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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거품 뺀 조애니 로셰트의 연기와 기량

기사입력 2009.11.23 03:43 / 기사수정 2009.11.23 03:43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22일(한국 시간),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 있는 키치너에서 벌어진 '2009-2010 ISU(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6차 대회 '홈 센스 스케이트 캐나다 인터내셔널'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조애니 로셰트(23, 캐나다)가 TES(기술요소) 50.02, PCS(프로그램 구성요소)에서 62.88의 점수를 합산한 112.90으로 1위를 차지했다.

전날 있었던 쇼트프로그램에서 개인 최고 기록인 70.00을 기록한 로셰트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을 합산한 총점 182.90의 점수로 이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벌어졌던 'Skate Canada'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로셰트는 자국에서 열린 그랑프리 대회에서 또다시 정상에 등극했다.

대회가 시작되기 전, 로셰트의 상황은 그리 좋지 못했다. 그랑프리 3차 대회인 'Cup of China'에서 3위에 머문 로셰트는 이번 대회에서 2위 안에 들지 못하면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이 불투명한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로셰트는 이러한 우려를 극복했다. 163.53의 점수로 2위 기록한 알리사 시즈니를 19.37의 큰 점수 차로 제치고 정상에 오른 로셰트는 잃어버렸던 자존심을 회복했다.

지난 시즌까지 김연아와 함께 경쟁을 펼친 아사다 마오(19, 일본)와 카롤리나 코스트너(22, 이탈리아)는 이번 그랑프리시즌에서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두 선수 모두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에 실패했고 '추락'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모든 면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8-2009 4대륙 대회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로셰트가 강력한 '2인자'로 부상했다. 로셰트는 세계 정상급의 스케이터이며 올림픽 메달 권에 도전할 수 있는 유력한 선수다.

그러나 올 시즌에 펼쳐진 그랑프리 대회의 로셰트는 완벽하지 못했다. 또한,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지난 시즌보다 오히려 퇴보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랑프리 3차 대회와 6차 대회에서 나타난 로셰트의 연기에서 몇 가지 불안한 요소가 나타났다.

비교적 안정된 점프. 그러나 비거리와 스케일은 평범하다

현재 활동하는 세계 정상급의 여자 싱글 스케이터 중, 가장 정확하고 비거리와 스케일이 뛰어난 점프를 구사하는 선수는 김연아(19, 고려대)다. 김연아의 점프는 가장 교과서적인 점프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파워와 스케일은 남자 선수를 방불케 할 정도다.

김연아는 이러한 점프로 2~3점에 이르는 높은 GOE(가산점)을 받고 있다. 같은 점프라 할지라도 가산점을 얻으려면 회전수와 도약 에지가 정확해야 한다. 또한, 높이와 비거리가 좋으면 더욱 우수한 점프로 인정받을 수 있다.

로셰트가 구사하는 점프는 비교적 정확하다. 점프 자체에 큰 문제점은 없지만 문제는 비거리와 스케일에 있다. 로셰트는 김연아처럼 가속도를 활용해 비거리와 파워가 좋은 점프를 구사하지 않는다. 제자리에서 도약해서 안전하게 랜딩할 수 있는 점프를 구사하는 것이 로셰트의 특징이다.

로셰트의 점프를 보면, 다른 여자 싱글 선수들과 큰 차이점이 나지 않는다. 점프의 스케일과 도약하는 힘은 항상 일정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큰 속임수가 없고 어느 정도 정교함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로셰트의 점프는 큰 논란이 되고 있지 않다.

로셰트는 트리플 점프 다섯 가지를 구사할 수 있고 안전하게 랜딩할 수 있다. 점프 자체에 큰 문제점은 없지만 비거리와 스케일은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니다. 따라서 심한 감점을 받을 점프도 아니지만 2점에 가까운 높은 가산점을 받기엔 부족함이 있는 점프이다.

또한, 이번 시즌에 들어와서 로셰트의 점프는 지난 시즌과 비교해 더욱 낮아졌다. 특히, 프리스케이팅에서 로셰트의 몇 가지 점프는 흔들렸다. 특히, 초반에 구사한 트리플 플립은 도약 에지가 완벽한 중립 인에지가 아니었고 랜딩도 불안정 했다. 트리플 룹에서도 흔들린 로셰트는 이 점프에서 감점을 받았다.

또한, 로셰트는 트리플 +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를 시도하지 않는다. 트리플 러츠 + 더블 토룹 + 더블 룹을 구사하는 로셰트는 김연아와 안도 미키, 그리고 카롤리나 코스트너가 구사했던 더블 악셀 + 트리플 토룹도 더블 악셀 + 더블 토룹으로 대신하고 있다.



높은 난이도의 기술을 구사하지 않는다는 점은 약점이 될 수도 있지만 현명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지난 8월, 국내에서 벌어진 아이스쇼 참가를 위해 인천공항에 입국한 로셰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기술에 전념하고 싶다. 특정 기술을 한다고 프로그램 전체가 나아지는 것이 아니다. 항상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집중하고 그것을 잘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밝혔다.

좋은 표현력을 가진 스케이터, 그러나 PCS에서 거품은 있었다

조애니 로셰트의 장점은 일본의 아사다 마오와 인도 미키에 비해 신채점제의 경향을 잘 따라갔다는 점이다. 로셰트는 가산점과 PCS에서 재미를 보는 스케이터 중 한 명이다. 속임수를 쓰지 않는 정교한 기술로 가산점을 얻고 표현력과 스케이팅 기술에 신경을 기울인다.

로셰트가 지난 시즌 선전을 보였던 요인 중 하나는 PCS에서 높은 점수를 챙겼기 때문이다. 로셰트의 스케이팅 기술은 뛰어난 편이다. 또한, 풋워크와 기술을 연결하는 점도 매끄럽다.

그러나 음악을 타고 움직이는 동작과 안무 소화력은 미흡한 점이 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 중, 안무 소화력과 음악을 타고 움직이는 동선은 오히려 라우라 레피스토(21, 핀란드)와 알리사 시즈니가 한층 깔끔해 보였다.

로셰트가 올림픽 시즌을 위해 준비한 회심의 작품인 '삼손과 데릴라'는 아직 미완성인 작품이다. 지난 그랑프리 3차 대회보다 많이 발전하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프로그램 완성도는 아직 미흡해 보였다.

그러나 로셰트는 PCS에서 무려 62.88의 점수를 받았다. 기술에서 꽤 흔들렸지만 PCS의 선전으로 112.90의 프리스케이팅 점수를 기록했다. 로셰트가 기록한 프리스케이팅 프로토콜을 보면 스케이팅과 풋워크, 그리고 작품 해석에서 7~8점의 고른 점수를 받았다.

안무 구성에 있어서는 9점도 있었다. 작품 자체의 안무는 뛰어났지만 문제는 아직 안무 수행능력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연아가 연기한 '미스 사이공'이나 '세헤라자데'처럼 반드시 '기-승-전-결'식의 구성은 없다고 해도 작품 전체에 흐르는 일관성이 존재해야 '안무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삼손과 데릴라'는 아직도 완성돼나가는 작품이다. 이번 대회에 나타난 로셰트의 안무는 기술의 연결과 매끄럽지 못했고 손동작과 움직임이 도중에 흐트러지는 모습이 노출됐다.

결론적으로 로세트는 그랑프리 3차 대회보다 한층 안정된 연기를 펼쳤다. 또한, 아사다 마오와 카롤리나 코스트너가 몰락한 현재, 김연아 다음으로 여자 싱글을 대표할 수 있는 스케이터로 부상한 점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나타난 로셰트의 경기력은 문제점도 많았다. 또한, 올 초에 벌어진 4대륙 대회와 세계선수권과 비교해보면 오히려 퇴보한 모습도 나타났다. 앞으로 남은 그랑프리 파이널과 올림픽에서 자신의 새 프로그램을 갈고 닦는 점이 로셰트의 과제이다.



'홈센스 스케이트 캐나다 인터내셔널'을 끝으로 2009-2010 그랑프리 시니어 피겨 시리즈는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를 통해 지난 시즌보다 비약적으로 도약한 여자 싱글 스케이터는 김연아와 스즈키 아키코(24, 일본) 밖에 없었다.

2008-2009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안도 미키는 여전히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했다. 또한, 가장 안정적인 스케이터인 조애니 로셰트도 새 프로그램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상태다.

로셰트는 "김연아는 내가 존경하는 선수다. 특별하게 어느 선수를 의식하고 싶지 않다. 내 최고 기록을 넘어서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아사다와 코스트너, 그리고 안도와 비교해 정신적으로 안정감이 있는 점도 로셰트의 장점이다. 또한, 모국인 캐나다에서 올림픽이 벌어진다는 행운도 로셰트는 지니고 있다.

로셰트는 올림픽에서 김연아의 경쟁자가 될 수 있다. 그리고 현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정상의 선수인 점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랑프리 파이널과 올림픽을 앞둔 시점에서 점프 불안과 프로그램 완성 미흡이라는 불안한 요소를 노출했다. 또한, 김연아의 '라이벌'로 평가받기엔 기량의 차이가 큰 점도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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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조애니 로셰트 (C) 엑스포츠뉴스 남궁경상 기자, 조영준 기자]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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