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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스틸] LG, '이순철의 아이들, 안녕'

기사입력 2007.10.17 04:41 / 기사수정 2007.10.17 04:41

박현철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현철 기자] 지난 15일 LG 트윈스는 마해영, 진필중, 안재만, 양현석, 추승우, 오승준, 박영주 등 7명의 선수를 자유계약선수로 방출했습니다.

이들 중 1군 성적이 없는 2년차 투수 박영주를 제외한 6명은 이순철 전 감독이 큰 기대를 가졌던 선수들입니다. 특히, 마해영과 진필중은 기대만큼 실망도 컸지요.

이제부터 이순철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가 15일 방출된 선수들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기타 사건, 그리고 트레이드

2003' 시즌 후 LG는 '자율 야구', '신바람 야구'로 대표되었던 이광환 감독을 2군 감독으로 내려보내고 해태 타이거즈 시절 '재간둥이'로 불리며 팬들의 사랑을 받은 스타 플레이어 출신 이순철에게 지휘봉을 맡깁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순철 감독은 위계질서가 엄격했던 해태 출신입니다. 선수단을 효과적으로 장악하기 위해선 '강한 감독'이 필요했지요. 그러나 애꿎게도 그 희생양이 된 선수는 바로 LG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삼손' 이상훈이었습니다.

'야구에만 집중'하기를 원했던 이 감독과 '기타 연주'라는 '개인의 취미 생활 향유'를 원했던 이상훈. 결국, LG는 SK 와이번스에서 외야수 양현석과 투수 오승준을 받는 대가로 이상훈을 넘겨 주었습니다.

양현석은 2000년 해태에 입단하면서부터 잠재력 있는 좌타 외야수로 평가받았던 타자입니다. 그가 SK로 가면서 해태가 받은 선수는 1995년 신인왕 이동수와 태평양 돌핀스의 선발로도 활약했던 가내영이었으니 어느 정도 기대를 모았던 타자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오승준은 2002년 SK가 '투수진의 비룡 4인방' 중 한 명으로 점찍고 애지중지하던 유망주입니다. 그러나 양현석과 오승준의 가치를 합쳐도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 이상훈을 내준다는 것은 팬들의 기대와 완전히 어긋난 일이었습니다.

만약 양현석과 오승준이 좋은, 아니 엄청난 활약으로 LG에 보탬이 되었다면 팬들의 분노는 조금 수그러들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양현석은 2004년 후반기 프로야구 계를 휩쓴 병풍의 희생양이 되어 쓸쓸히 야구계를 떠날 위기에 처했고 오승준도 LG에 보탬이 되지 못하고 팀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이 트레이드는 결국 LG에 무엇도 가져다주지 못했습니다. 팬들의 엄청난 비난만 샀을 뿐이군요.

수비가 안되면 어쩔 수 없다

안재만은 2004' 시즌 후 김재현(SK)이 FA로 이적하면서 LG로 이적한 보상 선수 입니다. 당시 이순철 감독이 노린 것은 안재만이 빠른 발로 자신의 야구에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안재만은 188cm의 큰 키에 걸맞지 않게 발이 빠른 선수였습니다. 2001년 LG에서 SK로 적을 옮기는 가운데에도 .255 11홈런 44타점 19도루로 생애 최고의 성적을 올렸습니다.

2005' 시즌 초반 안재만은 자주 뛰었습니다. 시즌 초반에는 도루 1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하며 나름대로 이순철 감독이 바라는 야구에 부합하는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수비에 있었습니다.

안재만이 뛰고 싶어했던 자리는 3루였습니다. 그러나 안재만의 3루 수비는 결코 좋다고 말할 수 없었지요. 데뷔 초기에는 가슴으로 직선 타구를 막아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등 강습타구 처리에 약점을 보였습니다.

이순철 감독이 바란 야구는 과감한 주루플레이를 앞세운 야구였습니다. 그러나 안정된 야구를 추구하는 현 사령탑 김재박 감독에게 안재만의 수비는 눈엣가시와도 같은 것이죠. 안재만은 결국 올 시즌 10경기에 출장하는 데 그치며 .100의 빈타를 기록, 방출의 칼날을 맞았습니다.

추승우는 2006' 시즌 전지훈련에서 정확한 배팅과 빠른 발로 이순철 감독의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빠른 발로 한 시대를 풍미했기 때문인지 이순철 감독은 추승우의 중용 계획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추승우의 문제도 수비에 있었습니다.

추승우는 187cm 78kg으로 호리호리한 체구를 갖췄습니다. 잠재력을 갖췄다고 평가받은 선수였습니다만 가냘픈 체구로 하체 밸런스가 무너진 것이 큰 문제였습니다.

게다가 3루는 '핫코너'로 불릴 만큼 강한 직선 타구가 날아오는 자리입니다. 웬만큼 담이 센 사람도 대단한 연습을 거치지 않는 한 강한 정면타구에 움찔하게 마련이지요. 추승우는 공을 잡으면서도 하체가 무너져내렸고 송구 시에는 밸런스가 더 무너져 불안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2루 전향도 계획했으나 2루는 움직임을 기본으로 한 러닝 스로우가 많습니다. 하체가 불안했던 추승우에게는 2루도 제자리가 아니었던 거죠. 결국, 추승우는 올 시즌 단 한 경기만을 출장하고 웨이버 공시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발 빠른 야수를 좋아했던 이순철 감독과 수비 안정성을 꾀했던 김재박 감독. 두 감독이 상충한 야구 관으로 인해 안재만과 추승우는 이순철 감독 퇴임 이후 1년여 만에 LG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재기의 꿈은 저 멀리에?

적어도 마해영과 진필중, 왕년의 스타 두 명은 LG가 아닌 다른 팀에서 재기 무대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진필중은 급여 문제로 인해 한바탕 LG 구단과 소동을 일으킨 터라 다른 팀에서 구원의 손길을 보낼 것인가의 여부조차 불투명합니다.

마해영과 진필중은 전 소속팀에서 이미 노쇠화 기미를 보였다는 점에서 큰 위험요소가 되었습니다. 마해영은 KIA 타이거즈와 FA 계약을 맺은 이후 배트 스피드가 이전에 비해 뚝 떨어진 모습이었습니다.

예전 롯데 자이언츠 시절과 삼성 라이온즈 시절과 비교해 볼 때 천지차이였습니다. 마해영은 배트를 짧게 잡고 교타자로의 변신도 꾀했으나 순발력이 떨어졌던 마해영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습니다.

이순철 감독이 마해영에게 기대를 걸었던 것은 그의 파워와 출루율이었습니다. 마해영은 KIA에서 두 시즌 동안 23개의 홈런을 때리는 데에 그쳤으나 그의 명성에 기대를 걸었던 것이지요.

게다가 마해영이 2년 동안 기록한 출루율은 .367이었습니다. 2년간의 타율이 .275였음을 감안한다면 선구안은 죽지 않았다는 판단이었고 이순철 감독은 여기에 기대를 걸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마해영에게 '잠실 거포'의 역할을 기대한 것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마해영이 LG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때려낸 홈런은 단 6개. 올 시즌 방출 위기를 가까스로 넘기고 백의종군 하고자 했던 마해영은 올 시즌 .071 1홈런 3타점이라는 굴욕의 성적표를 들고 LG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진필중의 경우는 이미 두산 베어스 시절부터 불안한 기미가 보였습니다. 전성기 시절 진필중의 투구는 153km/h에 달하는 빠른 직구를 주로 하며 간간이 섞어 던지는 변화구가 레퍼토리였습니다. 그러나 이 투구는 직구 구위가 떨어지면 별무 소용입니다.

진필중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미국의 덕 민트케이비치에게 만루포를 얻어 맞은 이후부터 2001, 2002년 메이저리그 포스팅에서 연속으로 물을 먹는 수모를 겪으며 구위가 완전히 하락했습니다.

진필중의 급격한 노쇠화. 직구 외에 확실한 변화구를 갖추지 못한 것은 진필중의 잘못이었습니다. 또한, 그의 훗날을 냉정히 예상하지 못한 채 명성만을 믿고 선뜻 영입 제의를 넣은 이순철 감독의 패착이었습니다.

마해영과 진필중의 방출. 김재박 감독도 그들의 명성을 감안해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고자 했으나 재기 무대를 마련해 주기에는 기량이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모험'과 '안정'. 더 좋은 책략은 어디에 있을까요? 개인차가 있기에 그 정답은 모두 갈리게 마련일 것입니다. 그러나 모두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개개인이 선택하는 책략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이순철 감독이 '모험의 성공'을 꿈꾸며 중용하고자 했던 선수들. 그들은 결국 '안정'을 꾀한 김재박 호의 LG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사진=15일 LG로부터 방출 통고를 받은 마해영, LG 트윈스>



박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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