕한 것이다.

이제 아시안컵은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게다가 대표팀은 그전까지 잡혀 있는 A매치도 없어 새로운 선수 선발과 전술 시험은 불가능하다.

이란전에 이어 한일전에서 드러나듯이 조광래 감독의 전술은 실리적인 면을 중시한 대표팀에 불협화음을 낳고 있다. 이상보다는 실리를 따라 대표팀에 맞는 전술을 토대로 탄탄한 팀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가운데, 조광래 감독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사진= 조용형 (C) 엑스포츠뉴스 정재훈 기자] 



박문수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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