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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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파 기상도①] 기대되는 기성용의 2010년

기사입력 2010.01.04 09:37 / 기사수정 2010.01.04 09:37

이동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이동호 기자] 기성용을 처음 본 건 2007년 초였다. 리그컵 개막경기였던 서울-수원의 경기에서 서울이 박주영의 해트트릭에 힘입어 4-1 완승을 한 것. 이 경기를 보면서 박주영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귀네슈 서울'의 축구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거기에 이청용, 기성용이라는 20살, 19살의 선수가 있었는데 그들의 플레이 모습 또한 참 인상적이었다. 이청용의 측면 플레이는 그의 나이에 맞지 않게 과감했고 여기에 기성용은 채 스무살이 되지도 않은 선수가 선배들이 수두룩한 경기장에서 노련하게 플레이하는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후 2007 캐나다 U-20 월드컵에서 본 포지션이 아닌 중앙 수비수로 나와 안정감과 함께 순도 높은 롱패스를 선보였고, 이 대표팀은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경기 내용만큼은 축구팬들에게 그 어느 대표팀보다 강한 임팩트를 남겼다.

2007년 기성용의 이름이 축구팬들에게 알려졌다면 2008년엔 대중적으로 알려진 시기다.  우즈베키스탄, 북한전에서 발리슛으로 골을 장식하며 A매치에 출장하는 수도 늘려갔고, 소속팀 서울에서도 팀을 진두 지휘하며 리그 준우승까지 이끌었다.

그리고 올해에는 국가대표팀에서나 서울에서나 없어서는 절대 안 될 선수 중 하나가 되었고, 올해 초 자신의 목표 중 하나였던 ‘해외진출의 꿈’ 또한 이루며 다가올 2010년을 기대케 하고 있다.


2009년의 기성용

- 국가대표팀

올해 2월 이란의 아지지 스타디움. '이란의 박지성' 자바드 네쿠남의 프리킥 한 방으로 남성들로만 가득 채워진 경기장은 소녀시대에 환호하는 남자들의 목소리처럼 열광의 도가니였다.

그러나 박지성의 동점골로 경기장은 한순간에 차가워졌다. 박지성의 이 리바운드 골은 기성용의 날카로운 프리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초여름엔 두바이에서 박주영과 기성용의 연속골에 힘입어 한국의 7회 연속 월드컵 진출이 확정되었다. UAE전이 있기 전 오만과의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하고 튀어나온 볼을 재차 슛을 했지만 또 다시 막혀 기성용에 대해 우려가 있었지만, 이를 말끔히 씻어낸 기성용의 골이었다.

대표팀에서 김정우와 함께 중원을 형성하며 박지성, 박주영, 이청용과 함께 대표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발돋움했다. 기성용이 대표팀에 있을 때와 없을 때 전방으로 찔러주는 패스의 질에서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이집트에서 개최된 2010 이집트 U-20월드컵이 시작되기 전 기성용을 소속팀, 성인대표팀, 그리고 U-20대표팀까지 뛸 수는 있었지만 K-리그 챔피언십과 일정이 겹쳐 서울의 뜻을 따라 U-20대표팀에 차출되지는 않았다.

홍명보호의 U-20대표팀이 예상을 깨고 8강까지 올라가며 모두를 기쁘게 하였는데, 만약 기성용이 여기에 뽑혔다면 성적이 좋을 수도, 좋지 않을 수도 있었겠지만 만약 있었다면 어떠한 결과를 낳았을지는 충분히 흥미를 이끌었을 것이다.

- FC서울

전남과의 2009 K-리그 개막전은 한 경기에서만 7골이 나온 것과 이천수의 '감자 세리머니'를 비롯여러 이슈가 있었는데, 여기에 기성용은 드리블에 이은 강슛으로 득점을 올린 뒤 유니폼을 벗으며 날렵한 몸매를 과시하기도 했다.

기성용은 이번 시즌 리그와 컵대회에서 4득점 10도움을 기록하며 서울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었다.

AFC챔피언스리그에서 서울은 산둥 루넝, 감바 오사카에게 한번 씩 패하는 등 부진을 겪으며 조별예선 탈락위기까지 몰렸지만 조별예선 최종전에서 극적으로 승리하며 16강에 오를 수 있었다.

단판 승부인 16강전은 J리그 챔피언 가시마 엔틀러스였다. 가시마의 홈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에서 서울이 1-2로 뒤진 상황, 기성용은 페널티 박스 오른쪽 외각에서 얻은 프리킥 찬스에서 환상적인 골을 터트리며 팀 승리에 보탬이 되었다. 하지만, 서울은 8강에서 움살랄에게 발목을 잡히며 낙오하고 말았다.

기성용은 예전부터 꾸준하게 자신의 목표는 리그 우승이라고 공공연히 말해왔었다. 특히 지난 8월, 시즌이 끝난 뒤 셀틱으로 합류하는 계약이 결정된 이후 서울에서 반드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K-리그 챔피언십 첫 관문에서 서울은 전남을 만나 승부차기 끝에 패하고 말았다. 기성용은 최소한 챔피언결정전까지 갈 것으로 생각했으나 자신의 고별전이 예상보다 빨리 치러지게 되어 아쉬움이 컸을 것이다.

이것이 K-리그와 서울에서 볼 수 있었던 기성용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2010년의 기성용

- 국가대표팀

2010년 기성용은 여태까지 축구를 하면서 치러온 경기들 중 가장 큰 대회인 남아공 월드컵을 맞이한다. 월드컵에 나설 최종 23인이 발표되기 전까진 그 누구도 장담을 할 순 없다.

몇몇 변수가 있듯 전술상의 이유로나, 부상으로 인해 기성용이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다른 선수들보다 이 경쟁에서 앞서는 게 사실이다.

만약 월드컵에 발을 내밀게 된다면 축구를 하는 눈이 한층 더 높아질 것이고, 어떤 것으로도 얻을 수 없는 큰 경험을 자산으로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또 월드컵에서 한국이 조별예선을 통과하여 16강에 오르는 것이 기성용의 올 한해 큰 목표 중 하나임은 틀림없다.

많은 축구팬은 아무래도 박지성,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 등 해외파 선수들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이런 높은 관심으로 인해 기성용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도 궁금하다.

2007년 팬들의 비난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어, 속에 담아두어도 될 말을 겉으로 들어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제 이 사건으로부터 시간이 많이 지났기 때문에 기성용의 인내심과 성숙함이 그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리고 월드컵에 이어 또 중요한 대회가 있다. 바로 11월에 열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이다.

아시안 게임이 11월에 진행되기 때문에 1987년생 이하 선수들 중 현재 유럽 구단 소속인 신영록, 이청용 그리고 기성용은 구단과 마찰을 빚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기성용은 어떻게든 이 대회에 나서야 된다.

신영록과 이청용은 병무청에서 신체검사를 받을 때 중학교 중퇴는 병역면제 사항에 해당되어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지 않아도 되나, 기성용은 고등학교까지 교육을 받아 병역의 의무를 피할 수 없다.

이렇기 때문에 기성용은 이번 아시안 게임에 나서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 된다. 왜냐하면, 아시안 게임이 병역면제를 받을 수 있는 가장 가능성이 큰 대회이기 때문이다. 월드컵에서 16강에 올라선다 해도 병역면제 혜택이 주어진다고 장담할 수 없고,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다는 것은 월드컵 16강에 오르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 글라스고 셀틱

셀틱에서 기성용의 올해 목표는 주전 경쟁,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본선 무대를 밟아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주전경쟁이다. 주전으로 꾸준히 나서야 경기감각도 유지되고 남아공 월드컵에 임할시 체력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셀틱의 중앙 미드필더는 항상 두 명이 나서는데 올 시즌 베스트 멤버는 스캇 브라운과 랑드리 은구에모다.

둘 다 수비적으로 뛰어나지만, 공격전개 능력만큼은  기성용이 더 위력적이라고 여겨진다. 현재 브라운이 부상으로 2월까지 경기에 나설 수 없고, 은구에모는 카메룬대표팀 소속으로 2010 앙골라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참가하기 때문에 1월엔 셀틱의 중앙 미드필더 주전 두 명이 비어 버리게 된다.

현재 마크 크로사스, 정즈가 백업 멤버로 대기하고 있는데 기성용이 빨리 경기 감각을 회복해 이들을 제치고 브라운과 은구에모가 돌아오기 전 인상적인 모습을 팬들에게 남겨야 앞으로의 주전경쟁에 유리할 것이다.

그리고 지난 시즌 레인저스에게 SPL 왕좌 자리를 내준 셀틱이 다시 트로피를 가져오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싶을 것이다. 기성용이 프로무대에 데뷔한 이후 자신이 경기를 뛴 대회에서 우승을 해본 적이 아직 없다. 그렇기 때문에 셀틱의 리그 우승은 기성용에게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셀틱이 리그 우승을 한다면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3차 예선에 나설 수 있다. 이번 시즌까진 SPL 우승팀이 챔피언스리그 본선 무대에 직행했지만, 다음 시즌부턴 SPL의 UEFA랭킹이 13위 밖으로 밀려날 예정이라 이렇게 된 것이다.

3차 예선과, 최종 예선의 고비를 넘기면 꿈의 무대인 챔피언스리그 본선 무대에 오를 수 있다. 비록 셀틱이 이번 시즌 유로파리그에서 처참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06/07과 07/08시즌에는 두 시즌 연속으로 16강전에 진출하며 AC밀란과 바르셀로나 같은 팀들을 위협했다.

이렇듯 기성용이 셀틱에서 해야 될 것도 많고, 이룰 수 있는 것도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부상을 입는다면 대표팀에게나 기성용에게나 큰 타격일 것이다. 이것으로 인해 기성용이 슬럼프를 겪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성용은 거칠기로 정평이 난 SPL에서 절대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사진 ⓒ 엑스포츠뉴스 김혜미, 김경주]



이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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