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6.23 06:50 / 기사수정 2010.06.23 06:51
[엑스포츠뉴스=윤인섭 기자] 아르헨티나 노장 스트라이커 마르틴 팔레르모(37, 보카 주니어스)가 그리스전 추가골로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축제에 기름을 부었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리오넬 메시가 아니라 팔레르모가 되었다. 후반 34분, 무거운 몸놀림을 보이던 디에고 밀리토를 대신해 교체 투입된 팔레르모는 10분 후, 리오넬 메시의 슈팅이 초르바스 골키퍼의 선방에 맞고 나오자 강력한 슈팅으로 아르헨티나에 추가골을 안겼다.
팔레르모의 영화 같은 '인생 드라마'에 클라이막스가 된 순간이었다.
팔레르모는 지난 1999년 코파 아메리카 대회 콜롬비아전에서 한 경기 페널티 킥 실축 세 차례로 전 세계적 유명세를 탔다. 그러나 바로 다음해, 팀 동료 후안 로만 리켈메와의 찰떡 호흡을 과시하며 소속팀 보카 후니오르스를 세계 클럽선수권 우승으로 이끌었고 날카로운 득점력으로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팔레르모의 순도 높은 득점은 여러 유수의 유럽 클럽의 관심을 이끌어냈고 팔레르모는 2001년, 라 리가의 신흥 강호로 떠오르던 비야 레알로 이적하며 유럽 무대에 입성했다. 그러나 팔레르모에겐 다시 한번 시련이 찾아온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 왼발이 부러지는 중상으로 팔레르모는 선수 생활에 위기를 맞이한 것이다.
강인한 의지로 팔레르모는 부상에서 가까스로 복귀했지만 더 이상 이전과 같은 활약을 보일 수 없었다. 결국, 4년간의 유럽 생활을 마감하고 2004년, 팔레르모는 자신의 친정팀 보카로 돌아오고 만다.
그러나 잔인한 부상으로 예전의 날카로운 움직임은 사라졌지만, 팔레르모는 오히려 인간적으로 성숙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소속팀에 헌신하며 점차 예전의 득점력을 회복해갔다.
확실한 자기관리로 팔레르모는 오히려 나이를 먹을수록 강력해졌다. 그런 팔레르모에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2009년 9월,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이 36세(당시)의 팔레르모를 발탁한 것이다. 팔레르모로서는 무려 10년 만의 대표팀 복귀의 순간이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의 지역 예선 통과가 걸린 페루와의 홈경기, 팔레르모와 아르헨티나, 그리고 마라도나의 드라마가 완성된다. 팔레르모가 경기 종료 직전 극적인 득점으로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아르헨티나에 승점 3점을 바친 것이다.
그래도 과연 팔레르모가 월드컵 본선 무대에 함께할 것에 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리오넬 메시, 곤살로 이과인, 디에고 밀리토, 카를로스 테베스 등, 유럽 무대를 호령하는 아르헨티나 공격수들이 워낙 무서운 활약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팔레르모는 소속팀 보카의 역대 최다 득점(이전 218골)을 갱신하며 자국 리그에서 무서운 골 폭풍을 이어갔고 팔레르모의 헌신적인 팀 플레이와 리더 쉽을 기대한 마라도나 감독은 신예 공격수 에세키엘 라베씨를 제외하면서까지 그를 최종 명단 23인에 포함하고 만다.
37살의 나이에, 자신의 처음이자 마지막 월드컵이 팔레르모에 찾아온 것이다. 물론 쟁쟁한 아르헨티나 공격수들의 존재로 팔레르모는 경기장보다 벤치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었다. 본선 시작 이후에도 나이지리아와 한국전에서 연달아 벤치에서 대기만 했다.
그러나 2승으로 16강 진출이 사실상 확정된 그리스와의 3차전, 기어코 팔레르모에 기회가 찾아왔다. 그리고 팔레르모란 이름에 걸맞게 팔레르모는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단지 '출전'이라는 의미에만 한정 짓지 않았다.
단 한 번에 찾아온 기회에서 날카로운 결정력을 과시하며 역경을 이겨낸 감동적인 골을 만들었다. 축구를 통한 드라마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순간이었다.
전 세계적 조롱거리가 된 악몽적인 경기, 선수 생명을 위협했던 다리 골절 등 역경을 이겨낸 팔레르모이기에 승부가 결정된 순간의 한 골이 그토록 아름다울 수 있었다.
[사진=마르틴 팔레르모 ⓒ Getty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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