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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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위 신화 또 이루려면 풀뿌리부터 확실히 잡아라

기사입력 2010.08.02 14:24 / 기사수정 2010.08.02 14:24

김지한 기자




 

[엑스포츠뉴스= 김지한 기자] 선수들은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로 한국 여자 축구의 저력을 마음껏 보여줬다. 여자 축구의 황금 세대로 떠오른 20세 이하 여자 축구대표팀은 이제 더 큰 꿈을 준비할 것이다.

U-20(20세 이하) 여자월드컵 3위 쾌거는 젊은 선수들의 성장, 약진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들은 한국 여자 축구의 중흥을 앞당길 수 있는 진정한 황금 세대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황금 세대의 등장 그리고 이들의 꾸준한 활약은 오히려 팀 숫자가 줄어들어 침체기에 있는 한국 여자 축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3박자 고루 갖춘 여자 축구 황금 세대

사실 한국 여자 축구의 약진이 이렇게 빠르게 다가올 줄은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등록 선수도 적고 주변 환경도 척박해 세계 수준에 다가가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봤다. 더욱이 최근 열린 2011 여자월드컵 예선 겸 아시안컵에서도 조별 예선에서 탈락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실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탄탄한 개인 기량을 보유한 10대 후반 어린 선수들의 플레이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15살 때부터 국가대표에 들었던 지소연(한양여대)은 이번 대회에서 수준급 실력을 자랑하며 미국 무대까지 노크하기도 했다. 뛰어난 발재간과 드리블 능력, 감각적인 득점력까지 갖춘 지소연의 플레이는 이전의 차성미, 이지은, 박은선 등 여자 축구 주축이었던 '선배'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밖에도 빼어난 프리킥 능력을 갖춘 김나래(여주대), 문전에서 대담한 플레이를 선보일 줄 아는 이현영(여주대), 포스트 플레이가 좋은 정혜인(현대제철), 결정적인 선방이 눈부신 골키퍼 문소리(울산과학대) 등 실력 좋은 선수들을 다수 발견했다.

이들의 장점을 살려 조직적인 플레이로 연승을 거둔 태극 낭자들의 경기력, 전술 운영은 세계 최강팀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만큼 대단했다. 전술적인 움직임, 유기적인 패스플레이가 이전보다 더욱 향상됐고, 한국 특유의 빠르고 조직적인 경기력이 살아나면서 많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 덕분에 스위스, 나이지리아, 멕시코, 콜롬비아 등 대륙을 대표하는 팀들에 시원한 승리를 거뒀고, '세계 최강' 미국과도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이른바 빠르고 조직적인 플레이가 눈에 띄는 한국형 여자 조직 축구의 성장은 이번 선전을 계기로 앞으로도 많은 것을 기대하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젊은 세대들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이번 U-20 여자월드컵에서도 돋보였다. 체격 좋고 개인 기술 좋은 선수들 앞에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고 자기 기량을 선보인 태극 낭자들의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는 이번 월드컵에서 거둔 최대 성과였다. 준결승에서 독일에 큰 점수차로 지고 있음에도 오히려 만회골을 터트리기 위해 의지있는 플레이를 선보인 것은 이전에 대량 실점 후에 겉잡을 수 없이 무너졌던 모습과 확연히 달랐다. 이렇게 개인 기량, 조직력, 자신감 등 3박자가 고루 갖춰졌기에 젊은 태극 낭자들은 세계 3위의 위업을 달성해낼 수 있었다.

풀뿌리마저 흔들릴 위기, 관심-지원 제대로 뒷받침돼야

하지만 이번 쾌거가 '한 순간의 기쁨'으로만 끝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젊은 선수들이 마음 놓고 뛸 수 있는 환경이 제대로 조성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발전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하지만 등록 선수, 팀 숫자는 오히려 점점 줄어들고 있어 풀뿌리마저 흔들릴 위기에 놓여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 U-20 대표팀보다 나이가 어린 선수들, 특히 초등학교 여자 축구 팀은 전국적으로 단 15개밖에 되지 않아 후진 양성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이 개선되지 않으면 한국 여자 축구는 또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우수한 선수들의 등장, 이번 대회의 쾌거에만 안주하지 않고 축구계의 관심, 전폭적인 지원이 더욱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서 현 황금 세대 못지 않은 또다른 우수한 젊은 자원들이 꾸준하게 나와야 한다. 그렇게 되면 가능성을 보인 황금 세대들은 나아가 성인 여자월드컵에서도 새로운 신화를 이루고,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선수들을 다수 배출해내는 진정한 여자 축구 강국으로까지 거듭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고사 위기에 놓인 풀뿌리 여자 축구부터 다시 되돌아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꿈같은 이야기일 수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제2, 제3의 지소연 탄생도 가능하다.

2008년 U-17(17세 이하) 월드컵 8강, 2009년 유니버시아드 금메달, 2010년 U-20 월드컵 4강 등 3년 연속 쾌거를 이뤄낸 한국 여자 축구 황금 세대. 세계 무대에서 얻은 당찬 자신감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가는 황금 세대, 그리고 꾸준하게 발전해 나가는 한국 여자 축구가 될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 한국 U-20 여자 축구 대표팀 (C) 대한축구협회 제공]



김지한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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