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05:00
사회

[함께 나눠요] 죽음 기다리는 엄마…홀로 남는 아이

기사입력 2010.06.26 20:52 / 기사수정 2011.06.30 01:45

엑스포츠뉴스 기자

아픈 엄마 곁을 지키느라 학교에 자주 빠지는 혜미(가명, 10세)를 만나기 위해 목포 상동을 찾았다. 어머니 강인자(가명, 50세)씨는 유방암 말기 환자로 딸과 힘든 생활을 하고 있던 중, 지난주 6개월을 선고받고 병원에 입원했다.

  

찾아간 단칸방에서 모녀의 고단한 일상을 읽을 수 있었다. 중고로 장만한 냉장고와 세탁기는 멈춘 지 오래, 기름값이 무서워 함부로 켜지 못한 보일러 때문에 지난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아이를 갖고 잘 먹지 못했어요. 만삭의 몸으로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며 근근이 살았지요."

남편과 관계가 악화되어 길로 내몰린 임산부, 약한 심장과 선천적 악성빈혈이 산모를 힘들게 했다. 산모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태어난 아이는 이유 없이 열이 오르내려 자주 병원을 찾았다. 연이어 계속된 정신과 육체적 고통 때문에 그녀 또한 자주 병원에 입원해야 할 만큼 쇠약해졌다.

하루는 몹시 간지럽던 가슴에서 몽우리가 잡혔다. 암이 의심됐지만 당장 어린 딸을 어디 맡길 곳이 없었다. 월세와 끼니가 고작인 형편에 병원 검사비, 수술비는 먼 세상 이야기. 강인자씨는 몸에 무리가 가는 식당일 대신, 물건 판매하는 일을 시작했다.

  

가슴에서 생선 썩는 냄새가…

1년 후 가슴에 암 덩어리가 볼록 튀어나와 여름옷에 피부가 쓸렸다. 쓸린 상처에 피가 흘러 그대로 염증이 생겼다. 몸을 씻으려고 염증 부위에서 수건을 떼어내면 가뜩이나 부족한 피가 쏟아져 현기증으로 자리에 주저앉아야 했다.

유방암 말기. 의사는 암 크기를 줄이는 항암치료 후 수술을 하자고 했다. 평소 봉사활동을 열심히 한 강인자씨를 위해 주민들이 돈을 모아 항암치료를 도왔다. 하지만, 수술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보호자가 필요했다. 어렵게 소식이 연결된 여동생은 보호자 역할을 거절했다.

강인자씨는 2007년 수술을 받지 못했다. 이제는 암세포가 왼팔로 전이되어 코끼리 피부처럼 딱딱하게 부어올랐다. 심지어 폐까지 영향을 받아 평소 숨쉬기가 편하지 않다.

  

그녀는 아리고 떨어져 나갈 것 같은 팔로 아이 운동화와 옷을 조물거려 빨래했다. 하지만, 점차 부어오르는 팔 때문에 집안일은 물론 가슴을 소독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

"가슴에서 고등어 냄새가 난다는 아이 말에 문방구에서 향수를 사다 듬뿍 뿌리고 출근했어요. 딸이 곁에서 힘든 상황을 잘 참아주어 고맙습니다."

영양실조라서 잘 먹여야 하는데…

혜미는 영양실조에 걸려 길을 걷다가 자주 쓰러진다고 했다. 평소 얻어온 밥이 상하면 아까워서 끓여먹었다는 두 모녀의 주식은 라면, 성장기 아이에게는 치명적인 식단이다.

"아이가 이렇게 제 곁을 지키고 떨어지질 않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형편 생각하지 말고 그냥 수술을 받을 걸 그랬습니다. 죽음은 전혀 무섭지 않아요. 그저 어린 걸 생각하면 심장이 녹을 것 같아요."

  


혜미는 한 달 가까이 학교 대신 병실에서 엄마의 손을 잡아주고 젖은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주고 있다. 아픈 엄마를 돌보느라 학교에 나가지 못한 혜미는 학과 진도가 많이 뒤처진 상태다. 그런 딸아이를 바라보는 강인자씨의 눈길에 안쓰러움이 가득하다.

주말에 상태가 더 악화된 강인자씨는 현재 산소 호흡기를 끼고 있다. 그녀는 훗날 아이가 성장했을 때, 공부하고 싶어도 형편이 어려워 대학에 가지 못할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혼자 남게 되는 딸아이를 염려하는 엄마의 간절한 마음이 읽혀졌다.

앞으로 혜미는 월드비전이나 지역사회에서 운영하는 복지시설에 거취를 정해 생활할 예정이다. 주변의 따스한 보살핌과 애정이 힘겨운 시기를 건너는 아이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다. 어린 혜미에게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다.

[야후! 나누리] 엄진옥 기자 umjo2002@yahoo.co.kr

※ 강인자, 강혜미 모녀(전남 목포)에게 도움을 주길 원하시는 분은 <야후! 나누리> 를 통해 온라인후원을 하거나, <월드비전>(☎ 02-784-2004)로 연락하시면 됩니다.



엑스포츠뉴스 라이프 매거진 press@xportsnews.com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

주간 인기 기사

연예
스포츠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