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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츠생각] 김두현과 백지훈, '살인적인 일정이 걱정된다'

기사입력 2006.11.16 06:33 / 기사수정 2006.11.16 06:33

이우람 기자


[엑스포츠뉴스 = 이우람 기자] 축구 선수들에게 가장 최적화된 경기 출전 주기(period)는 어떨까? 흔히 알기에는 1주일에 한 경기가 적당하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축구가 쉼 없이 계속 달리면서 경기를 뛰고 나면 체중이 3~4kg 빠질 만큼 체력 소모가 심한 종목이다 보니, 한 경기를 마치고 넉넉한 휴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감독들도 선수 보호의 차원에서 짧은 기간엔 많은 경기를 출전시키는 것을 자제한다. 자칫 무리수를 뒀다가는 지친 선수들이 다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두현과 백지훈, 괜찮을까?

그런 맥락에서 보면, 최근 공론이 무성한 대표팀 선수 차출 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클럽팀과 일정과 빡빡한 대표팀 일정을 동시에 맡아야 하는 김두현과 백지훈이 염려가 되지 않을 수가 없다.

문제의 시작은 두 선수가 모두 소속팀이 K리그 왕중왕을 가리는 챔피언 결정전에 올라 19일과 25일 1-2차전을 치러야하는 가운데, 동시에 여러 대표팀 일정이 겹쳐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는 것. 김두현은 15일 아시안컵 이란전을 치른 뒤에 바로 돌아와 채 3일을 겨우 쉰 상태로 챔피언 결정전 1차전을 치른다. 10시간 긴 비행시간에 이어 이란전에 따른 체력 소모도 만만치 않은 상태에 다시 힘들게 돌아와 우승컵을 놓고 접전을 치러야 하는 챔피언 결정전에 투입되어야 한다.

감독 재량으로 이 날 김두현에게 휴식을 줄 수도 있겠지만, 김두현은 성남 공격을 책임지는 플레이메이커로 그라운드 전반을 누비는 선수다. 그가 많이 뛰지 못하면 그만큼 성남에겐 타격이다. 장거리 원정과 접전이 예고되는 챔피언 결정전을 소화한 김두현은 26일 챔피언 결정전 2차전을 치른 바로 다음날인 26일 비행기를 타고 6시간의 시차를 극복해야 하는 카타르 도하로 날아가 28일 방글라데시와의 아시안게임 예선 1차전에도 출전해야 한다.

사실 이번 아시안컵 조별예선이란 원정은 본선 티켓을 확보해 챔피언 결정전과 아시안 대회에 나선 김두현의 체력 안배를 위해 소집 제외를 기대했지만 베어벡 감독은 그의 소집을 강행해 성남 김학범 감독과 팬들의 반발을 심하게 산 상태다.

백지훈은 더욱 심히 걱정된다. 백지훈은 지난 8일 FA컵 고양 국민은행과의 준결승을 시작으로 4일 뒤인 12일 포항과의 K리그 플레이오프에서도 풀타임을 소화했다. 그는 불과 이틀 뒤엔 곧장 남쪽 창원으로 내려가 올림픽 대표팀 한일전 경기 후반전에 나섰다. 이 또한 홍명보 감독대행의 체력 안배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그는 경기를 나서야 했다.  

19일 주말 챔피언 결정전 1차전을 대비해 휴식 시간이 잠시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중요한 일전이기 때문에 평소보다 배 이상의 피로와 부담이 따르는 경기다. 전에 쌓인 피로가 더욱 가중될 위험이 크다.

백지훈은 19일 챔피언 결정전을 마치면 정말 숨 돌릴 틈도 없이 올림픽대표로 20일 도쿄로 날아가 21일 일본과 친선전을 치르고 다음날 22일 비행기를 타고 귀국해 25일 성남과의 챔피언 결정전 2차전을 준비한다.

여기까지만 해도 벅차 보이는데, 아직 끝이 아니다. 백지훈은 26일 비행기를 타고 카타르 도하로 날아가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한 뒤 28일 방글라데시와의 아시안게임 예선 1차전에도 출전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선수 소집은 궁극적으로 '축구발전 저해'

좀 더 얘기를 덧붙이면 이런 김두현과 백지훈의 혹사에 대한 걱정은 K 리그의 권위를 생각하지 못하는 연맹과 협회의 파행운영에 대한 지적으로도 연결된다. 팬들은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를 치를 김두현과 백지훈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아무리 백지훈 선수가 "전 젊어서 괜찮습니다."라고 말한다 한들, 짧은 기간에 많은 경기에 나서야 하니 체력적인 부담이 없을 리가 없다. 사실 베어벡 감독은 감독으로서 자신이 맡은 선수들로 하여금 최고의 성과가 거두면 된다. 외부적인 경기 일정 조율은 축구계의 몫이다.

그러나 그동안 축구계는 대부분 프로팀의 일방적인 양보와 희생을 바라왔다. 1년 가장 프로 축구의 큰 잔치인 챔피언 결정전 2차전이 일요일이 아닌 토요일로 옮겨진 것도 대표팀과 프로축구 일정 조율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탓이 크다.

수원의 차범근 감독은 "원칙 없는 소집이 한국을 망친다.”라며 “지금 월드컵보다 중요한 경기를 하는가? 그리고 프로축구에서 챔피언결정전보다 더 중요한 경기가 있는지 묻고 싶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한국 축구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차감독의 이런 말은 적어도 한국에서는 아직 유럽보단 국가대표를 위해 일정 부분 양보가 가능하더라도 너무 지나친 대표팀 우선주의는 축구 발전에 저해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에서 얘기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김두현과 백지훈도 대한 이런 염려는 '선수 개인'이 자칫 혹사로 다칠 것에 대한 걱정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좋은 선수가 일차적으로 속한 프로팀에서 최상의 기량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것으로 비롯되는 프로축구 흥행 저해에 대한 염려도 동시에 포함되는 것이다..



이우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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