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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빛낸 포항, '스틸러스 웨이'는 계속된다

기사입력 2009.12.18 04:12 / 기사수정 2009.12.18 04:12

유성현 기자



[엑스포츠뉴스=유성현 기자] 포항 스틸러스의 2009년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포항은 올 한 해 피스컵 코리아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을 시작으로 AFC챔피언스리그까지 정복하며 명실상부 '아시아 최강'으로 발돋움했다. 비록 K리그 플레이오프에서 성남에게 패해 'K리그 챔피언'의 자리를 전북에게 아쉽게 내주며 사상 첫 '트레블'의 위업은 실패했지만, 아시아 대표 클럽으로 FIFA 클럽월드컵에 나서 4강에 진출하는 등 포항의 이름을 전 세계에 널리 알렸다.

포항은 지난 16일에 열린 클럽월드컵 4강전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인해 에스투디안테에게 1-2로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 오는 19일로 예정된 아틀란테와의 3·4위 결정전을 마지막으로 기나긴 2009시즌 일정을 마무리하게 됐다. K리그와 컵대회, AFC챔피언스리그에 FIFA 클럽월드컵까지, 한국과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고의 클럽들을 상대로 종횡무진 맹활약을 펼친 올 한 해 포항의 성공 요인을 정리해보도록 하자.

△ 구단 - '스틸러스 웨이' 통해 축구계 새 바람 이끌어

올 시즌이 시작하기 전, 포항 스틸러스의 김태만 사장은 포항 스틸러스가 나아가야 할 길을 의미하는 ‘스틸러스 웨이’를 내세워 팀 변화에 앞장섰다. 경기 중 불필요한 플레이 줄이기, 깨끗한 매너 중시, 심판 판정의 권위를 존중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스틸러스 웨이’는 그저 팀이 눈앞의 승리에 집중하기보다는 팬들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하겠다는 의도였다.

잦은 반칙, 의도적으로 시간을 끄는 행동, 심판 판정의 오심 등 경기 중 팬들의 인상을 찌푸릴만한 크고 작은 문제점이 만연했던 K리그에 이러한 포항의 ‘뚝심 있는 결단’은 유난히도 돋보였다. 그 결과, 빠르고 박진감 넘치는 축구로 탈바꿈한 포항의 팀 컬러는 팬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아 홈구장을 찾는 관중 수는 무려 두 배가량이 증가했다.

경기를 함에 있어 어쩌면 당연히 지켜야 할 것들인 '스틸러스 웨이'를 포항은 약속대로 잘 수행했으며, 단순명료한 이치를 곧게 지킨 만큼 구단을 향한 팬들의 사랑 또한 정직했다. 수많은 팬이 홈구장을 찾아준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포항은 올 시즌 홈 24경기 무패를  달성해 냈다. 포항이 만들어낸 새로운 축구 문화는 이처럼 K리그 내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다.

△ 감독 - 외국인 사령탑 신화 창조한 '파리아스 매직'

올 시즌 축구계에서 가장 많이 거론됐던 말은 단연 ‘파리아스 매직’이다. 걸출한 스타 플레이어가 없어 당초 리그 중·하위권으로 평가받던 전문가들의 냉정한 평가를 뒤엎고, 포항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 정상의 자리마저 차지하게 되면서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의 지휘 능력 또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파리아스 감독은 부임 초기부터 쓸데없는 백패스를 지양하고 한층 공격적인 축구를 표방하며 선수들의 능동적인 플레이를 주문했다. 또한, 선수들의 개인 능력보다 팀워크 향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비롯해, 선수들 간의 치열한 포지션 경쟁을 도모하면서 파리아스 감독은 스타 플레이어 없이도 모든 선수들이 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지난 2005년, 당시 38세의 젊은 나이로 포항의 지휘봉을 잡은 파리아스 감독은 지금껏 외국인 감독으로서 성적에 대한 압박감과 쉽지 않은 타지에서의 적응 등 숱한 악조건을 극복해냈다. 그 결과, 파리아스 감독은 부임 이후 채 5년이 지나기도 전에 K리그, 컵대회, FA컵, AFC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모두 거머쥐는 ‘기적’을 이루는 데 성공하며 그야말로 거칠 것 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 선수 -끈끈한 팀워크로 아픔도 이겨내며 '최강' 이뤘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 정상의 자리에 오른 포항이지만, 팀을 이루는 선수들의 이름값은 그리 도드라지지 않는다.  특급 선수가 없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팀의 약점으로 꼽힐 수 있으나, 포항은 이러한 점을 특정 선수에 의존도가 몰리지 않게 하는 강점으로 승화시키며 더욱 끈끈한 팀워크를 다져내는 것에 성공했다.

포항은 오히려 올 시즌을 앞두고 박원재와 조성환 등 미들과 수비진의 중추 역할 선수들이 J리그로 떠나며 선수 구성이 한층 더 얇아진 느낌이었다. 시즌 초반 리그 9경기 연속 승리를 따내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을 때도 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끈끈한 팀워크가 진가를 드러낸 중반부 이후부터 ‘승승장구’했던 포항의 기세는 짜임새 있는 조직력이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오스트리아에서 돌아와 구단을 찾지 못해 기나긴 공백기를 보낸 끝에 포항에서 부활에 성공한 ‘특급 조커’ 노병준, 부친상에도 불구하고 팀의 우승을 위해 AFC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강행했던 김형일, 올해 태어난 딸의 원인 모를 병에도 이를 악물고 뛰었던 용병 데닐손 등 아픔을 겪은 그들에게 팀의 승리는 더욱 간절했고 결국 성공은 이루어졌다.

올 시즌 포항의 '성공 드라마'는 구단과 감독, 그리고 선수들이 모두 주인공이었다. 새로운 축구 문화를 도입하고자 했던 구단의 노력은 감독의 동의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며, 또한 감독의 의도대로 팀을 운영하는 것 또한 선수들의 노력이 부족했더라면 팀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 없었을 것이 분명하다.

구단·감독·선수의 삼박자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2009년 포항의 '스틸러스 웨이'는 팀이 성공하기 위한 가장 올바른 길을 제시했다. 김호 대전 감독의 불명예 퇴진, 성남의 격렬한 심판 판정 항의, 변병주 대구 감독의 구속 등으로 이어져 온 뒤숭숭한 올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서, 지금껏 포항이 이끌어 온 '그들만의 길'은 축구팬들에게 호감을 사고 있다.

[사진 = 포항 스틸러스 (C) 엑스포츠뉴스 지병선 기자]



유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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