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고척, 조은혜 기자] SK 와이번스 박종훈이 시즌 첫 승이자 통산 50승을 올렸다. 팀의 연패 탈출을 알리는 승리, 박종훈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승리였다.
SK는 21일 고척 키움전에서 5-3 승리를 거두면서 지긋지긋했던 10연패 사슬을 끊었다. 이날 선발투수로 등판한 박종훈은 5이닝 6피안타(1홈런) 3볼넷 6탈삼진 3실점을 기록하면서 시즌 첫 승을 올렸다. 다섯 개의 도루를 허용하는 등 보완점을 노출하기도 했지만, 자신의 힘으로 또 동료들의 도움으로 실점을 최소화 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시즌 세 번째 등판 만에 나온 승리이자 통산 49승을 기록하고 있던 박종훈의 통산 50승이었다. 여기에 웃기고도 슬픈 에피소드가 있다. 지난해 SK 투수코치였던 손혁 감독은 박종훈에게 '나는 38번을 달고 36승 하고 그만 뒀다'고 농담을 던졌다. 등번호 50번을 단 박종훈의 통산 승수가 49승에 머물러있던 시점이었다.
악의 없이 긴장을 풀어주려는 말에 박종훈도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어딨냐'고 웃어넘겼지만 공교롭게도 그 이후 박종훈의 승수가 멈췄다. 정규시즌에서도 아홉수를 깨지 못하고 시즌을 마친 박종훈은 포스트시즌에서도, 국가대표로 출전한 프리미어12에서도 승리투수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운명은 얄궂었고, '키움전에서 첫 승을 하면 그 저주를 깼다고 인터뷰 하겠다'고 웃었던 박종훈은 정말로 손혁 코치가 감독이 되어 반대편 더그아웃에 앉아있는 날 통산 50승을 완성했다. 지난해 8월 23일 문학 한화전 이후 7경기 만의 승리였고, 팀의 긴 연패로 부담감을 짊어져야 했던 박종훈에게는 두 배의 감격을 안겼다.
50이라는 숫자가 작아보일 수도 있지만 리그에서 50승 고지를 밟은 투수는 그리 많지 않다. 현역으로 범위를 좁히면 20명도 채 되지 않고, 1990년대생 선수 중에서는 현재까지 이재학(64승)과 박종훈이 전부다. 특히 가장 낮게 공을 던지는 '잠수함'으로,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자신만의 투구폼으로 50번의 승리를 했다는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는 일이다.
자신의 배번이기도 한 '50'에 애착이 있는 박종훈은 통산 50승을 달성하면 팬들에게 50승 턱을 낼 계획이었다. 팬 50명에게 커피를 사고 직접 전달할 예정이었지만 무관중으로 치러지는 상황상 아쉬움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박종훈은 다시 팬들 앞에서 승리할 날을 기약하며 "남은 시즌 최선을 다해 SK다운 경기를 선사하겠다"는 말로 감사한 마음을 대신했다.
eunhwe@xportsnews.com / 사진=고척, 윤다희 기자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