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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사·안나 진짜라 생각했으면"…'겨울왕국2' 이현민 애니메이터의 진솔한 이야기 [인터뷰 종합]

기사입력 2019.11.26 17:54 / 기사수정 2019.11.26 17:54


[엑스포츠뉴스 황수연 기자] "아이들이 엘사와 안나가 진짜로 존재한다고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애니메이터에게는 우리의 존재가 사라지고 캐릭터만 남았을 때 성공했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겨울왕국' 캐릭터를 사랑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영화 '겨울왕국2'(감독 크리스 벅, 제니퍼 리)의 이현민 애니메이션 슈퍼바이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겨울왕국2'은 숨겨진 과거의 비밀과 새로운 운명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엘사와 안나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겨울왕국2'의 비주얼 개발 작업과 CG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담당했다. 총 6명의 슈퍼바이저 중에서는 안나 캐릭터를 맡아 총괄 역할을 수행했다. 

이날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해외 거주 이력을 묻는 질문에 "아버지가 해외 건설에 관련한 일을 하셔서 어릴 때부터 외국에 살았다. 홍콩에도 말레이시아에도 오래 있었다"며 "저는 한국 국적을 가지고 있고 남편도 한국인이다. 아버지도 친척도 한국에 있어 1,2년에 한 번씩은 오려고 한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전공 후, 이 분야의 최고로 꼽히는 디즈니 사에 입사하게 된 과정도 털어놨다.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어릴 때부터 만화를 좋아해 늘 찾아보고 직접 그렸다. 그중에서도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다. 그런데 주변에 이 일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지 않나. 애니메이터라는 직업이 뭔지도 모른 채 그 일부가 되고 싶어서 막연히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지금의 이현민 슈퍼바이저가 있기까지 가장 많은 도움을 주고 힘이 되준 사람은 어머니다. 그는 "어머니께서 제가 만화를 너무 좋아하는 걸 보고 '너는 애니메이션을 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하셨다. 그때는 국내에 이 분야가 활성화돼있지 않을 때라 미국에 가면 좋을 거라고 생각하셨다"고 운을 뗐다. 

그는 "'겨울왕국2' 후반부에 'Show Yourself' OST가 나오는 부분이 있다. 감독님이 안나와 엘사의 힘에 어머니의 영향력이 얼마나 컸는지 포커스를 두고 싶어해 그 장면을 굉장히 고민했다. 이후 스토리보드와 노래로 시퀀스를 완성했을 때 스튜디오가 모두 눈물 바다가 됐다. 그때 서로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는 시간을 가졌고, 저는 어머니가 저를 미국에 가라고 지원해주실 때 위암 판정을 받았던 일을 털어놨다. 어머니는 제가 미국에 안 간다고 하자 끝까지 가야한다고 밀어주셨다. 그리고 수능을 본 후 그해 12월 돌아가셨다. 제가 애니메이션을 배우고 지금 이 자리까지 온 걸 못 보셨던 거다. 엘사와 안나도 자신의 역할을 각성하는 순간에 부모님이 안 계시지 않았나. 아토할란에서 물의 기억을 통해 부모님을 간접적으로 만났는데 그 장면이 특별하게 와닿았다"고 이야기했다. 

디즈니의 슈퍼바이저 직책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캐릭터 하나에도 의상 담당, 목소리 담당 등 여러 명의 협업이 이뤄진다. 제가 하는 역할은 캐릭터가 어떤 동작을 할지 심층적으로 연구해서 미리 셋업을 해두는 것이다. 또 애니메이터가 8,90명 정도니까 이들에게 통일성을 부여하는 일을 한다. '겨울왕국2'에는 총 6명의 슈퍼바이저가 각자 맡은 캐릭터를 담당했다"고 밝혔다.  

안나 캐릭터의 특징으로는 "엘사는 움직임이 적고 매사에 심사숙고를 한다. 그러나 안나는 뭐든지 솔직하고 즉흥적으로 반응하는 캐릭터라 몸동작이 크고 감정이 얼굴에 드러난다. 예를 들어 엘사는 화가 나면 인상을 쓰는데 안나는 몸동작까지 쓴다"고 설명했다.

'겨울왕국2'에는 전편에 비해 내외적으로 성장한 안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1편에서 안나는 혼자 씩씩하게 자라왔고 잃을 게 없는 상황에서 언니를 구하기 위해 겁 없이 뛰어드는 직진 캐릭터다. 그러나 1편이 끝나면서 가족을 찾았고, 사랑하는 사람도 생기는 등 자기가 소원하던 것들을 모두 가지게 됐다. 2편은 이것들을 지키기 위해서 걱정하는 안나의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다. 또 주변에 아무도 없게 됐을 때 내면에 있는 자신만의 힘으로 어떻게 일어서는지, 각성하는 모습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꿈의 직장 디즈니에서 일하는 소감도 전했다.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꿈의 직장이 아닌가. 저를 포함해 많은 분들이 어릴 때부터 디즈니 만화를 보고 자라면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어릴 때 봤던 디즈니 만화의 기준에 나도 부합해야겠다는 책임감도 크다. 만드는 순간은 힘들지만 최선을 다해 만들어서 몇십 년이 지나도 여러 세대에 걸쳐 사랑받는 작품을 만들자는 목표가 있어 동기부여가 된다"고 강조했다. 

혹시 개봉일에 맞춰 밤새 야근을 하는 일은 없을까. 이에 이현민은 "우리 회사는 너무 늦게 일하면 빨리 집에 가라고 한다. 회사가 그런 부분을 잘 챙겨줘서 야근을 하거나 무리하는 일은 거의 없다. 또 스케줄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건강을 유지하면서 일할 수 있게 개봉 스케줄을 잡아준다"고 웃음을 지었다.

끝으로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아이들이 안나과 엘사, 올라프 등 캐릭터들이 진짜로 존재한다고 믿고, 가족 혹은 친구처럼 애정을 가지고 바라보지 않나. 애니메이터로서 최고는 저희의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희의 손이 보이지 않을수록 캐릭터들이 자신만의 존재로 살아간다. 그럴 때 우리도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2편을 만들 때 '안나는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관객들의 반응을 보고 뜻깊고 뿌듯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한편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대한민국 서울에서 태어나 주로 서울에서 성장기를 보냈지만 홍콩과 말레이시아에서도 몇 년 동안 거주했다. 어릴 때부터 디즈니의 장편과 단편을 비롯한 애니메이션과 만화책에 빠졌고 자신의 미술 재능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로 나가고자 했다. 미술에 대한 열정으로 만화를 그렸고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다른 출구도 찾기 시작했다. 코네티컷에 있는 웨슬리언 대학교에 입학해 미술을 전공했다. 그 후 디즈니 애니메이터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우며 칼아츠(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 CalArts)를 졸업했다.

디즈니에 입사하기 전에는 레니게이드 애니메이션에서 일하며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더 미스터 맨 쇼(The Mr. Men Show)'에 참여했다. 직접 만든 단편 애니메이션 '체스트넛 트리(The Chestnut Tree)'가 애니 어워드 2개 부문(단편작품상, 애니메이션 아티스트상) 후보에 오르고 여러 유명 영화제에서 상영되었다. 칼아츠 재학 시절에 만든 '패시지(Passages)'를 뉴욕 현대 미술관에서 열린 ‘투모로우랜드: 칼아츠 인 무빙 픽처스(Tomorrowland: CalArts in Moving Pictures)’ 전시회에 출품했다. 그가 디즈니에서 처음 맡은 애니메이션 작업은 '공주와 개구리'의 재즈를 연주하는 악어 루이스 캐릭터였으며 디즈니의 전설적인 애니메이터 감독 에릭 골드버그 아래에서 작업했다. 현재 수작업 애니메이션과 CG 애니메이션, 비주얼 개발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2007년 재능 계발 프로그램에 합격하면서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 후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공주와 개구리'(2009), '곰돌이 푸', '주먹왕 랄프', '겨울왕국', '빅 히어로', '주토피아', '모아나', 2013년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수상한 '페이퍼맨'에 애니메이터로 참여했다. 

hsy1452@xportsnews.com / 사진 =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황수연 기자 hsy1452@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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