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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87’ 폭발한 타격의 달인

기사입력 2006.02.28 02:04 / 기사수정 2006.02.28 02:04

윤욱재 기자


팬들의 사랑 속에 무궁무진한 발전을 이뤄 온 한국프로야구가 어느덧 25년째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프로야구는 수많은 경기들을 통해 팬들을 웃고 울리는 동안 불세출의 스타들이 탄생하였고, 또 그것이 야구 발전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엑스포츠 뉴스에서는 윤욱재 기자를 통해 스타 선수들의 화려했던 전성기를 찾아 떠나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박철순부터 손민한까지 '그 해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선수'를 중심으로 집중 조명합니다. 앞으로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프로야구 25년 특별기획 - 나의 몬스터시즌 8] 1987년 장효조 

화끈한 공격 야구의 중심


한국시리즈에서 세 번이나 고배를 마셨던 삼성은 김영덕 감독을 해임하고 박영길 코치를 감독으로 승격시켰다. 박영길 감독은 1987시즌을 앞두고 화끈한 공격 야구를 모토로 내세웠다. 장효조, 이만수, 김성래, 허규옥, 이종두 등이 이끄는 팀 타선은 그 기대에 부응했고 새로 입단한 유격수 류중일의 가세로 안정감이 더해졌다.


삼성은 김일융을 일본에 현금 트레이드한 상태에서 시즌을 시작, 우려가 있었으나 상대를 초토화시키는 공격 야구로 페넌트레이스 판도를 장악했다. 그 결과 전후기리그 통합우승과 한국시리즈 자동 진출에 성공하게 되었다. 팀 타율 0.300이란 신화를 낳은 삼성 타선의 리더는 역시 장효조였다.


장효조는 0.387의 고타율에 5할에 가까운 출루율 0.461를 기록, 3년연속 타격왕과 5년연속 100안타 등 굵직한 기록들을 작성하며 ‘타격의 달인’은 세월이 가도 변치 않음을 보여줬다. 사실 장효조는 만 27세의 나이에 프로 무대에 입문한 선수였고 87시즌엔 이미 30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당시 풍토로는 노쇠화를 우려할 만도 했지만 자신만이 추구하는 타격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었다.


장효조 타격의 힘, 선구안과 커트


장효조는 체격적 조건은 불리한 선수였다. 운동선수는 ‘타고난 몸’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지만 장효조는 그렇지 못했다. 하지만 노력하는 자에게 언젠가 빛을 볼 날이 오듯 장효조도 타격에 관한 후천적 능력을 키워내면서 대성할 수 있었다.


타자는 공을 때리는 역할을 한다. 긴 방망이로 작은 공을 맞춰내려면 무엇보다 입맛에 맞는 공을 판단할 능력이 첫째라 할 수 있다. 이런 부분에 있어 장효조는 최고의 선수였다. 한국야구 역사에 있어 장효조만큼 최고의 선구안을 가진 선수는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만큼 스트라이크와 볼을 구별하는 능력이 최고수였다는 것이다.


장효조는 입맛에 맞는 공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스타일에 가까웠다. 노리는 공이 아니면 볼일 경우 흘려보내고 스트라이크면 커트해내는 재주를 이용했다. 어찌 보면 간단해보이지만 가장 어려운 것이다. 말이 커트를 하는 것이지 자기 마음대로 파울을 만들어내는 것도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래서 장효조의 진면목은 타율보다 출루율에서 찾을 수 있다. 83시즌 데뷔부터 줄곧 지켜오던 출루율 타이틀은 87시즌까지 5년연속 수성했으니 가히 ‘지존’이라 부를 만하다.


MVP, 3년연속 타격왕, 그리고 한국시리즈


이젠 장효조의 차례였다. 그동안 뛰어난 개인 기록을 양산하고도 유독 개인상과 거리가 멀었던 장효조는 다시 한 번 타격왕 자리에 오르며 MVP까지 차지하는 감격을 맛봤다. 83년 데뷔 당시 엄청난 기록을 세우고도 신인답지 않다는 이유로 신인왕을 박종훈(OB)에게 넘기고 85년에는 팀 동료들과 함께 후보에 올라 주목을 받지 못하는 바람에 MVP 트로피를 김성한(해태)에게 양보해야했다.


그러나 장효조에게 남겨진 한 가지 오점, 바로 한국시리즈와의 악연이다. 사람에게 누구나 약점이 있다지만 장효조의 큰 경기 징크스는 치명적이었다. 이 해 삼성은 해태에 힘 한 번 못쓰고 4전 4패로 무너지고 말았다.


장효조는 이듬해 1월 삼성이 자신을 트레이드하겠다고 발표하자 큰 충격을 받았고 88시즌에 들어가선 부상이 겹치는 등 불운이 계속된 끝에 결국 롯데로 트레이드되고 말았다. 롯데에서도 꾸준함은 보여줬지만 87시즌에 보여줬던 신의 경지에는 더 이상 오를 수 없었다. 만약 트레이드 파동이 없었다면 역사는 또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르는 일이다.


장효조 (1987) → 2홈런 58타점 타율 0.387 출루율 0.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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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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