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0.04.09 02:19 / 기사수정 2010.04.09 02:19
지난 3일 일본 요코하마 아레나에서 열린 'K-1 월드 그랑프리 요코하마' 대회 헤비급 타이틀전에서 일본의 무서운 신예 쿄타로(23, 일본)가 K-1의 전설인 피터 아츠(39, 네덜란드)를 꺾는 이변이 벌어졌다.
너나 할 것 없이 전설이라고 해대는 통에, 진짜 전설이 무색한 요즘. 격투 팬들이라면 다 알 만한, 레드와 블랙의 체크 모자에 남방을 하고 시합에 나선, 이 오래된 진짜 전설의 사나이 피터 아츠.
한창, 전성기 시절 도끼로 상대방을 일격에 쓰러뜨리는 것 같다 하여 붙여진 닉네임 '나무꾼'처럼, 순박하지만 근성 있는 모습의 그가, 헤비급 챔피언에 도전하기 위해 97kg까지 감량해 가며 반드시 KO로 이기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출사표를 던진 시합이다.
아츠의 상대는 일본 중량급에서 무사시의 뒤를 잇는 강력한 유망주이자 현 K-1 헤비급 챔피언인 '쿄타로'.
1라운드가 시작되자 아츠는 특유의 압박으로 쿄타로를 몰아가려 했으나 영리한 쿄타로는 오히려 로킥과 오른손 스트레이트 펀치로 경기를 주도해 나갔다. 1라운드를 자신의 라운드로 만들어 나가던 쿄타로는 종료 직전 오른손 펀치와 함께 연타 공격으로 아츠를 다운시켰다.
1라운드를 완전히 장악한 쿄타로는 2라운드 들어서도 자신의 장점인 스피드를 살려 아츠를 괴롭히다가 2분여쯤에 강력한 오른손 펀치를 아츠의 관자놀이 쪽에 적중시켰다. 펀치를 맞은 아츠는 그대로 앞으로 쓰러졌으며 쿄타로는 KO승을 거두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이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쿄타로의 경기 스타일은 빠른 스피드와 아웃복싱으로 상대의 주의를 흐트러뜨리다가 상대의 빈틈을 노려 카운터 펀치를 잘날 리는 선수로 알려졌지만 이날 시합에서 본 쿄타로는 이전보다 한층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무리 전성기가 지났다 하더라도 K-1의 레전드를 요리하는 이변을 보여주며 클린한 승리를 이끌어낸 쿄타로는 이날 헤비급 챔피언이라 부르기에 전혀 손색이 없었다.
전설도 세월의 무게를 이길 수 없었나 보다. 아츠는 감량으로 말미암은 영향도 당연히 있었겠지만, 우리나라 나이로 40을 넘긴 세월의 탓인지 타격이나 경기 운영 면에서도 노쇠한 듯 보여 안타까웠다.
이날, 아츠의 패배를 보고 아츠를 탓할 격투 팬들은 없다고 본다. 비록 시합에서는 졌지만, 불혹의 나이인 아츠가 현재까지의 기량을 보여주는 것만 해도 정말 대단한 일임을 알기 때문이다.
매번 시합에서 결코 물러섬이 없는 투지를 보여주는 피터 아츠. 그가 이번 패배를 딛고 또 어떤 도전을 할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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