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람에게 여러가지 재능이 있으면 직업의 폭이 훨씬 넓어진다. 이와 마찬가지로 야구에서도 선수가 한 포지션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면 팀으로서도 효율적으로 선수 운용을 할 수 있으며, 개인으로서도 경기에 출장 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이번 편부터 5번에 걸쳐 야구에서는 '유틸리티맨'이라 불리는 여러가지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 중 2005시즌에 돋보이는 활약을 보였던 선수 5명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편에는 올 시즌 LG 트윈스에서 활약했던 외국인 선수 루 클리어(본명-루 콜리어)에 대한 이야기다.
루 클리어는 1997년부터 2004년까지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밀워키, 몬트리올, 보스턴, 필라델피아 등에서 활약했던 선수로 메이저리그 팬이라면 익숙한 이름일 정도로 지명도가 있는 선수였다. 비록 주전 자리를 꿰찼던 선수는 아니었지만 여러가지 수비 포지션을 소화함으로써 팀에 보탬이 되었던 선수였다. 내야 수비의 핵인 유격수는 물론이고 2루수, 3루수, 외야수 등 다양한 포지션을 경험했다.
LG가 2005시즌을 앞두고 클리어를 영입했올 때는 유격수로 활용하기 위해 데려온 것이었지만,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유격수로 기용한 결과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LG의 이순철 감독은 클리어를 시즌 초반 좌익수로 기용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2001년 이후에는 대부분 외야수로 활동했기 때문에 수비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1루수를 보던 서용빈과 박병호가 나란히 부진하자 이순철 감독은 클리어를 1루수로 보직을 옮겼다. 그 후 클리어는 시즌이 끝날 때까지 주로 1루수와 좌익수로 대부분의 경기를 출장했다. 클리어는 시즌이 진행될수록 1루수와 좌익수 외에도 여러가지 포지션을 소화했는데 2루수로도 6경기에 출장했으며, 중견수로는 6경기, 우익수로는 21경기에 출장했다. 그리고 LG가 처음 데려온 목적인 유격수로는 단 1경기에 교체 출장했다.
클리어는 한 경기에 두 개 이상의 포지션을 소화한 경기도 많았다. 110경기의 출장 경기 중 35경기에 두 개의 포지션을 소화했으며, 9월 4일 삼성, 9월 6일 기아, 9월 20일 삼성과의 경기에서는 한 경기에 무려 3개의 포지션을 소화해내기도 했다. 특히 9월 20일 경기에서는 좌익수로 선발 출장한 후, 1루수로 자리를 옮겼다가 다시 우익수로 포지션을 옮겨 내 외야를 넘다드는 활약(?)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클리어는 1루수, 2루수, 유격수, 좌익수, 중견수, 우익수 등 무려 6개의 포지션을 소화해 내며 시즌을 마감했다. 2003시즌에 SK 소속이던 에디 디아즈가 1루수, 2루수, 3루수를 넘다들며 활약을 했고, 2004시즌에 한화의 앙헬 페냐가 한 경기에 포수로 출장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내 외야를 가리지않고 활약했던 선수는 클리어가 유일하다.
외국인 선수를 뽑는데 중요한 기준이 되는 타격에서 클리어는 시즌 초반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수비에서와 마찬가지로 여러 타순을 옮겨다니며 고전했지만, 시즌 막판 맹타를 휘두르며 타율 .303, 15홈런 61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LG는 시즌 마감 후 클리어를 보류선수명단에서 제외하며 퇴출시켰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에서 클리어에게 러브콜을 하는 구단이 없기에 내년 시즌에는 클리어를 보지 못할 확률이 높지만 유틸리티맨이란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준 클리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