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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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커+] 자신의 축구 철학에 발목 잡힌 만치니

기사입력 2010.04.18 11:43 / 기사수정 2010.04.18 11:43

박문수 기자

[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142번째 맨체스터 더비의 승자는 '전통의 강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몫이었다.

17일 밤(한국시각) 시티 오브 맨체스터에서 열린 2009-2010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 35라운드에서 맨유는 후반 추가 시간에 나온 폴 스콜스의 헤딩 결승골에 힘입어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에 1-0으로 승리했다.

애초, 이번 경기는 종착역을 향해 달리는 이번 시즌 EPL의 우승팀과 4위 팀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게다가 기존 맨체스터 더비가 전통의 강호였던 맨유의 우세로 추가 기울여진 상황이었다면, 이번 시즌 더비는 오일 머니의 힘을 빌려 착실한 전력 보강에 성공한 맨시티의 반격이 매서웠기 때문에 더욱 기대됐다.

그럼에도, 양팀은 경기 초반부터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줬다. 맨시티가 측면 미드필더에게 수비적인 임무를 맡길 정도로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했다면, 맨유는 지공과 역공을 동시에 발휘하면서 공격을 이끌었다. 밀고 당기는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지만, 지난 1차전에서 폭발적인 득점력으로 화끈한 난타전을 선보인 양팀과는 사뭇 달랐다.

맨유는 문전 앞에서 2% 부족한 모습으로 득점 기회를 날렸으며 맨시티는 세밀함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히 맨시티는 결정적인 상황에서 상대 수비진을 능수능란하게 공략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며 토트넘의 맹추격을 받게 됐다. 과감한 투자로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챔스) 진출을 노리는 팀이었기에 더욱 아쉬움을 자아냈다.

이번 경기를 통해 드러난 맨시티의 문제점을 [싸커+]에서 알아보자.

자신의 축구 철학에 발목이 잡힌 만치니

앞서 말했듯이 이번 시즌 맨시티는 과감한 투자를 통해 새로운 팀으로 탄생했다. 카를로스 테베스, 에마뉘엘 아데바요르, 콜로 투레 등 EPL에서 검증된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수집하며 그들은 강호로서의 입지를 굳힐 듯 보였다.

하지만, 맨시티는 잇따른 무승부에 발목이 잡히며 경쟁에서 밀렸다. 결국, 지난 1시즌 반 동안 팀을 이끌었던 마크 휴즈 감독가 경질됐으며 후임으로 인테르 밀란을 이끌었던 로베르토 만치니가 영입되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게 된다.

맨시티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만치니는 강팀과의 경기에서는 안전성을 바탕으로 역습에 중시했으며 약팀과의 경기에서는 과감한 공격축구를 구사했다. 기존의 휴즈가 수비진을 가다듬지 못하며 우왕좌왕하며 21경기에서 29골을 실점한 것과 달리, 만치니는 이날 경기를 포함해 23경기에서 23실점을 기록하며 더욱 안정적인 수비를 구사하게 됐다. 게다가 소위 양민학살로 불리는 약팀을 상대로 막강한 화력을 드러냈는데 최근 2경기에서 번리와 버밍엄 시티를 상대로 11골이나 집어넣는 괴력이 이를 입증했다.

하지만, 만치니는 이날 4위 수성에 분수령이 된 맨체스터 더비에서 자신의 축구 철학에 발목이 잡혔다.

우선 이날 맨시티는 후반 중반까지 맨유를 상대로 비교적 잘 싸웠다. 맨시티는 맨유 선수들보다 많이 움직였으며 최전방 포워드로 나선 아데바요르를 시작으로 모든 선수가 수비 가담에 무게를 두며 맨유를 괴롭혔다. 아데바요르가 최종 수비진까지 내려온 것을 비롯해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출전한 애덤 존슨이 오노우하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운 점, 테베스와 크레이그 벨라미도 각자의 위치에서 맨유 수비진을 압박한 점이 이에 해당된다.

특히 이날 경기의 수훈갑은 나이젤 데 용의 활발한 움직임이었다. 비록 맨시티가 패해서 이 경기 최고의 선수를 뽑는 것은 무의미하지만, 데 용은 중원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며 맨유 공격의 흐름을 끊었다. 게다가 컨디션이 좋지 못한 ‘맨유의 주포’ 루니를 계속 괴롭히며 그에 의한 공격을 원천 봉쇄했다.

그럼에도, 만치니는 역습 상황에서 패스의 공급을 원활하게 이루자는 명분으로 데 용을 스테판 아일랜드와 교체했다. 비록 아일랜드가 창의적인 움직임을 바탕으로 공격 전개 상황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번 시즌 심각한 기복을 보여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잘못된 교체 투입이 됐다. 데 용이 빠진 상황에서 맨시티는 줄곧 맨유의 수비진을 흔들며 공격 주도권을 잡은 점은 좋았지만, 수비 뒷공간을 메우는 능력이 탁월한 그의 부재는 종료 직전 실점의 빌미가 됐다.

만일 파트리스 에브라의 크로스를 저지하는 선수 혹은 완벽하게 공간을 만들어내며 결승골을 넣은 스콜스에 대한 데 용의 대인 방어가 있었다면, 최소한 패배는 면했을 것이다.

아일랜드의 부진, 중원에서의 창조성을 잃다

또한, 중원에서의 원활한 볼 배급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 시즌 아일랜드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팀에 창조성을 불어넣었다면 이번 시즌 아일랜드의 부진은 이러한 요소가 사라지는 결과를 낳았다. 다시 말하면 맨시티의 현재 미드필더는 투박하며, 다른 강팀이 보여주는 번뜩이는 창의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갈라타사라이로 이적한 엘라누 블루메르의 부재가 아쉽다. 엘라누는 공수양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브라질 대표팀 미드필더의 핵심으로 불린다. 그는 이름값에서 뒤처진다는 단점이 있음에도, 둥가의 브라질이 순항할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로 손꼽힌다. 엘라누의 정확한 킥력과 동료를 이용하는 효율적인 움직임은 현재 맨시티에 필요한 무기이다.

젊어서 다음이 더욱 기대되는 맨시티의 행보

맨시티는 젊은 팀이다. 이 때문에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중요한 경기에서 위축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비록 테베스와 아데바요르, 투레가 챔스를 비롯해 강호와의 일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를 메울 것으로 기대됐지만, 하나의 팀으로서는 2% 부족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젊은 팀은 기회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 이번 경기에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여주며 오프 더 볼 상황에서의 움직임의 보완이 절실했던 존슨은 뛰어난 발재간과 킥력을 보유했기 때문에 경험만 더해지면 위협적인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주포인 테베스와 아데바요르도 1984년생으로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한다. 다만, 지역 라이벌인 맨유와 비교했을 때 신구의 조화를 이루지 못한 점이 아쉬움을 더한다.

맨시티가 챔스 진출을 위해 치러야 될 경기는 4경기이다. 이 중 3경기가 아스널과 애스턴 빌라, 토트넘라는 점에서 큰 부담을 느낄 것이다. 과연 맨시티가 그들의 바람인 빅4 진입을 통해 강팀으로서 한발 다가설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사진= 더비에서 패한 맨시티 ⓒ 맨체스터 시티 공식 홈페이지]



박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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