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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s in 칸] 봉준호 "황금종려상, 칸이 한국영화 100주년에 준 선물"(일문일답)

기사입력 2019.05.26 10:30 / 기사수정 2019.05.26 08:50


[엑스포츠뉴스 칸(프랑스), 김유진 기자] 영화 '기생충(Parasite)'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이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이 25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발의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렸다.

이날 '기생충'은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한국영화가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 3대 영화제로 손꼽히는 칸·베를린·베니스 국제영화제를 통틀어서 살펴보면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은 이후 7년 만이다.

봉준호 감독은 수상 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소회를 밝혔다.

다음은 봉준호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 후 공식 기자회견 일문일답.

-국내 제작보고회에서 '기생충'을 한국적이라고 표현했었다. 왜 그랬었는지.


"미리 엄살을 좀 떨었다.(웃음) 그때 장소가 한국 기자회견장이었는데, 영화가 칸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소개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개봉했을 때 우리끼리만 킥킥대며 즐길수 있는 요소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서 한 말이었다. 가족의 드라마이기 때문에 당연히 전 세계 보편적으로 이해될 것이라는 생각은 있었다."

-한국 감독 중 처음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이게 한국 최초의 황금종려상이다. 그런데 마침 또 올해가 한국영화 100주년이다. 탄생 100주년이어서, 칸국제영화제가 한국영화에 의미가 큰 선물을 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포스터에 사람들의 눈이 가려져 있는 것이 인상 깊었다.

"그건 포스터 디자이너가 한 것이다.(웃음) 매우 뛰어난 사람이다. 그 사람 역시 영화감독(김상만 감독)이다. 박찬욱 감독 영화의 포스터도 만들었었다. 좋은 센스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

-한국 영화 최초의 쾌거이기도 하지만, 장르 영화의 쾌거라고도 생각한다. 장르영화가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 질문을 해주셔서 고맙다.(웃음) 이번 '기생충'이라는 영화도 (지금까지) 제가 해왔던 작업을 계속 해온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제가 장르의 법칙을 이상하게 부수기도 하고 뒤섞거나 여러 가지 유희를 하긴 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전 장르 영화 감독인데 오늘 이렇게 황금종려상을 받게 된 것 자체도 정말 놀랍고, 스스로도 아직 좀 실감이 안 난다. 그리고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께서 전원 만장일치라고 말씀해주신 것도 놀라웠다. 저 또한 장르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자 팬으로서 정말 기쁘다."

-'기생충'이 봉준호의 유니버스가 있다면, 그 안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는지.

"유니버스라고 하면 마블 영화를 하시는 분들이 잘 아는 세계이지 않나.(웃음) '기생충'은 저의 여덟 번째 영화일 뿐이다. 아, 이번에 외신과 인터뷰를 하면서 '봉준호가 장르다'라는 평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것이 올해 영화제에서 들었던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고 듣고 싶었던 코멘트였었다.(웃음)"

-영화에서 북한을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

"이 영화에서 한 여자 캐릭터가 북한 TV 뉴스 앵커를 흉내내는 신이 있는데, 정치적인 심각한 메시지라기보다는 영화적 농담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한국 중에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시는 분들이 그런 것을 많이 하기도 한다. 한국인들에게는 좀 익숙한 유머다."

-영화를 만들 때 어떻게 접근하고 장르를 혼합하는지 궁금하다.

"저는 시나리오를 항상 커피숍 구석 테이블에 앉아서 쓰는데 인물하고 사건을 막 쓴다. 그러고 있으면 사람들의 소음이 커피숍에서 들려오는데 그런 것에서 자극이나 아이디어도 얻는 편이다. 제가 지금 쓰고 있는 이 대사나 장면이 어떤 분위기인지 그런 것은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그러다 다 찍고 완성하고 나면 저도 '이게 장르가 뭐지?'라며 한 번 의문을 가져보긴 한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와 연결고리가 있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위대한 애니메이션 작가인데, 이번 영화는 사실 연결고리를 찾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저는 알프레드 히치콕, 저의 영원한 멘토이신 김기영 감독님 등의 영향 속에서 영화를 준비하며 그 분들의 작품을 다시 꺼내보곤 한다."

-이번 황금종려상 수상이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아 새로운 흐름을 만들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 방향을 원하는지 기대하는 바가 있나.

"2006년에 시네마테크프랑스에서 대규모로 김기영 회고전을 한 적이 있다. 저도 참석했었고, 그 때 프랑스 관객들이 열광적으로 김기영 감독님의 영화를 보는 모습을 봤었다. 제가 오늘 이렇게 황금종려상을 받고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많이 관심을 받게 됐지만, 사실은 제가 어느날 갑자기 한국에서 혼자 영화를 만든것이 아니고 김기영 감독님처럼 많은 역사 속의 위대한 한국 감독님들이 계셨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때 시네마테크 프랑스에서 했던 회고전처럼 많은 한국 영화를 돌이켜볼 수 있는 이벤트들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구로사와 아키라나 장예모 같은 아시아의 거장들, 그런 거장들을 능가하는 많은 한국의 마스터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올 한해를 거쳐서 더 많이 알려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slowlife@xportsnews.com / 사진 = CJ엔터테인먼트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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