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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용 "서울 사랑하지만…울산에게 고맙다" (일문일답)

기사입력 2020.03.05 16:46 / 기사수정 2020.03.05 16:55

김현세 기자

[엑스포츠뉴스 축구회관, 김현세 기자] "울산은 제게 기회를 주셨습니다."

이청용은 5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울산현대 입단 기자회견을 가졌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해 이날 기자회견장 출입도 철저히 진행했다. 이청용은 마스크를 쓰고 입장한 뒤 공식 기자회견이 시작되면서 잠시 마스크를 벗었다.

K리그 FC서울에서 뛰다 2008년 잉글랜드 볼턴으로 이적해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십 합 176경기를 뛰면서 17골 33도움을 기록했다. 그러고 나서 크리스탈 팰리스를 거쳐 2018년 독일 분데스리가 2부 리그 보훔에서 1시즌 반 뛰고 국내 복귀를 선언했다. 11년 만의 K리그 복귀다. 다음은 이청용과 일문일답

-입단 소감은.

"11년 만에 K리그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무엇보다 국내 팬 앞에서 열심히 뛸 수 있게 돼 무척 기쁘다. 내게 기회를 주신 울산에게 감사하다."

-FC서울에게 애정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은 내가 가장 애정하는 팀 중 하나인데,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고 해서 마음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어려서부터 프로 생활을 시작했고, 프로 선수, 축구 선수로서 최고의 경험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곳이라 감사함이 크다. 그렇지만 울산으로 오게 돼 기쁘게 생각하는데, 이곳에서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셨으니 그것만 생각하고 뛰겠다."

-FC서울 팬에게 한마디한다면.

"이번 시즌 선의의 경쟁을 잘 했으면 좋겠고, FC서울도 내가 사랑하는 팀이기에 좋은 성과, 좋은 성적 냈으면 좋겠다."

-이적을 다소 이르게 결정하게 된 배경이 있나.

"국내 돌아오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유럽 축구는 더이상 미련이 없어 국내 복귀를 고려했다. 울산에서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셨고, 여름보다 시즌 시작하는 시점에서 국내로 오고 싶었다. 그래서 올겨울 추진했다."

-울산을 택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울산을 선택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몇 년 전 팰리스에서 경기 못 나가고 있을 떄부터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 주셨다. 당시는 유럽 축구에 대한 미련이 있어 국내 복귀를 고려하지 않아 정중히 거절했었다. 그런 게 이번에 팀을 결정할 때 고마움으로 자리잡고 있던 것 같다."

-동료나 프론트와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좋은 훈련 분위기 속에서 시즌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렇지만 주변 동료가 해 준 조언이 팀을 결정하는 데 중요하기는 하나, 결정적 역할을 하지는 않았다. 모든 선수가 생각하는 게 다르고, 팀에 대한 애정 같은 게 다르지 않나. 나도 궁금해서 물어봤지만, 마음의 결정이 어느 정도 된 뒤 물어 본 것이다."

-친분이 있는 고명진을 무슨 이야기를 해 주던가.

"팀 분위기도 좋고, 환경도 좋다고 하더라. 선수들 기량도 좋다고 들어서 나까지 오면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조르지는 않았나) 그렇게까지 하면 내가 부담 느낄까 그렇게는 안 했다."

-울산이 리그 우승을 한 게 2005년이 마지막이다. 우승 열망이 일치할 것 같다.

"내가 울산을 택한 이유 중 하나도 우승을 하고 싶어서다. 그렇지만 지금 한 경기도 치르지 않은 상황에서 우승을 논하는 것은 이르다고 생각한다. 우승을 보고 뛰기보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해 뛰겠다. 그러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유럽에서 복귀하면서 등번호가 생소해졌다.

"내 능력에 한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더 나이가 먹어서 선수 생활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국내 팬 앞에서 뛰는 것보다 아직 최고 수준의 경기력에서 뛸 수 있을 때 뛰고 싶었다. 10년 전 월드컵에서 활약을 기억해 주시는 팬분들께 그런 경기를 보실 수 있게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등번호는 시즌이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들어오다 보니 선수단 배번이 다 정해져 있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내가 선수 생활하면서 가장 무거운 번호를 달고 뛰게 될 텐데 새로운 마음으로 뛰게 된다면 번호에 대한 의미가 새롭게 생길 것 같다."

-기성용과 절친한 사이인데, 나눈 이야기가 있나. 함께 뛰고 싶었을 텐데.

"축하한다고 해 줬다. 성용이도 얼마 전 국내 복귀를 생각해 팀을 알아 봤지만, 결과가 안 좋아 많은 팬이 아쉬워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아쉬워하고 상처받은 건 선수 본인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K리그에서 함께 뛸 수 없지만, 언젠가 같이 뛸 수 있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K리그에서 뛰는 것만으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유럽에서 뛸 때 가장 기억에 남는 팀이나 선수가 있나. 

"그저께 울산에 처음 내려가서 선수들과 처음 만났다. 선수만 아니라 구단 직원이며 스태프 모두 나를 기쁘게 맞아주셔서 '내가 이런 대우를 받아도 되나' 싶었다. 감사한 마음이 생겼고, 그걸 경기력으로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유럽에서 처음 느낀 기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첫 시즌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볼턴에서 선수들과 잘 지냈으니 아직도 연락하고 있다. 그리고 팰리스나 보훔 역시 내가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되돌아봤을 때 쉽게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니 행복했다고 생각한다."

-유럽 생활하면서 특별히 고마웠던 사람이 있나.

"무엇보다 내 아내가 고생이 많았다. 떠오르는 사람은 아내밖에 없다."

-코로나19로 개막일이 늦춰졌는데.

"국민 모두 조심스러운 상태이지 않나. 하루 빨리 코로나19가 사라져서 많은 축구 팬이 안전하게 즐기셨으면 좋겠다. 그 마음밖에 없다. 모두 힘내시고, 하루 빨리 경기장에서 만날 수 있길 바란다."

-과거 슈퍼더비 경험도 있는데 이제 동해안더비를 뛰게 됐다.

"동해안더비만 아니라 한 경기 한 경기가 소중하다. 11년 전 뛸 때보다 수준이 높아졌으니 더 많이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아직 독일에서 온 지 얼마 안 돼 컨디션을 정상적으로 올리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데, 하루 빨리 끌어 올려서 팀에 도움이 되는 게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복귀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사람들이 기억하는 내 모습은, 내 생각보다 기대치가 더 높다고 생각한다. 한편으로 부담도 있는데, 그건 어느 축구선수나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부담보다 책임감으로 생각하고 뛰면 될 거라는 긍정적 생각을 하면서 돌아왔다."

-기성용은 대표팀 은퇴를 한 것과 달리 아직 현역이다. 어린 선수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나.

"조언할 입장은 아니나, 어려서부터 많은 선배를 보며 배운 게 있다. 프로 선수로서 자세를 보이다 보면 배울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표팀은 내가 욕심낸다고 해서 뛸 수 있는 게 아니다. 특별한 자리다. 그저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다 보면, 또 잘 준비하다 보면 월드컵 본선 진출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개인적 목표가 있나. 구체적 수치를 정해 둔 게 있다면.

"경기를 못 나간 지 한 달 정도 됐다. 특별한 부상이 없으니 컨디션은 금방 올라올 거로 기대한다. 경기하다 보면 골, 어시스트 할 기회가 있을 텐데 팀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생각하겠다. 특별히 숫자는 정해두지 않았다."

-서울과 협상할 때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

"아까도 말씀드렸듯 서울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국내로 돌아올 때 FC서울밖에 생각 안 했다. 그런 마음을 늘 품고 있었다. 그렇지만 선수가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상황이 안 되지 않나. 모든 게 맞아떨어져야 하고, 서울과 나는 서로를 존중해줬다. 오히려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한다. 울산에 더 집중해서 뛰다 보면 서울, 울산 팬에게 좋은 모습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서울과 위약금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자리에서 모든 걸 말씀드릴 수는 없다. 추후 서울과 얘기해 볼 생각이고, 울산을 결정하게 된 데 있어 국내 팬에게 지금 경기력을 보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FC서울도 내 결정을 이해해주리라 생각하고 있다."

-울산 입단하면서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굉장히 신선했다. 입국 다음날 표정이 안 좋게 나왔을지 모르겠지만, 신선하게 받아들였다. 특별한 입단 사진이 될 것 같다. 이제 최대한 많은 팬을 경기장으로 불러들여야 하는 입장인데, 언제나 준비돼 있다. 팬과 소통할 마음이다. 리그에 많은 영향을 끼치길 바란다."

-11년 전 이청용과 11년 후 이청용은 무엇이 달라졌나. K리그에서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그때와 나는 플레이스타일이나 모든 면에서 달라졌다. 그래도 마음가짐은 같다. 절실함을 가지고 있다. 그때보다 한 경기가 더 소중하다. 그런 데서 나오는 경기력이 어떨지 스스로 기대하고 있다. K리그에서 우승하게 되면 나로서 가장 좋을 것 같다."

-김도훈 감독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잘 반겨 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 함께 뛰게 돼 기대가 크다. 최선을 다해 뛰겠다."

-울산이 올 시즌 선수 영입이 많았다. 

"많은 팬이 느끼시기에 기대가 클 것이다. 좋은 선수가 왔는데, 그렇지만 축구가 하루 아침에 효과가 나는 스포츠가 아니니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 호흡을 맞출 생각이다. 어느 팀도 단기간 내 결과를 내기 어렵다. 좋은 팀이 되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단순히 경기 결과만 보기보다 조금 더 기다리다 보면 좋은 팀으로 거듭날 것 같다."

-K리그 복귀는 언제쯤 마음을 굳혔나.

"한 달 반 정도 된 것같다. 현실적으로 내 스스로를 파악했고, 국내 복귀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기상 올겨울 이적이 좋을 것 같아서 보훔 구단에다 말씀드렸다. 이제 과거 영광보다 현재를 바라 보면서 준비해 가는 게 좋은 선택일 것 같다."

-올 시즌 ACL 임하는 각오는.

"규정상 16강까지 뛸 수 없으니 일단 리그 경기를 집중하겠다. 좋은 기회가 생겨 뛸 수 있다면 특별할 것이다. ACL은 유럽에서 관심 있게 지켜 봐 왔다. 지금 한국 팀이 고전하고 있는데, 크게 걱정 않는다. 시즌 초반이니까 지금 모습이 본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팀 선전을 기원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K리그 복귀하면서 많은 분이 기대해 주셔서 몸둘바를 모르겠다. 기대해 주시는 만큼 열심히 뛰겠다. 하루 빨리 경기장에서 만나 뵙겠다."

kkachi@xportsnews.com / 사진=축구회관, 박지영 기자

김현세 기자 kkachi@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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