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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동반 16강, 무엇을 남겼는가

기사입력 2010.07.01 15:28 / 기사수정 2010.07.01 15:28

전성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전성호 기자] '아시아 최고의 라이벌' 대한민국과 일본의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첫 동반 16강은 아시아 축구에 무엇을 남겼을까.



월드컵을 앞두고 당초 한국과 일본은 각국 전문가들로부터 조별예선 통과도 어려울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한국은 1승 1무 1패, 일본은 2승 1패의 호성적으로 당당히 조 2위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비록 각각 우루과이와 파라과이에 밀려 8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2002년 자국에서 개최된 한일월드컵 이후 8년 만의 동반 16강 진출이자 원정에서 열린 대회에선 최초인 빛나는 성과였다.

양국의 동반 16강 진출은 아시아 축구에 기쁨과 동시에 과제를 남긴 것으로 평가된다 .

우선 아시아 축구가 결코 약하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해낸 것은 가장 큰 성과다. 이번 대회를 제외하고 1990년 이후 5번의 월드컵에서 아시아 국가가 16강에 오른 것은 1994년의 사우디아라비아, 2002년의 한국과 일본 등 고작 3번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2번은 홈 개최의 이점을 얻은 성적으로 폄하되었고, 2006년 독일월드컵에선 아시아 출전 4팀 모두 16강 진출에 실패하는 굴욕을 맛봤다.

2006년 당시 아시아는 한국, 일본, 사우디, 이란이 출전했지만 한국을 제외한 3팀 모두 1무 2패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한국은 1승 1무 1패를 거뒀지만 프랑스와 스위스에 밀려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유럽과 남미는 물론 아프리카까지 아시아의 실력에 비해 월드컵 본선 4.5장의 쿼터가 많다며 '아시아 쿼터 축소'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에서 아시아가 선전한 반면 유럽은 사상 최초로 출전국 절반도 16강에 진출하지 못했고, 아프리카는 자대륙에서 열린 대회임에도 개최국 남아공이 탈락한 것은 물론 나이지리아, 카메룬, 알제리가 단 1승조차 거두지 못하는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이로써 '아시아 쿼터 축소 논란'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한일 양국이 아시아 축구의 리더이자 대변인으로서 당당히 경쟁력을 보여준 것이다.

한국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박주영(AS모나코), 이청용(볼턴 원더러스)을 중심으로 하는 공격진의 활약이, 일본은 빠른 공수전환, 탄탄한 수비가 돋보였다. 세트피스에서의 정확한 킥력도 인상깊었다. 한국의 기성용(셀틱FC)은 날카로운 크로스로 2도움을 기록했고, 일본의 혼다 게이스케(24. CSKA모스크바)와 엔도 야스히토(30. 감바오사카)는 환상적인 프리킥 골을 쏘아 올렸다. 혼다는 16강전까지의 활약을 기초로 뽑은 월드컵 베스트 11에 유일한 아시아 선수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두 나라는 아시아 축구가 세계 축구에 견주었을 때 가진 강점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한국과 일본은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압박과 스피드를 앞세운 역습으로 상대를 제압했다. 무엇보다도 유럽의 축구강국과 아프리카팀들에 비해 강한 정신력과 단결력, 조직력은 보여줘 축구가 왜 단체 스포츠인지를 새삼 일깨워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아가 대표팀 선수로서의 책임감과 애국심 등 정신 자세도 돋보여 전문가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

그러나 한계도 지적됐다. 한국과 일본 모두 16강 이상 치고 올라갈 수 없었던 이유 때문이었다. 두 팀은 16강전 포함 총 10득점(한국 6득점, 일본 4득점)을 올렸지만 득점 루트가 세트플레이에 한정(한국 4골, 일본 2골)되어 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2002년을 제외하면 두 팀 모두 월드컵 본선에서 필드플레이 득점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아직 아시아 축구에 어떤 점이 부족한지를 보여준다.



약점도 분명했다. 한국은 공격력에 비해 약한 수비가 발목을 잡았다, 특히 나이지리아와 우루과이를 상대로 순간 수비 집중력이 흔들려 실점을 헌납하기도 했다. 이에 경험 많은 해외파가 공격과 미드필더진에는 풍부한 반면, 수비진은 국내 리그 선수 위주로 구성돼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일본 역시 전력의 약세와 공격력의 부족을 메우기 위해 극단적인 수비를 펼치면서 역습이나 세트 피스로 골을 뽑는 전술로 일관해 '안티 풋볼'이란 비난을 받았다.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한 오카다 감독의 고육책이었지만, 90년대 이후 '아시아의 브라질','탈아시아'를 외치며 많은 투자를 해 온 일본에겐 어울리지 않는 축구였다.

특히 남미에 유독 약한 모습은 여전했다. 이번에도 두 나라는 16강에서 남미팀을 상대로 무릎을 꿇으며 다시 한번 남미의 벽을 절감했다. 이로써 양팀은 남미에 각각 5전 1무 4패, 3전 1무 2패의 절대 열세를 이어가게 됐다. 개인기가 뛰어난 남미를 상대로 열세를 보인 것은 앞으로 넘어야 할 숙제라 할 수 있다.

[사진= 이청용(위), 혼다 케이스케(아래) (C) Gettyimages/멀티비츠]



전성호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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