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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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우승청부사, 카펠로

기사입력 2010.06.28 08:10 / 기사수정 2010.06.28 08:43

김지한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지한 기자] 1966년 이후 44년 만에 월드컵 우승을 노린 잉글랜드가 또 한 번 불운하게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리고 '우승 청부사'로 불렸던 이탈리아 출신 파비오 카펠로 잉글랜드 감독도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떨궈야 했다.



잉글랜드는 27일 밤(한국시각), 남아공 블룸폰테인에서 열린 라이벌 독일과의 2010 남아공월드컵 16강전에서 토머스 뮐러에게 2골을 내주는 등 일방적으로 골을 허용하면서 1-4로 대패, 16강에서 탈락하는 망신을 당했다.

조별 예선부터 좋지 않은 경기력으로 어렵게 16강에 오른 잉글랜드는 다듬어지지 않은 조직력에 좀처럼 터지지 않는 공격력, 여기에 오심과 '골대 저주' 등 불운까지 겹치면서 무너지고 말았다. 완패한 뒤 카펠로 감독은 쓸쓸한 패장의 뒷모습을 보여주며 굳은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당초 잉글랜드는 이번 월드컵이 우승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로 여겼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맡는 팀마다 우승으로 이끈 파비오 카펠로를 지난 2008년에 데려왔다. 카펠로에 대한 잉글랜드 축구계의 기대는 대단했다.

16년간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모두 9번의 리그 우승, 1번의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일궈내는 등 우승제조기로서 명성을 누려왔기 때문이다. 유로2008 예선 탈락으로 자존심이 있는대로 구겨진 상태에서 카펠로는 잉글랜드를 구할 '유일한 구원투수'로 여겨졌다.

과정은 좋았다. 잉글랜드는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강력한 공격력과 조직력을 앞세워 최근 몇년새 가장 쉽게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특히 4-4-2, 4-3-1-2 포메이션을 적절히 활용하며 팀 능력을 극대화해 가장 안정적인 팀을 만든다는 평가를 받았다.

우승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져만 갔고, 본선 조추첨 결과 역시 시드 배정국 가운데 가장 좋은 조편성을 받으며 부푼 꿈을 꾸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본선에 들어서 잉글랜드는 강점을 전혀 드러내지 못하고, 문제점만 드러내면서 강팀의 면모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팀 공격의 핵 웨인 루니는 전혀 제 몫을 다 하지 못했고, 미드필더 조직력은 유기적이지 못했다.

무엇보다 대회 도중, 전(前) 주장 존 테리가 카펠로 감독의 지도력에 맹비난을 퍼붓는 등 팀 분위기가 어수선하게 흘러간 것이 결정적이었다. 팀이 팀답지 못하다보니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없었고, 카펠로 감독은 이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며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결국 라이벌과의 경기에서 완패를 당하며 우승의 꿈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잉글랜드는 카펠로 감독 체제에서 팀이 안정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하고 월드컵 개막 전인 이달 초 그와 유로2012까지 2년 재계약에 합의했다. 하지만 의외로 월드컵에서 부진한 성적을 내고 탈락하면서 카펠로 감독은 앞으로 부담감을 느끼고 잉글랜드를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남아공에서 고개 숙인 우승청부사가 앞으로 펼쳐질 2년 감독 기간동안 어떤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축구 종가'의 자존심을 세우는데 성공할 지 지켜볼 일이다.[사진=허정무(C) Gettyimages/멀티비츠]

 [사진=파비오 카펠로(C) Gettyimages/멀티비츠]

김지한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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