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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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남미 챔피언은 월드컵을 우승할 수 없다?

기사입력 2010.07.03 17:47 / 기사수정 2010.07.03 17:47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무적함대' 스페인이 '유로 우승국 징크스'를 깰 수 있을까.

브라질이 네덜란드를 상대로 1-2로 패배하며 8강에서 탈락하자 새삼 '펠레의 저주'가 거론되고 있다. '축구황제' 펠레는 2010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브라질, 아르헨티나, 독일을 우승 후보로 지목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은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역대 월드컵에서 펠레가 우승후보로 지목했던 팀들은 모두 우승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대회 도중 탈락했기 때문이다.

브라질과 더불어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되던 스페인은 다행히(?) 펠레의 우승후보에 들지 않았다. 8강전에서는 상대적으로 수월한 상대인 파라과이를 만난다. FIFA 랭킹 2위에 올라있는 것을 비롯해 유로2008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메이저 대회 우승 징크스를 날려버린 스페인은 이번 대회 역시 사상 첫 월드컵 재패를 노리고 있다.

 

그러나 '펠레의 저주'와 스페인의 '메이저 대회 징크스' 못지 않은 또 하나의 큰 징크스가 스페인을 가로막고 있다. 바로 '대륙별 축구선수권대회 우승팀은 월드컵에서 우승을 하지 못한다는 징크스'.

월드컵 역사상 유럽과 남미 외에 '줄리메컵'(월드컵 우승 트로피)을 들어올린 팀은 없다. 따라서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와 남미축구선수권대회(코파아메리카) 우승팀이 바로 이 징크스의 대상자다. 유로는 세계 축구에서 가장 강세를 띄는 유럽국가 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없는 월드컵'으로 불릴 정도이며, 코파아메리카는 남미의 축구 강국이 총출동하는 남미 최고의 축구대회다.

그런데 항상 두 대륙별 챔피언은 정작 2~3년 뒤 열린 월드컵에서 우승하지 못하는 '징크스'에 시달려 왔다. 올해로 80년째인 월드컵 역사상 대륙별 챔피언이 뒤이어 열린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경우는 72년 유럽챔피언 독일과 75년 남미챔피언 아르헨티나밖에 없다. 이 징크스는 78년 아르헨티나가 월드컵에 우승한 이후 30여 년째 계속되고 있다.

83년과 87년 코파아메리카를 2연패 했던 우루과이는 86년과 90년 월드컵 모두 16강에서 탈락했고, 89년 남미 우승팀 브라질도 90년 월드컵 16강에서 아르헨티나를 만나 탈락했다. 91년과 93년 남미 2연패를 달성한 아르헨티나는 94년 월드컵 16강에서 루마니아에 덜미를 잡혔고, 브라질은 97년과 99년 연속으로 코파아메리카 우승을 차지했지만 정작 98년 월드컵에선 결승에서 프랑스에 0-3 대패했다. 각각 79년과 95년, 2001년 남미를 제패했던 파라과이, 우루과이, 콜롬비아는 월드컵 지역예선에서 조차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유럽의 경우도 징크스를 피해가지 못했다. 유로80 우승팀 독일이 82월드컵 결승에서 이탈리아에 1-3으로 무릎을 꿇은 것을 시작으로 유로84 우승국 프랑스도 86월드컵에서 4강에서 탈락했다. 유로88 우승팀 네덜란드는 90년 월드컵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란 예상에도 불구, 16강에서 고배를 마셨고, 유로96을 제패한 독일도 98월드컵에서는 크로아티아에 0-3 치욕적인 패배를 당하며 8강에서 탈락했다. 유로92 우승팀 덴마크와 유로2004 우승팀 그리스는 아예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지도 못했다.

반대로 2000년대 들어 월드컵 우승 후 대륙별 챔피언에 오른 경우는 2000년의 프랑스와 2004년의 브라질로 두 번 있었다. 그러나 이들도 각각 유럽과 남미 챔피언에 오른 뒤 치른 월드컵에서는 우승에 실패했다. 프랑스는 98월드컵과 유로2000을 연속 제패했지만 2002한일월드컵에서 무득점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치욕을 맛봤다. 2002월드컵과 2004코파아메리카에서 연속우승한 브라질 역시 2006 독일월드컵에서는 8강에서 탈락했다.

이렇게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는 대륙별 챔피언이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월드컵을 앞두고 주력 선수가 부상이나 은퇴를 이유로 대표팀을 떠나거나 세대교체에 성공하지 못해 전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월드컵이 86년 대회부터 본격적으로 지금의 16강 토너먼트 제도를 실시하면서  변수가 많은 단판승부로 인해 아무리 강한 팀이라도 예상 외의 실패를 맛볼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지난 2007년 코파아메리카는 브라질이, 유로2008은 스페인이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브라질이 8강에서 탈락하면서 이제 스페인이 징크스의 희생양이 될지 여부과 관심의 대상이다. 스페인은 4일 새벽 3시 30분에 파라과이와 8강전을 치른다. 스페인은 1950년 이후 60여 년간 단 한 번도 월드컵 4강에 오른 적이 없다.

단순한 숫자나 기록에 불과할 뿐일 수도 있지만 좀처럼 깨기가 힘든 것이 바로 징크스. 이런 징크스의 지속 여부를 지켜보는 것도 월드컵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 중 하나다.

[사진=다비드 비야 (C) Gettyimages/멀티비츠]

 



전성호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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