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5.08.16 05:23 / 기사수정 2005.08.16 05:23
기대와 실망 그리고 전례
움베르토 코엘류 감독이 대한민국 국가 대표팀을 맡은 것은 2002년 월드컵이 끝난 뒤의 대한민국의 세대교체 시기였다. 그는 여느 축구 선진국에서 도입된 감독들과 마찬가지로 포백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포메이션을 선보였다.
그러나 최근 K리그 전기리그 우승팀의 사령탑인 포터필드 감독의 변처럼, 포백기반 수비를 우리나라에 접목시키기는 매우 힘이 들었다. 우리나라 팬들은 그 시간을 기다려 주지 않았고, 세계축구의 흐름인 투볼란치(앵커, 홀딩)를 기반으로 하는 4-2-3-1의 포메이션에서 조재진, 최용수를 중심으로 하는 3-4-3포메이션으로의 귀환을 요구했다. 그렇지만, 분명 코엘류 감독은 우리나라의 선수들을 알아가는 중이었고, 새로운 스타일의 축구를 만들려고 하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팬들은 히딩크의 파워프로그램이 단기리그의 선수체력의 극대화가 아닌, 전반적인 실력의 향상이라고 잘못 생각했던 것 같다. 4강 신화의 주역들을 가지고 졸전을 거듭한 코엘류는 경질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쓰고 한국을 떠났다. 그 후 메추감독의 언론플레이, 핌 베어백 코치 제안 거절 등등 축구협회는 한 나라의 감독을 뽑는 것 치고는 굉장히 졸렬한 해프닝을 연출했고 결국 듣지도 보지도 못한 본 프레레 감독을 데려오게 된다.
혼란과 분노 그리고 시간
본 프레레 감독이 취임한 후 그는 아시아 컵 우승을 천명하게 된다. 가장 유명한 말이 “상대편이 3골을 넣으면 우리는 그보다 더 많은 골을 넣으면 된다”라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호언장담하던 그의 태도와는 달리 이란과의 경기에서 3-4로 지며 결승도 오르지 못한 채로 탈락하고 말았다.
그 후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담맘쇼크라고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전에서의 0-2완패, 최근 열린 동아시아대회 꼴찌등 화려한 전적을 계속 쌓아오고 있다. 팬 10명 중 9명이 그의 퇴진을 바라고 있을 정도로 그의 입지는 벼랑 끝에 몰려있다. 비록 통일축구대회에서 3-0으로 이기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도 그의 실력에 대해서 의문을 금할 수가 없다. 하지만, 그를 지금이라도 퇴진하게 만들 수 없는 것은 ‘시간’이다. 코엘류 퇴진이라는 전례가 있지만, 그 때는 2006 독일 월드컵까지 여유시간이 있었다는 점에서 지금의 상황과 다르다.
그 만의 선수기용, 알 수 없는 전술
본 프레레 감독이 취임한 후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는 아마 이동국일 것이다. 국내 축구 관련 사이트에서는 지금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을 때에도 이동국팬과 이동국안티팬 들의 싸움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그만큼 그의 대한 평가는 양분되어 있다.
하지만 문제는 왜 본 프레레가 이동국의 경쟁상대를 만들지 않느냐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이동국의 위치인 센터포워드만의 문제가 아니다. 왼쪽미드필더, 오른쪽 측면 공격수등 많은 위치에서 포지션을 독점하고 있는 선수들이 있다. 김동진, 이천수 등이 그 선수들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한국축구의 발전적인 면에서 굉장한 손해를 준다. 경쟁상대가 없이 위치를 독점하고 있는 선수들도 문제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그 선수들의 컨디션과 관계없이 무조건적인 선수기용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동국이 최근 K리그에서 부진하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또한 김동진이 대표팀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천수가 극악의 슬럼프에 빠져 있는 것도 알 것이다. 하지만 본 프레레는 그런 중요한 요소를 간과하고 있으며, 센터포워드인 김진용이나, 박주영을 윙으로 돌리거나, 왼쪽인 이영표, 박규선을 오른발잡이라는 이유로 오른쪽으로 돌리는 등 상식이하의 선수기용을 펼치고 있다.
전술적인 문제는 더욱 심각한 상태이다. 지난 LA전지훈련 때에는 김동현, 남궁도 등을 윙으로 놓는 어이없는 전술로 어안을 벙벙하게 만들어 놓더니, 김상식, 김정우 기용, 정경호 공미 기용 등 갈수록 태산이라는 말이 어울리게 한다. 이 많은 대한민국에 축구선수들 중에서 공미가 없어서 윙인 정경호를 공미자리에 놓을 수밖에 없는 것인가.
본 프레레 전술의 핵심인 쓰리톱 변형은 받아들일 만한 선수의 능력도 되지 않고, 받아들일 이유도 없다고 본다. 포백에서 한쪽이 오버래핑을 나간사이에 역습이 들어왔을 때에 한쪽 윙백이 중앙수비로 들어와 쓰리백을 형성하는 것과 같이 한명의 윙이 공을 잡을 때에 다른 한쪽의 윙이 가운데 센터포워드로 들어와 두톱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 우리나라에는 윙의 역할과 센터포워드의 역할을 둘 다 소화할 수 있는 선수도 없을 뿐더러, 소화한다고 해도, 그 전술이 각각 역할분담이 된 윙과 센터포워드로 이루어지는 전술보다 강력하다고 생각되어지지 않는다.
4-4-2, 3-4-3, 그리고 3-4-1-2?
이제 오는 17일 사우디전을 끝으로 2006 독일 월드컵 최종예선 일정은 마무리된다. 독일행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본 프레레호의 성과는 벌써부터 주전을 다 뽑았다는 말, 그 뿐이다. 아직까지도 경질론이 슬슬 나오기 시작할 때마다 골을 터뜨리는 박주영이나, 해외파들에 의해서 근근히 ‘생명 연장’을 하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최근 본 프레레 감독은 미드필더에 공미를 두고 투톱을 운영하는 3-4-1-2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물론 예전의 3톱 전술 보다는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처럼 자신만의 선수기용으로는 3-4-1-2포메이션은 그저 단순한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는 이 역시 '생명연장'을 위한 술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본 프레레 감독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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