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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츠생각] 예상 못한 성남 승리의 3가지 키워드

기사입력 2006.11.21 00:15 / 기사수정 2006.11.21 00:15

이우람 기자




[엑스포츠뉴스 = 이우람 기자] 성남이 2006년 챔피언 결정전 서전(緖戰)에서 후반 43분 우성용의 결승골에 힘입어 수원에 1-0  신승을 거두고 우승에 한 발짝 먼저 다가섰다.

성남의 1차전 승리에 기여한 3가지 키워드는 바로 예기치 못한 3가지의 변수가 승인으로 이어졌다. 

사실  챔피언 결정전을 바로 앞두고 많은 이들이 이란 원정에 차출되어 다녀온 김두현의 몸 상태를 염려했던 게  사실이었고, 누가 '학범슨' 김학범 감독이 지루한 경기 운영을 펼칠 것으로 내다봤으며, 마땅한  공격카드가 없는 성남의 측면 공격수에 이따마르가 후보로 나올지 상상이나 했을까. 

'괜히 걱정된' 김두현의  맹활약

김학범 감독은 경기 전날 김두현을 대기 명단에 올렸다. 물론 굳이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만, 김두현이 이란 원정 차출로 체력적으로 지쳤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던 건 사실. 그러나 김두현은 그 반대로 초반부터 수원 진영을 날카롭게  찌르면서 날카로운 중거리 슛으로 수원의 골문을 정조준하며 종횡무진 맹활약을 펼쳤다.

이를 저지할 김남일의 몸놀림이 무거워 보인 것과 달리, 김두현은 좋은 컨디션으로 성남의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톡톡히 해낸 셈.  성남은 우성용,네아가,모따로 구성된 쓰리톱이 서로 자리를 바꿔가면서 김두현으로부터 배급을 받아 끊임없이 수원의 측면을 괴롭혔다.

수원은 김두현의 활약에 경기 초반 흔들린 모습을 보였고, 김두현의 활약을 의식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어 수비 위주로 경기를 풀어갈 수밖에 없었다.

'학범슨' 김학범 감독이 지루한 경기 운영을 내놓다니!

애인을 데려간 한 축구팬이 말하길, 그냥 전체적으로 '하품'이 이따금 나왔다고 한다. 그만큼 관중이  보기엔 아쉽게도 지루한 경기가 펼쳐진 것이다. 그 주범은 바로 성남의 김학범 감독.

그 지루한 축구의 주범이 김학범 감독이라니 다소 의외다. 김학범 감독이 누구인가, 성남을 올 시즌 최다골인 42골을 뽑아낸 공격 조련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이 아니던가.

그러나 '학범슨'으로 소문난 김학범 감독의 그런 명성이 괜한 것이 아니었다. 김학범 감독은 사실상 수 원이 성남보다 센 팀으로 인정하고  '우리가 넣을 확률보다 먹힐 확률이 더 높다'는 전체하에 경기를 이끌었다. 강팀을 상대로 경기 전개방식에서 이길 수 있는 확률을 점차 높여가도록 한 것이다.  

그 방법은 바로 '서로 골이 작게 나게 하는 승부'로 몰고 가는 것이었다.  

후기리그 수원의 승리공식을 고찰해보면, 강력한 포백 수비로 상대 공격 의지를 저하한 뒤, 빠른 역습으로 결승골을 뽑아내는 것이 주였다. 

평균 신장 186cm, 80kg으로 다부진 체격의 포백라인은 중앙 센터백에 마토 와 이싸빅이라는 트윈 타워에와 양 측면에 윙백을 두지 않은 풀백 수비로 상대의 공격 의지를 무력화하는 수원은 거기에 강력한 수비형 미드필더를 여럿 보유하여 골문을 단단히 잠근다.

그런 '철옹성' 수원을 어떻게 이길까 상당히 고민한 김학범 감독이 먼저 내놓은 카드는 정석대로 중거리  슈팅이었다. 성남의 전력상 직접 수원 수비를 뚫어내 보고 싶은 욕심을 이겨내고, 흔히 단단한 수비를 돌파하는데 적극적인 중거리 슛만큼 좋은 것도 없다는 정석을 따른 것이다.

이에 성남선수들은 경기 초반부터 적극적인 슛을 했다. 개인기와 돌파로 직접 수비와 부딪쳐 실마리를  풀어가는 것도 좋지만, 전반 성남의 공격은 중거리 슈팅으로 일관했다. 문제는 시도는 했어도, 대부분  중거리슛이 수원선수들에게 막히거나 엉뚱한 곳으로 날아간 게 흠이었지만.

그러나 성남의 이런 시도는 분명 소득이 있었다. 부지런히 김학범 감독의 요구대로 2선에서 기회다 싶으면 날린 계속되는 성남의 중거리 슛 시도는 성남이 주도권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된 것이다. 문전에서 단단한 수비력으로 성남의 의지를 꺾으려는 수원의 의도와 달리, 성남은 김두현의 맹활약 속에 수원과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면서 경기를 풀어가는 해법으로 중원에서 점점 자리를 잡아가며 경기 흐름을 성남 쪽으로 가져간 것이다.

수비에서도 김학범 감독의 '지루한' 전략은 무척 훌륭했다.

성남은 수원의 빠른 역습에 대한 대비책으로 효과적인 반칙과 압박으로 내세워 수원의 공격 의지를 애초에 저지했다. 공을 직접 빼앗는 것이 아닌, 수원의 움직임을 사전에 지연시키고 반칙을 통해서 경기를  자주 끊어낸 것이다.

덕분에 경기가 재미없게 느껴진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것은 그만큼 수원을 효과적으로 막아낸 김학범 감독의 전술이 아주 훌륭했다는 반증이 되기도 한다. 스피드가 뛰어나고 역습에 효과적인 수원이 유리하게  전개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특히나 역습이 전개되기 전에 대부분 파울이 수원 진형에서 일어난  센스가 돋보이기도.
 
이처럼 파울로 인해 김학범 감독은 관중이 보기엔 답답한 경기를 펼쳤지만, 경기 전개방식에서 이길 수  있는 확률을 점차 높여갔다. 다만, 이러한 김학범 감독의 전술의 필요조건은 바로 "체력"이었는데,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김철호와 손대호가 쉴새없이 움직이며 감독의 요구에 충실하며 바빴다.

후반 들어 수원의 기세가 살아나면서 선수들의 페이스가 떨어졌다고 판단되자 김학범 감독은 후반 중반  김상식를 투입하며 압박을 강화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서로 골이 작게 나게 하는 승부'를 위해 공격보다 수비를 선택하며 사실상 2차전을 기약한 것이다. 이 또한 썩 만족스러웠다. 김상식의 투입이 후반 살 아난 수원의 기세를 점화하는데 다소 보탬이 된 것이었다.

'묘책', 이따마르의 예상치 못한 '조커' 투입

챔피언 결정전 1차전을 앞두고 대부분 전분가들은 성남의 공격진으로 이따마르-모따-네아가를 꼽았다. 득점력이 좋은 우성용의 한방도 좋지만, 높고 단단한 수원의 수비를 공략하기엔 빠른 돌파가 가능한 이따마르가 더 적격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학범 감독은 생각이 달랐다. 수원처럼 압박이 강한 팀을 이기기 위해선 좀 더 힘들어 보여도 지루한 승부를 80분 내내 지속시켜 0-0으로 이끌다가, 막판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졌을 때 이따마르를 투입 해 승리를 위한 충분조건인 단 한 골만을 염두에 두고 승부를 띄운 것이다.

종료 10분이 채 남았을까 무릎을 탁 치게 한 김학범 감독의 묘책은 그야말로 대 성공이었다. 이따마르 의 투입으로 수원선수들은 다급해지면서 후반 지속되었던 수원의 흐름은 성남으로 막판에 넘어간다.

이때 고대하던 우성룡의 결승골이 때마침 터졌다. 득점으로 이어진 것이나 다름없는 세트피스 상황을 만들어낸 것도 바로 이따마르였으니, 김학범 감독의 계획이 바로 들어맞은 것이다..



이우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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