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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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응원열전] 그리스전, 저마다 달랐던 부평의 응원 열기

기사입력 2010.06.15 15:11 / 기사수정 2010.06.15 15:11

김인수 기자

2006년으로부터 4년이 지났다. 그리고 월드컵이 돌아왔다.

이번 월드컵인 남아공월드컵에 한국팀은 다시 출장했고, 7연속 출장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때문에 한국인에게는 그냥 월드컵이 돌아온 것이 아니라 축제 월드컵이 돌아왔다고 해야 할 것이다.
 
지난 2002 월드컵부터 한국인에게 거리응원은 월드컵의 필수요소가 되었다. 거리에서 같은 의식을 가진 동지끼리 한마음 한뜻이 되어 같은 구호를 외치는 거리응원은 어느새 한국인들이 월드컵 하면 기다리는 행사가 되었다.
 
하지만, 저 부류에서 나는 빠지게 되었다. 사람들이 북적대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 성격이라서 그렇다. 그래서 그냥 집에서 가족끼리 보았다. 물론 이런 이유만으로 안 본 것은 아니다. 내 집은 시내와 아주 가깝다.

게다가 한국이 그리스와 경기하는 날은 시내에서 축제를 하는 날이었다. 이 축제의 한 행사가 월드컵 거리응원이었는데, 이 거리응원에 사람들이 모일 것은 자명했다. 나는 이 거리응원에서 사람들의 반응을 거리를 두고서 지켜보고 싶었다.
 
6월12일 되었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비가 오면 야외 행사들은 많은 차질을 빚는다. 그 많은 차질 중에 가장 큰 요소는 바로 사람들이다. 비가 오면 사람들이 집에서 나오지 않는 것은 당연한 행동이다. 밖에서 비를 맞으면 돌아다니는 것이 이외로 체력을 소모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는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거리응원에 나올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많은 이들이 집에서만 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곧바로 고쳐먹었다. 어차피 행동은 욕망의 표현이기에 나오고 싶은 사람은 비가와도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경기가 시작되었다. 주심이 킥오프 휘슬을 불자 시내에서 와~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듣고서 비가와도 꽤 많은 사람이 왔다 싶었다.
 
집에서 앉아 거리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자니 웃음이 터져 나왔다. 시내에서 나오는 소리만 들어도 경기를 알 수 있을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한국팀이 지고 있을 때에는 그야말로 고요했다. 하지만, 분위기가 좋지 않은 고요였다. 차가운 고요라는 말로 모든 것이 대변되었다. 그 와중에 그리스가 슈팅을 날리면 아악~~~!!하는 소리가 짧게 들려왔다. 이 소리는 아파트 단지 내에 각 아파트 동에서도 같은 시간대에 나왔다.
 
그러다 한국팀이 공격을 할 때에는 와아~~!!!하는 소리가 시내와 아파트 단지를 덮었다. 한국의 공격이 끊기거나 슛이 골대를 비켜나가면 환호 소리 마지막에 아아~하면서 소리가 끼어들었다.
 
이 소리 중에 가장 확실하게 큰 소리는 당연히 골이 들어갔을 때였다. 전반 7분이라는 이른 시간부터 시내와 아파트 단지 내에서 환호소리가 울려 퍼졌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한국의 승리를 말했지만, 이렇게 이른 시간에 골이 터질 줄을 몰랐던 것이다.

한국이 승기를 잡은 채로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 사이사이에 한국이 실점할 뻔할 때마다 사람들은 심장 부여잡는 소리를 했지만 곧바로 한국팀에게 환호를 보냈다. 그리고는 다시 동네는 조용해 졌다. 시내에서만 대한민국과 북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전반이 끝나자 나는 시내로 걸어나가 보았다. 내 집에서 시내까지는 걸어서 3분이다. 때문에 사람들이 응원에 빠졌던 모습과 휴식을 취하려 이동하는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었다. 모든 이들이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많은 이들이 붉은 티셔츠를 입고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거리에는 상인들이 응원용품을 팔고 있었고 짧은 시간에 휴식 및 화장실을 찾기 위해 많은 사람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많은 이들이 축구를 보고 있었지만 축제기간이었기에 많은 부스가 길거리에 설치되어 있었다. 이 중에 한 부스가 눈에 들어왔는데 바로 부평고 축구부의 부스였다.
 
현재 남아공에 가 있는 대표팀의 4명이 부평고 출신이다. 김남일, 김정우, 조용형, 김형일이 그 주인공이다. 때문에 부평고 축구부는 이 4명의 사진을 붙여놓고서 붉은 티셔츠를 팔고 있었다. 또 다른 국가대표를 위해 힘을 보태달라며 후원금도 받고 있었다. 거기에는 부평고 출신이든 아니든 많은 이들이 티셔츠를 사려 하고 있었다.
 
휴식시간이 다 되어 가자 나는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 중에 한 호프집을 보았는데, 아주 가게가 만원이었다. 분명히 거리응원은 나왔는데 비 맞기는 싫은 사람들이 길가의 호프집에서 비를 피하며 응원을 하는 듯했다.
 
집에 돌아오자 후반시작 40초였다. 길거리와 아파트 단지의 반응은 전반과 다를 것이 없었다. 다만, 딱 하나 다른 것이 있었는데 바로 2번째 골이 그것이었다. 후반 7분 박지성이 골을 넣자 환호는 1번째의 골과는 달랐다. 환호와 기쁨이 더 오래간 것이다. 시내에서부터 들리는 환호가 아파트의 환호와 더해져 더 우렁찬 소리를 만들고 있었다. 승리를 확정짓는 골이기에 더 환호하는 듯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의 승리를 확정적이 되어갔다. 그리고 경기종료 휘슬이 불리는 순간 시내와 아파트의 많은 이들이 지난 90분 통틀어 최고로 큰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동차 경적, 북 등등 주변에 있는 모든 사물을 이용해서 대한민국 박자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이 소리 대다수가 시내에서만 연주되었기에 아파트에 있는 사람들에게 큰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이 기쁨의 연주는 밤늦게까지 이어지면서 한국의 2010 남아공 월드컵 첫 승을 자축하고 있었다.



김인수 수습 기자 pres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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