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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토크] (19)통산 5번째 우승에 성공한 2002 브라질

기사입력 2010.03.19 10:12 / 기사수정 2010.03.19 10:12

박문수 기자

[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대한민국 국민을 축제의 도가니로 이끌었던 2002 FIFA 한/일 월드컵의 우승팀은 영원한 축구 강국 브라질이었다.

당시 브라질은 남미 예선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듭하며 4명의 감독이 교체되는 수모를 겪었다. 게다가 대회 직전까지 이빨 빠진 호랑이로 불린 악순환으로 우승 후보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7전 전승으로 월드컵 우승에 성공, 잃어버린 자존심과 더불어 세계 최강의 타이틀을 회복했다.

특히 이 대회에서 호나우두, 히바우두, 호나우지뉴로 대표되는 3R은 화끈한 공격력으로 브라질의 전승을 이끌었다. 2002 월드컵을 지켜본 축구 팬의 뇌리 속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들은 FIFA 올해의 선수상과 발롱도르를 모두 석권한 현존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라는 공통점을 지닌 만큼, 보기 드문 막강한 진용이었다.
 
이 때문에 브라질은 화려한 공격진과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랑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으며 이러한 요소가 우승이란 값진 성과물을 줬다.



이번 삼바 토크 19편에서는 2002 월드컵에서 브라질에 대해 집중 조명하겠다.

축구 황제 호나우두의 등장과 스콜라리의 브라질

1994년 미국 월드컵에 나선 브라질은 24년의 기다림 끝에 우승에 성공했으며 이 대회의 주인공은 호마리우가 차지했다. (이 부분은 지난 삼바 토크 18편을 참고하길 바란다) 당시 브라질의 최전방 공격수인 호마리우와 베베투는 서로의 단점을 적절히 메워주며 상대 수비진을 농락했었다. 다시 말하면, 그들이 경기장 위에서 보여준 호흡과 파괴력이 브라질의 우승을 이끈 것이다.

이는 당시 20번을 달고 대회에 출전한 18세 소년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음을 의미한다.

크루제이루 소속으로 브라질 리그에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미국에서 열린 월드컵 경기에는 단 한 번도 출장하지 못하는 불운의 선수였지만, 이후 자신의 진가를 마음껏 발휘하며 세계 축구의 중심으로 성장한다. 돌출된 입과 짧은 헤어스타일에서 주는 외모적 독특함에서 나아가 그는 남들보다 뛰어난 축구 실력으로 세계를 지배했다.

이미 눈치챘겠지만, 혹자가 언급하는 선수는 바로 축구 황제 호나우두이다.

앞에서 언급한 3R의 중심은 호나우두이다. 호나우두는 대회 직전까지 자신을 괴롭힌 오른쪽 무릎의 슬개건 부상 때문에 출전조차 불투명했다. SS 라치오와의 경기에서 혼자서 쓰러지고 통곡하던 그의 모습은 모든 팬에게 절망이란 단어를 떠오르게 했었다.

그럼에도, 호나우두는 돌아왔다. 당시 소속팀 인테르 밀란에서 출장 시간을 늘리며 건재함을 알린 그는 자신의 근육을 짓누르는 아픔을 이겨내는 긍지로 그라운드로 복귀했다. 자신이 4년 전 이루지 못했던 월드컵에 대한 재도전을 위한 신념으로 기적적인 회복에 성공한 호나우두는 그의 부재 상황에서 추락한 브라질의 명예 회복을 위해 운동화를 질끈 메었다.

호나우두의 복귀는 브라질 전력 상승의 촉매제가 됐다. 히바우두를 보좌할 수 있는 파트너가 부재한 상황에서 당시 브라질은 여러 선수를 실험했지만,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대회 직전까지 호마리우의 합류를 놓고 펠리페 스콜라리와 여러 브라질 축구 인사의 마찰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믿음직한 호나우두가 돌아왔으니 그들에게는 큰 힘이 됐다

결국, 스콜라리는 우여곡절 끝에 호나우두를 중심으로 히바우두, 호나우지뉴, 데니우손, 에지우송, 루이장을 대표팀 포워드로 선택했다. 에지우송과 루이장은 이름값에서 부족했지만, 남미 예선 막판 인상을 심어주며 신뢰를 얻은 경우이다. 반면 호마리우와 에우베르, 자르데우, 그리고 에드문두 등은 유감스럽게도 경쟁에서 밀리며 셀레쌍(브라질 대표팀 애칭)의 일원이 되지 못했다.

이 외에도 스콜라리의 브라질은 골키퍼로 마르쿠스, 지다, 호제리우 세니를 수비수로 카푸, 호베르투 카를루스, 벨레띠, 주니오르, 루시우, 호케 주니오르, 에드미우송, 안데르송 포우가를 뽑았으며 미드필더에 히카르지뉴, 지우베르투 시우바, 클레베르송, 밤페타, 주닌뉴 파울리스타, 카카를 선택했다.,

쓰리백을 선택한 스콜라리, 새로운 전술을 창조하다 

대회에 나선 브라질은 한 가지 딜레마에 직면하게 된다.

기존의 브라질은 잉글랜드식 4-4-2 시스템을 변형한 4-2-2-2 전술을 고수했었다. 즉 포백을 중심으로 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와 2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최전방 공격수 아래에 배치하는 것이다. 하지만, 스콜라리는 부임 초기부터 기존의 포백 시스템을 버리고 쓰리백 시스템을 사용할 것이라 밝히며, 논란을 일으켰다.

과거 브라질은 조르지뉴, 카를루스 아우베르투, 에베랄두, 레안드로, 주니오르 등, 내로라하는 좌우 풀백을 보유하며 이들의 공격 가담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러한 시스템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2002 대회에서의 브라질만 예외로 보면 된다.

기존의 브라질식 포백은 두 명의 중앙 수비진이 상대 공격진을 방어하며, 상황에 따라 좌우 측면 수비수는 공수 양면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줄 의무가 있었다. 상황에 따라서는 중앙 수비진도 공격에 가담했기 때문에 수비형 미드필더가 공간을 메워줄 필요성이 있었다.

월드컵 성적으로 드러났지만, 브라질은 뛰어난 중앙 미드필더 (다시 말하면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수비 공간을 잘 메워주는 선수)의 활약에 따라 달라졌다. 

 

스콜라리의 쓰리백 시스템은 3명의 중앙 수비진을 후방에 배치하면서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풀백을 윙 백으로 한 단계 끌어올리면서 공수 양면에서의 효율성을 노렸다.

3백을 사용한 스콜라리의 전술은 초반부터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의 대표팀 감독 데뷔전에서 브라질은 우루과이 원정에서 0-1로 패했으며 7월에 개최된 코파 아메리카에서도 온두라스에 밀려 4강 진출에 실패했다. 힘겹게 남미 지역 예선 3위로 월드컵에 진출했지만, 대회 직전까지 스콜라리의 전술에 대해서는 반감이 많았다고 한다. 물론, 결과적으로 이 전술은 대성공을 거뒀으며 그를 명장 대열로 올리는 계기가 됐다.

와이비노멀의 운영자 강대호씨가 작성한 ‘스콜라리의 3백’ 칼럼에 의하면, 스콜라리는 3-5-2로 시작해 다양한 전술의 변화를 통해 브라질에 어울리는 옷을 찾고자 했다. 당시 아르헨티나와 프랑스가 기존의 전술을 통해 경기에 나서 조별 예선에서 탈락하는 굴욕을 겪은 것과 달리, 브라질은 지역 예선 후반부터 시도된 전술 변화를 월드컵에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물론 칼럼의 내용처럼 당시 브라질 중앙 수비진은 2% 부족했다. 루시우, 호케 주니오르, 에드미우송은 경험과 안정성에서 모두 떨어지며 이들 중 2명에게 중앙 수비를 맡기기에는 매우 불안했다. 게다가 카를루스 둥가와 마우로 시우바같은 확실한 수비형 미드필더의 부재는 이들의 공백을 메워줄 선수가 필요했음을 의미했다.

게다가 앞에서 말했듯이 3백으로의 전환은 카푸와 카를루스에게 공격 가담의 기회를 더욱 제공하며 측면을 강화했다. 4백의 풀백으로 경기에 나선다면 포지션의 제한 때문에 공격 가담이 상대적으로 덜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만큼 중앙 수비진을 두텁게 함으로써, 이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한 것이다.

결국, 스콜라리 3명의 수비수를 후방에 놓으면서 카푸와 카를루스에게 측면을 맡겼으며 주닌뉴와 지우베르투 시우바에게 중앙 미드필더를 지시했다. (단, 주닌뉴가 공격적이기 때문에 브라질은 클레베르송을 8강부터 본격적으로 기용했다) 공격진에서는 호나우지뉴에게 호나우두와 히바우두를 받쳐주는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주문했다.

7전 전승으로 월드컵에 우승한 브라질

터키와의 첫 경기에서 전반 로스 타임 2분에 하산 사스의 왼발 발리 슈팅에 실점하며 위기에 처했던 브라질은 후반 5분 히바우두가 올려준 긴 센터링을 받은 호나우두가 넘어지듯이 득점에 성공하며 동점을 만들었다. 후반 막판에는 루이장이 쇄도하던 상황에서 외잘란의 파울 때문에 페널티킥을 얻었으며 히바우두가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2-1로 승리했다.

첫 경기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여줬던 브라질은 제주에서 열린 중국과의 경기에서 우승 후보의 참모습을 보여준다. 전반 15분 만에 호베르투 카를루스가 프리킥 상황에서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중국에 기선제압 했으며 히바우두가 호나우지뉴의 패스를 추가 득점으로 연결했다. 전반 종료 직전에는 호나우두가 얻은 페널티킥을 호나우지뉴가 마무리했으며 후반 10분에는 카푸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려준 낮은 크로스 패스를 호나우두가 침착하게 차 넣었다.

코스타리카와의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에 나선 브라질은 전반 13분 에드미우송의 패스를 받은 호나우두의 슈팅이 상대 수비수 루이스 마린의 발을 맞고 굴절되며 행운의 선취 득점을 올렸다. 이후, 호나우두가 또 다시 득점하며 달아난 브라질은 에드미우송이 감각적인 발리 슈팅으로 점수 차를 3점으로 벌렸다. 반격을 노린 코스타리카는 파울로 완쵸페와 로날드 고메스가 2골을 만회하며 브라질을 따라잡는 듯 싶었지만, 히바우두와 주니오르에 연속 2실점 하며 2-5로 무릎을 꿇었다.

C조 1위로 16강에 진출한 브라질은 벨기에를 상대로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그들은 전반을 0-0으로 마쳤지만, 후반 21분 호나우지뉴의 패스를 받은 히바우두가 가슴으로 받고 나서 감각적인 왼발 슈팅으로 선제 득점을 올렸으며 호나우두가 종료 직전 클레베르송의 패스를 받고 나서 키퍼와의 1대 1 상황에서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2-0으로 이겼다.

브라질의 8강 상대는 잉글랜드였다. 당시 잉글랜드는 죽음의 F조에서 아르헨티나를 제치며 상승세에 오른 팀이었다. 그들은 덴마크를 3-0으로 제압하며 통산 2번째 월드컵 우승을 노렸지만, 브라질에 1-2로 패하며 꿈을 접어야 했다.

전반 19분 호나우두가 호나우지뉴의 패스를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데이비드 시먼의 선방에 막히며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한편, 잉글랜드는 에밀 헤스키의 롱 패스를 받은 마이클 오언의 빠른 발을 이용해 선제 득점에 성공했다. 헤스키의 패스도 좋았지만, 루시우의 실책이 아쉬운 대목이었다. 예상대로 잉글랜드는 전원 수비 모드에 돌입했으며 이를 뚫기 위해 브라질은 매서운 창끝으로 방패를 겨눴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결국, 전반 종료 직전 호나우지뉴가 중앙에서부터 위협적인 개인기로 잉글랜드 수비진을 무너뜨리고서 히바우두에게 연결한 패스가 득점으로 연결했다. 페널티 박스 우측에서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한 히바우두의 능력과 호나우지뉴의 돌파가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이후, 브라질은 후반 5분 문전 25미터 지점에서 얻은 프리킥을 호나우지뉴가 득점으로 연결하며 2-1로 승리했다.

브라질의 4강 상대는 터키였다. 전 경기에서 대니 밀스의 할리우드 액션 때문에 웃으며 퇴장을 당한 호나우지뉴의 공백은 에지우송이 메웠으며 브라질은 이전 경기에 이어 클레베르송을 중앙 미드필더로 투입했다. 이미 94 미국 월드컵 4강에서 조별 예선에서 만났던 스웨덴을 꺾고서 우승을 차지한 전례가 있는 브라질이 쉬운 경기를 펼칠 것으로 보였지만, 터키는 강했다.

일진일퇴의 공방전 끝에 전반을 0-0으로 마친 양팀은 후반 4분 호나우두가 상대 수비수 4명을 제친 뒤 발끝으로 가볍게 슈팅을 날리는 데 성공, 결승골을 넣었다. 이후 지속적인 공격력으로 터키를 압박한 브라질은 추가 득점 없이 1-0으로 승리하며 3개 대회 연속 결승 진출이란 대기록을 달성하게 됐다.

결승 상대는 독일이었다. 브라질과 동병상련의 행보를 걸으며 강호로서의 자존심을 구겼던 독일은 개최국 대한민국이 강호를 꺾어주는 행운 덕분에 결승까지 진출하게 됐다. 그들이 의지할 선수는 골키퍼 올리버 칸 뿐이었으니 브라질로서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경기 시작부터 브라질은 호나우두를 중심으로 독일 수비진을 공략했지만, 올리버 칸의 선방에 막히며 득점으로 연결하지는 못했다. 호나우지뉴와 호나우두, 클레베르송이 팀플레이를 보여주며 득점을 노렸지만, 이 역시 칸의 선방에 막혔다. 브라질의 날카로운 창은 칸이라는 든든한 방패에 막혔으며 전반은 득점 없이 마무리됐다.

후반 23분 브라질은 호나우두의 패스를 받은 히바우두가 강력한 왼발 슈팅을 날렸으며 칸이 막았지만, 그의 몸을 맞고 튀어나온 공을 호나우두가 득점으로 연결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이후, 클레베르송이 패스한 공을 히바우두가 상대 수비진을 유인하면서 흘려줬으며 뒤에서 달려오던 호나우두가 골로 연결하며 2-0으로 달아나며 대회 우승에 성공했다.

[사진= 2002 월드컵 우승에 성공한 브라질 ⓒ 피파 공식 홈페이지 캡쳐]



박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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