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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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도 한류가 존재한다, 그런데?

기사입력 2010.01.09 10:23 / 기사수정 2010.01.09 10:23

조성룡 기자


-  유망주의 J-리그행 과연 기회일까?

[엑스포츠뉴스=조성룡 기자]'한류'는 연예계에서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축구에서도 한류가 존재한다. 유망주들에 있어서 일본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르고 있다. 심지어 2부 리그여도 말이다. 최근 김민우, 여성해 선수가 J2리그로 진출하는 등 ‘재팬 드림’을 꿈꾸는 유망주들이 너도나도 일본으로 달려가고 있다.

왜 유망주들은 일본에 진출하려고 하는가. 아마도 드래프트라는 장벽이 존재하는 K-리그와 달리 프로 구단으로의 진입이 쉽고 금전적인 대우도 한국보다 훨씬 낫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그들이 생각하는 대로 일본 무대는 그들에게 기회의 땅일까.

먼저, 일본 무대의 환상을 깨기 위해서는 J-리그의 샐러리캡에 관련된 규정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J-리그의 프로 계약에는 A, B, C 계약이 존재한다. 급마다 연봉 및 수당에 관한 규정이 있고, A급 계약에 한해서는 인원도 제한하고 있다.

또 J-리그의 용병에 관한 규정을 살펴보면 외국인 선수는 최대 5명까지 등록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 중에서 A급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외국인은 3명에 아시아쿼터 제도를 적용한 1명까지 최대 4명이다. 나머지 외국인 선수들에게는 C급 계약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J-리그를 택하는 유망주에게 A급 계약을 제시하는 구단이 존재할까. 정말 초대형 유망주가 아니라면 대부분 C급 계약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 C급 계약의 연봉 상한선은 480만엔, 게다가 최소 3년간은 480만엔 이상의 금액으로 재계약 할 수 없다는 규정이 존재하기 때문에 더 나은 조건으로 재계약하기 위해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3년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100엔에 1,200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C급 선수가 받을 수 있는 연봉은 5,700만원 가량이다. 물론 K-리그 드래프트 1순위 지명자에게 주어지는 연봉 5,000만원보다 많지만, 외국인에게 고세율을 부과하는 일본의 환경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5,000만원보다 적은 돈을 손에 쥐게 된다.

물론, 이 유망주들에게도 한 줄기 희망의 빛은 존재한다. 정규리그 일정의 60% 이상을 소화했을 경우 의무적으로 상위급 계약으로 갱신하도록 규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외국인 쿼터 4인 중 한 자리가 비어 있어야 규정을 채울 수 있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희망사항이다.



▲J-리그를 먼저 경험한 홍명보 감독의 '경고'는 결코 무시해서는 안된다.

혹자는 이렇게 반박할 수도 있다. J-리그에서 적은 돈을 쥐더라도 프로축구의 경험을 많이 쌓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것 또한 전혀 다른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외국인 선수는 최대 5명까지 '등록'할 수 있다. 즉, 등록되지 못하고 그저 '입단'한 외국인 선수는 J-리그 경기에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A급 계약 선수 4명을 모두 가동한다고 가정할 때, C급 계약을 맺은 외국인 선수의 자리는 단 한 자리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구단 내에서 C급 계약을 맺은 외국인 선수들 중 최고가 되지 못한다면 경기 출전의 기회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등록을 하더라도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출장은 최대 4명까지만 가능하기 때문에 또다시 A급 계약 선수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J-리그는 한국의 축구 유망주들이 큰 꿈을 안고 찾아갈 만큼 좋은 리그는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지만 일본에서는 도시락을 먹으며 운동해야 한다."라는 홍명보 감독의 말은 하나도 틀린 것이 없었다.

선수 생명이 비교적 짧은 축구 선수에게 1년은 매우 소중하다. 그저 해외 진출이라는 환상에 젖어 충동적으로 일본 무대에 진출했다가는 그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게 될 것이다. 선수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아니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사진=홍명보 감독 (c)엑스포츠뉴스 김현덕 기자]



조성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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