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6.03.07 02:30 / 기사수정 2006.03.07 02:30
* 지난 한주(2월 27일 ~ 3월 5일) 동안 보여준 KBL 각팀의 경기력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논평해 보았습니다.
1. 울산모비스 피버스(29승 17패)
대체용병으로 낙점했던 존 토마스와의 계약이 불발되면서 KT&G와의 어려운 일전이 예상되었으나, 크리스 윌리엄스의 적절한 어시스트와 국내선수들의 신들린 듯한 3점슛, 그리고 모비스 특유의 강력한 디펜스가 어우러지면서 값진 승리를 거두었다. 28분 가까이 출전하면서 키칭스를 18점 9리바운드로 묶은 이창수(37)의 투혼은 정말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며, 단테 존스를 공수에서 압도한 윌리엄스는 올시즌 외국인 MVP 수상에 한걸음 더 다가간 느낌이다.
한편 윌리엄스의 버지니아 대학 시절 팀 동료였던 제이슨 클락은 KBL 신장 측정 결과 196.9cm, 110kg으로 나타났다. NBDL 기록은 평균 3.6점 3.8리바운드(32경기, 로어노크 대즐)으로 그리 뛰어나진 않으나, 오직 윌리엄스가 강력히 추천해 대체용병으로 낙점되었다 한다. 신장과 체격 조건만 봐서는 토레이 브랙스나 노먼 놀런 타입의 센터로 여겨지나, 그의 작은 신장과 특출날 것 없는 경력을 들어 이번 선발에 대해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뭐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말이다.
2. 원주동부 프로미(28승 18패)
조셉 쉽은 여전히 비평의 도마 위에 올라 있으나, 알게 모르게 그는 서서이 새로운 리그에 적응해 나가며 점차 본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조셉이 21점 11리바운드 7어시스트를 올린 KTF전은, 이제는 그가 어느 정도 충분히 팀플레이에 녹아들었음을 보여준다. 그가 앞으로도 그런 모습을 꾸준히 보여줄 수 있느냐가 동부의 2연패 달성에 있어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편 딕슨이 떠난 현재, 센터 포지션에서 왓킨스를 당할 선수는 없어 보인다. 그의 존재로 인해 동부는 5번(센터) 자리에서 만큼은 삼성이나 모비스보다 우위에 있으며, 높이 싸움이 중요해지는 플레이오프에서 그 같은 잇점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관건이다. 플레이오프를 위해서라도 전창진 감독은 왓킨스의 포스트업 공격 횟수를 지금보다는 좀더 늘릴 필요가 있다.
3. 서울삼성 썬더스(28승 18패)
오예데지가 돌아오면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역시 수비에 있었다. 그가 골밑에 든든이 자리잡으면서, 지난 9경기 중 7경기나 상대에게 85점 이상 허용했던 삼성은 주말의 두 경기 모두 상대팀을 73점으로 묶었다. 또한 오예데지가 빠져있는 동안 약간씩 삐걱대던 조직력 문제도 그가 돌아옴으로써 제자리를 찾았으며, 그 결과 팀 실책이 확실히 줄어들었다. 실책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삼성이 4일 LG전에서 단 7개의 실책만을 범했다는 사실은 분명 고무적이다.
그러나 삼성은 그런 안정적인 경기력을 좀더 꾸준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오예데지 부상 전에도 삼성은 경기가 잘 풀리는 날과 안 풀리는 날이 확연히 구별될 정도로, 모비스나 동부에 비해 경기력 기복이 상대적으로 심한 모습을 보였다. 한 팀의 전력 기복은 대개 수비나 집중력, 혹은 당일 컨디션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삼성 코칭스텝의 현명한 관리 능력이 기대되는 때다.
4. 전주KCC 이지스(24승 22패)
이 칼럼에서 한동안 비평의 대상이었던 아써 롱이 점차 NBA 빅맨 출신다운 실력을 드러내며 말 뿐만 아니라 실력에서도 '미나케급'임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롱은 라이트가 제공해주지 못한 공격력과 기동력까지 갖추고 있어, 이상민의 부상으로 시즌 내내 고전을 면치 못하던 KCC의 오펜스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 그와 민랜드가 이루는 4,5번 라인의 경쟁력은 KCC의 플옵 전망을 밝게 해주는 요소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늘도 있는 법. 허재 감독은, 시즌 내내 좋은 디펜스를 보여주던 자신의 팀이 지난 4경기에서는 90점 가까이 실점했다는 사실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결국 KCC 입장에서는 라이트의 높이를 롱의 공격력으로 대체한 셈인데, 롱 또한 본래는 블루워커 타입의 좋은 수비수로 정평 난 선수이기 때문에 허재 감독은 남은 라운드 동안 아써 롱에게 보다 적극적인 수비를 주문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곧잘 흥분하는 롱의 마인드를 컨트롤하는 것도 과제로 남아있다.
5. 부산KTF 매직윙스(25승 22패)
불의의 부상을 입은 딕슨이 미국으로 떠나면서 선수단 전체에 위기감이 찾아왔고, 그것을 계기로 선수들 모두가 정신무장을 해 똘똘 뭉친 탓에 KTF 특유의 허슬하고 끈적끈적한 팀 컬러가 살아났고 조직력도 오히려 좋아진 느낌이다. 물론 딕슨의 공백을 완전히 메꾸기란 불가능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투지와 조직력이라면 일각의 예상처럼 KTF가 플레이오프 레이스에서 무기력하게 탈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편 대체용병 켄 존슨은 처음 두 경기에서 평균 16점 8.5리바운드 2블록을 기록하며 아직까지는 별다른 임팩트는 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내에 오자마자 상당한 반향을 일으킨 딕슨이나 단테의 경우를 생각해볼 때 다소 아쉬운 부분이 될 수도 있겠으나, 시간이 갈수록 좋은 페이스를 보여주었던 키칭스의 예에서 보듯 존슨도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단, 그가 딕슨보다 기량이 떨어지는 것은 분명해 보이며, 이 같은 사실은 올시즌에도 KTF의 한계가 플레이오프까지임을 암시해 준다.
6. 대구 오리온스(24승 22패)
지난 주에도 강조했지만 오리온스의 5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실현된다면 KCC와 타이 기록)을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수비요, 다른 하나는 안정적인 경기운영(실책을 줄이는 일)이다. 그런 면에서 5일 KCC전은 훌륭했다. 5연승을 달리던 KCC를 단 73점으로 묶었으며, 실책 면에서도 20대11로 오랜만에 상대보다 적은 실책을 기록했다. 문제는 이런 모습을 매 경기 보여주지 못한다는 데에 있지만.
한편 리 벤슨과 클라크는 김진 감독의 '달리는 농구'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용병들이며, 상대 용병들과의 매치업에서도 별로 밀리지 않는다. 이들 덕분에 올시즌 오리온스는 팀 리바운드 부문에서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으며, 그 때문에 오리온스의 고질적인 문제점이었던 '높이의 열세'에 대한 지적도 올시즌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데도 오리온스의 성적은 용병 문제로 골치를 앓던 예년과 달라진 것이 없다. 왜 그럴까? 알고 싶다면 오리온스의 주전 2~3번(슈팅가드와 스몰포워드) 라인업을 살펴보라. 전자랜드를 제외하면 KBL의 나머지 8개 구단 중에서 오리온스보다 2~3번 자리가 약한 팀이 있는가? 수비에서는 내줄 것 다 내주고 공격에서는 기복이 심한 오리온스 스윙맨들이 제발 한 가지라도 확실하게 해주길 바란다.
7. 창원LG 세이커스(23승 23패)
잘 나가다 싶더니 주말에 뜻밖의 연패를 당했다. 알렉산더가 꾸준히 좋은 활약을 해주고 있지만 노먼 놀런은 여전히 들쑥날쑥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국내 선수들의 부진에 있으며, 바로 그 중심에는 예전의 득점력을 잃어버린 현주엽이 있다.
올시즌 현주엽의 모습은 그야말로 어정쩡하다. 리바운드에서는 용병들에게 밀리는 실정이며, 득점력은 심하게 이야기해 그야말로 "잃어버렸다"는 표현이 정확할 정도로 기복이 심하다. 간혹 20점 이상을 득점하며 "부활했다", "그것 봐라"는 찬사를 듣지만, 그러다 또 부진한 경기들이 몇 차례 이어지게 되고 언론과 팬들의 비판에 직면할 때면 또 다시 특정 경기에서 20점 이상을 득점해 "부활했다"는 칭찬을 듣는 "선과 악"의 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결국 그에게서 남은 것이라고는 어시스트 밖에 없는데, 그 또한 황성인과의 역할분담 문제 및 지금의 팀 성적 때문에 과연 '팀에 승리를 가져다주는' 어시스트인지는 의심받고 있다.
과거에 우승했던 팀들을 살펴보자. 반드시 국내선수단의 중심이 되는 '용병급' 토종선수들이 하나씩 있었다. 이상민, 김승현, 서장훈, 김주성 등이 그들이다. 지금의 현주엽에게 '그때의 그들'만큼의 임팩트와, 팀을 우승으로 이끌만한 지배력을 기대할 수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8. 안양KT&G 카이츠(21승 25패)
주말에 당한 2연패는 이 팀에게 상당한 타격이 될 전망이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한 마지노선이 딱 5할 승률에 해당하는 27승이라고 볼 때, 앞으로 KT&G는 남은 8경기에서 6승 2패를 해야만 27승에 도달할 수 있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상대 용병이 1명 빠졌던 5일 모비스 경기가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이날 패배는 토종 센터들을 상대로 18점 9리바운드에 그친 키칭스의 부진이 결정적이었다.
이번 주에는 플레이오프 티켓을 다투는 KCC 및 LG와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는데, 여기서 한 경기라도 패하게 되면 플레이오프 진출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오프 시즌에 단테와 재계약하고 주희정을 영입하는 등 창단 후 첫 우승을 노리고서 야심차게 시즌을 시작하던 때를 생각하면 안양의 현재 모습은 참으로 초라하기 그지 없다. 역시 기회란 쉽게 오는 것이 아니다. 이 팀은 작년에 우.승.했.어.야. 했다.
9. 인천전자랜드 블랙슬래머(7승 40패)
파워랭킹을 연재한 이래, 이 팀은 늘 꼴찌였다. 그러나 지난 주만큼은 결코 전자랜드가 꼴찌가 될 수 없는 이유를 열거해 보겠다.
1) 올스타전 슬램덩크 콘테스트 국내선수 부문 우승을 차지한 석명준
2) 역시 슬램덩크 콘테스트 용병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한 안드레 브라운
3) 수많은 토토매니아들을 경악케 하며 SK를 대파한 '3.4 잠실대첩'
4) 비록 패하긴 했으나, 우승후보 삼성을 맞아 4쿼터 한때 66-56으로 리드하며 선전한 것
남은 시즌에도 계속될 이들의 투혼이 기대해 보자.
10. 서울SK 나이츠(22승 24패)
갈 길 바쁠 때 전자랜드에게 일격을 당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문경은과 전희철은 각각 22점과 18점을 득점하며 납득할만한 활약을 했다. 주니어 버로도 19점 11리바운드의 활약으로 자신의 평균치 몫은 해주었다. 문제는 브라운이었다. 데이먼 브라운이 6점 6리바운드에 그치는 동안, 상대팀 용병인 안드레 브라운은 40점 10리바운드 4블록샷, 해밀턴은 25점 14리바운드라는 몬스터급 활약을 해주었던 것이다. 이런 선수를 데려오려고 신장 합계가 맞지 않았던 웨슬리 윌슨을 퇴출시킨 것은 정말 악수(惡數)라 아니 할 수 없다.
결국 시즌 전에 우승후보로까지 거론되던 SK가 지금 부진한 원인은 다른 데에 있지 않다. 바로 전력의 50% 이상이라 할 수 있는 용병들의 경쟁력이 타 구단보다 떨어지는 데 있으며, 여기에는 시즌 초반 미나케의 부상이 커다란 악재였다. 만일 김태환 감독의 시즌 전 구상처럼 윌슨-미나케 체제가 지금까지 이어졌더라면 KBL의 현재 판도는 사뭇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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