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10.15 23:38 / 기사수정 2007.10.15 23:38
미운 오리새끼
NBA는 무려 30개 팀이 있다. 캐나다의 토론토를 포함해 전미 지역에 많은 팀이 흩어져있지만 유일하게 로스엔젤레스(이하 LA) 市에는 NBA 농구팀이 2팀이 있다. 레이커스와 클리퍼스가 그 주인공. 그러나 잘 알려진 골드-퍼플(노랑-보라색 유니폼)의 레이커스에 비해 클리퍼스는 NBA를 잘 모르는 일반인에겐 거의 생소한 팀이며, 국내에선 클리퍼스의 경기를 중계로 보긴 하늘의 별 따기다. 미국 현지에서도 명문 구단인 레이커스에 비하면 클리퍼스는 거의 찬밥신세.
LA 클리퍼스는 1970년 버펄로 브레이브스라는 팀명으로 창단됐다. 이후 1974년 연고지를 샌디에고로 옮기면서 이름을 '클리퍼스'로 바꿨고 1984년에 다시 연고지를 LA로 이전하면서 현재의 LA 클리퍼스가 됐다. 팀명 '클리퍼스(Clippers)'는 '범선'이라는 뜻이다. 버팔로에서 연고지를 옮기며 브레이브스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 팀명을 공모하여 항구도시 샌디에고에 어울리는 '클리퍼스'로 결정하였다가 LA로 이전한 이후에도 계속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후 LA라는 한지붕 두가족이 탄생하게 되었다. 게다가 홈코트인 '스테이플스 센터' 역시 레이커스와 동반으로 사용하고 있다. 레이커스가 홈경기일 때는 클러퍼스가 원정, 클리퍼스가 홈일 경우에는 레이커스가 원정을 떠난다. 덕분에 LA시민들은 시즌중 거의 매일 홈에서 농구를 볼 수 있는 특권이 있다.
미국스포츠 역사상 최악의 구단
같은 연고지의 레이커스가 보스턴 셀틱스와 함께 NBA 최고의 명문으로 인정받는 것과는 달리 클리퍼스는 NBA 최악의 팀으로 꼽힌다. 클리퍼스는 '미국내 메이저스포츠 역사상 최악의 팀'이라 할 수 있다. 우승경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1970년에 창단 이후 37년간 플레이오프 진출 경력도 겨우 7번에 불과하다. 또한, 5할 승률을 거둔 것 역시 7번이다. 팀의 통산 승률이 야구에서 교타자의 상징이라고 불리는 3할대에 불과하고 지난 10년간 지구 최하위를 7번이나 당했다.
그나마 이들의 전성기라 한다면 버펄로 시절인 1970년대 중반을 들 수 있다. 당시 버펄로는 당시 득점왕을 휩쓸었던 밥 맥아두의 원맨쇼에 힘입어 1973/74시즌을 시작으로 3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그 중 1974/75, 1975/76시즌에는 플레이오프(이하 PO) 2라운드까지 오르기도 했는데, 이 시절 이후 PO 2라운드에 오른 것은 2005/06시즌으로 그야말로 30년만의 대업이었다.
클리퍼스라는 이름으로 이들의 가장 꽃피던 시절은 1991/92, 1992/93시즌. 당시 대니 매닝, 론 하퍼의 분전으로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두번 모두 1라운드 최종 5차전에서 아깝게 물러났다. 가장 최근에는 2001/02시즌에 엘튼 브랜드-라마 오덤-퀸틴 리차드슨-다리우스 마일스 등 젊고 운동능력이 뛰어난 유망주들을 앞세운 빠르고 재기넘치는 농구로 팬들의 시선을 끌기도 했다. 특히 리처드슨, 오덤, 마일스로 이어졌던 3단 앨리웁은 지금도 NBA 앨리웁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명장면. 하지만, 다음 시즌 본래 최악의 모습으로 돌아와 팬들을 실망시켰다.
클리퍼스가 이렇게까지 처참한 성적을 거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악덕 구단주', '스크루지 영감' 도널드 T.스털링의 공헌이 지대했다. 81년 팀 (당시 샌디에이고 클리퍼스)을 인수한 후 3년만에 자신의 고향인 LA로 프랜차이즈를 옮긴 스털링은 리그에서 흔치 않은 '단독 구단주'(보통의 경우, 팀을 기업이나 구단주모임을 통해 소유한다)로 군림하며 팀을 자신의 개인 소유물로 여긴 채 인색한 투자와 어이없는 선수 행정을 되풀이해왔다. 단독구단주라는 지위로 인해 스털링은 팀의 운영에 관한 전권을 하고 있고, 현재의 엘진 베일러 단장은 거의 실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스털링은 LA 지역의 부동산 재벌이다. 미국 내에서 스포츠팀을 운영하는 것은 개인의 소유물이라 할 수 없으며, 지역의 팬과 지역사회와 함께 공유하고 호흡하는 것으로 인식이 되어있다. 스털링은 NBA에서 그 흔한 자선행사 한번을 열지 않는 지독한 구두쇠.
스털링의 인색함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일화는 80년대 초반에 클리퍼스 감독직을 역임한 바 있는 폴 사일러스에게서 들을 수 있는데, 그는 "선수단의 양말 구매안이 올라오자 스털링은 내가 왜 선수들의 양말까지 사줘야 해? 난 이미 그들에게 연봉을 줬잖아. 사서 신으라고 그래!라고 하더군요"라고 밝힌 적이 있다.
또한, 스털링은 기존 선수들과 재계약을 맺지 않고 대어급 FA 시장에도 '전혀' 나서지 않는 구단주로도 악명이 높은데, 이것 또한 연봉 지출을 최소화하려는 그의 철저한 방침 때문이다. 그렇지만, 스털링만이 모든 책임을 질 수는 없는 사실이다. 스털링도 스털링이지만, 이 팀의 문제점은 'TEAM'의 개념을 상실했던데 있다. 드래프트에서 가장 지명되길 꺼리는 팀이며, 선수들은 계약이 끝나기 전에 이 팀을 나가지 못해 안달해왔다. 이는 37년이란 구단의 역사에서 영구결번 하나 없는데서도 엿볼 수 있다. 그야말로 최악도 이런 최악도 없다.
반전
그런데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바로 스털링이 돈을 풀기 시작한 것. 엄청난 액수는 아니었지만 전처럼 FA로 풀리기 무섭게 팔아치우고, 베테랑을 신인급 혹은 샐러리 비우기용 선수와 바꿔오는 짓은 하지 않고 있다. 지금도 팀의 기둥인 엘튼 브랜드, 크리스 케이먼, 코리 매거티 등을 붙잡은 것은 가히 81년 구단 인수 이후 스털링 최고 최대의 업적이다.
거기다 2005/06시즌이 시작되기 전에는 항상 팀의 골칫거리였던 베테랑 선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샘 카셀, 커티노 모블리를 영입. 오랜 숙원이었던 PO에 올랐다. 'PO진출 8년 연속 실패'를 끊었고, 30년 만에 PO시리즈 승리를 얻는다. 비록 지난 2006/07시즌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
엘진 베일러 단장은 (스털링의 압박을 벗어나) 모처럼만에 팀을 제대로 운영하고 있으며, 브랜드는 어쩌면 팀이 처음으로 가져보는 기둥이 되어주었고, 로스터 역시 나쁘지 않다. 과연, 클리퍼스가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태어나는 반전을 이루어낼지 지켜보자.
2007/08 클리퍼스의 현안
1. 백업 포인트가드
이 팀의 가장 시급한 로스터 보강 사항이다. 숀 리빙스턴이 지난해 부상으로 시즌 전부를 날려, 회복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렵고, 스티브 프랜시스 영입도 실패했다. 체력저하와 노쇠화의 우려가 큰 샘 카셀의 백업을 이번에 영입한 브래빈 나이트가 받쳐주어야 하는데, 나이트는 키가 너무 작고 공격력이 너무 부족한 것이 흠이다.
개선 방안 - A. 숀 리빙스턴의 부상 회복 B. 휴스턴이나 포틀랜드 등과의 트레이드 시도
2. 코리 매거티
코리 매거티는 현재 계륵과 같은 존재이다. 물론 실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팀과 코칭스태프와 끊임없는 불화를 일으키고 있으며 지난 시즌 내내 트레이드 블록에 올려져 있었다. 시즌 후반 좋은 활약으로 팀이 PO 경쟁을 할 수 있게 했어도 이번 시즌 중에도 그와 관련한 트레이드 루머는 끊이지 않을 전망.
개선 방안 - A. 시즌 개막전에 트레이드로 방지 B. 매거티에게 좀 더 많은 룰과 옵션을 부여
3. 팀 토마스
2006/07시즌 피닉스로부터 FA 영입한 팀 토마스는 라드마노비치가 나간 클리퍼스의 3점 공백을 메워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클리퍼스에서의 첫 시즌은 실망. 덕분에 클리퍼스는 시즌 내내 외곽 공격의 부재를 겪었다.
개선 방안 - A. 팀 토마스의 기량 회복 B. 매거티를 이용한 트레이드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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