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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마오 규정', 트리플 악셀이 점프의 전부인가

기사입력 2010.03.30 15:25 / 기사수정 2010.03.30 15:25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난 28일 막을 내린 '2010 ISU(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아사다 마오(20, 일본 츄코대)가 우승을 차지했다. 2008년 스웨덴 예테보리 세계선수권 이후, 2번째로 정상에 등극한 아사다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아쉬움을 달랬다.

하지만, 여전히 일본 내에서는 '김연아 충격'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아사다의 패배를 쉽게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보도가 한동안 계속됐다.

아사다 마오는 주니어 시절부터 철저하게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겨냥해서 키운 스케이터다. 아사다가 어린 나이에 트리플 악셀을 뛰었을 때, '미래의 올림픽 챔피언'이라 칭하면서 일본 언론은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오늘날의 아사다를 키워낸 야마다 미치코 코치는 "아사다 마오는 내가 키운 제자들 중, 단연 최고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올림픽 금메달이 유력해 보이는 이 선수는 일본의 자존심으로 격상했고 아사다에 대한 투자는 멈추지 않았다.

국내에서 김연아에게 큰 기대를 걸었던 것처럼 일본에서 아사다를 향한 기대도 상상을 초월했다. 이렇게 큰 관심을 받았던 선수가 올림픽에서 김연아에게 23점 차로 대패한 현실은 '악몽'과도 같았다.

이러한 가운데 일본피겨연맹이 아사다를 위해 칼을 뽑았다. 일본의 산케이 스포츠는 30일, 세계선수권대회를 위해 이탈리아 토리노에 있는 요시오카 노부히코 일본피겨연맹 강화부장이 "오는 6월, 스페인에서 열리는 ISU 총회에서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의 필수 요소인 '더블 악셀'을 남자 싱글과 똑같이 '더블 악셀' 또는, '트리플 악셀'로 바꿀 수 있도록 하는 룰 개정을 제안하겠다"고 보도했다.



일본피겨연맹이 이 규정안을 ISU총회에 제출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올림픽에서 금메달 획득에 실패한 아사다 마오를 생각할 때, 이 규정을 공식적으로 제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여자 싱글 스케이터 중, 실전 경기에서 트리플 악셀을 시도하는 이는 아사다가 유일하다. 요시오카 강화부장은 "여자 싱글에서도 아사다처럼 뛸 수 있는 선수가 있는 만큼, 이 규정은 수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사다 마오와 결별을 선언한 타티아나 타라소바 코치는 "트리플 악셀을 뛸 수 있는 선수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점은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신 채점제가 도입된 이후, 고난도의 기술을 성공시키는 선수보다 모든 요소를 골고루 잘할 수 있는 '토털패키지'가 높은 점수를 받게 됐다.

이러한 문제점을 꼬집은 것은 비단 아사다 마오 측뿐만이 아니다. '피겨 황제' 예브게니 플루센코(28, 러시아)는 이번 올림픽에서 에반 라이사첵에게 간발의 점수 차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한 플루센코는 자신의 목표가 이루어지지 않자 "남자 경기에서 쿼드러플(4회전) 점프 없이 우승했다는 사실은 말이 안 된다. 4회전 점프를 뛸 수 없으면 남자 싱글 경기라고 보기 힘들다. 현재 규정은 정말 문제점이 많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본피겨연맹이 제안한 이 규정이 받아들여질 경우, 아사다는 쇼트프로그램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상당부분 만회할 수 있다. 여자 싱글 규정이 더블 악셀 또는 트리플 악셀로 바뀌게 되면 아사다는 트리플 악셀을 2번 이상 시도할 수 있다. 규정 점프로 더블 악셀 대신 트리플 악셀을 다시 시도해 성공하면 기초점수가 4.7점(트리플 악셀 기초점수 8.2 - 더블 악셀 기초점수 3.5 = 4.7)이 상승하게 된다.

이 점수는 상당히 큰 점수로 아사다가 쇼트프로그램에서 트리플 악셀을 두 번 연속 성공하면 지금보다 5점에 가까운 점수를 획득하게 된다.

아사다 마오의 연습 중, 상당 부분은 '트리플 악셀' 연습이었다. 아사다가 늘 이 점프를 강조하고 있는 이유는 자신이 대량 점수를 획득할 수 있는 주요 기술이기 때문이다.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기술로 대폭 점수를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아사다 측의 전략이었다.

문제는 다른 선수와의 형평성에 있다. 남자 싱글의 경우, 트리플 악셀은 대부분의 선수가 뛸 수 있는 기술이다. '필수 요소'의 중요성은 특정 선수가 아닌, 모든 선수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다시 말해 필수 요소는 '반드시 수행해야 할 기술'로 상당수의 선수가 구사할 수 있는 점프여야 가능하다.

현재 여자 싱글 선수들 중, 트리플 악셀을 실전 경기에서 구사하는 이는 아사다 마오 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트리플 악셀을 규정 기술로 인정하게 되면 이것은 '다수의 선수'가 아닌, 특정 선수를 위한 규정이 되고 만다. 만약, 이 규정이 인정된다면 어쩔 수 없이 트리플 악셀에 도전하는 여자 싱글 선수들이 늘어나게 된다.

신채점제가 도입되면서 여러 가지 점프를 조합시키는 콤비네이션 점프가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트리플 악셀에만 집착하는 현상이 일어난다면 다양하고 정확한 점프는 빛을 잃게 된다.

신채점제는 결코, 고난도의 점프를 구사하는 선수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규정이 아니다. 어려운 점프를 구사하면서 나머지 기술도 정확하게 구사한다면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아사다의 딜레마는 여기에 있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아사다는 3번의 트리플 악셀을 구사했지만 그 중에서 인정받은 트리플 악셀은 한 번밖에 없었다. 그리고 악셀 점프를 제외하고 나면 뛸 수 있는 점프가 부족한 점도 아사다의 문제점이다.

여자 스케이터가 트리플 악셀을 구사한다면 실로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트리플 악셀이 점프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신채점제로 진행된 이번 올림픽은 모든 요소를 골고루 잘하는 '토털패키지'를 선택했다.



[사진 = 아사다 마오 (C) 엑스포츠뉴스 성대우 기자, 조영준 기자, 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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