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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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시티를 떠올리게 한 성남의 용병술

기사입력 2009.11.23 07:13 / 기사수정 2009.11.23 07:13

이동호 기자




[엑스포츠뉴스=이동호] 22일 'K-리그 쏘나타 챔피언십 2009' 6강 플레이오프에서 성남이 인천을 상대로 승부차기 끝에 승리하며 준플레이오프에 올라가게 되었다.

사샤와 조병국이 전반전과 연장전에서 레드카드를 받으며 수적 열세에 몰린 성남은 연장 후반 막판 기발한 전술을 내보였다.

김용대가 승부차기를 대비하여 기존 골키퍼인 정성룡과 교체되는 줄로만 알았는데, 대기심의 숫자는 1번이 아닌 14번, 김정우와의 교체를 의미했다.

이에 정성룡은 골키퍼 유니폼이 아닌 필드 선수들이 입는 유니폼에 자신의 등번호인 1번을 새기고 경기장에 다시 들어갔지만 주심은 곧바로 경기종료 휘슬을 불고 경기는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연장 후반 막판 김용대와 김정우의 교체시간 그리고, 정성룡이 유니폼을 갈아입는 시간까지 1분 30초 정도를 보내며 최대한 시간을 끌어 인천이 공격 기회를 갖지 못하게 했다.

전반전 퇴장 명령으로 인해 벤치에는 있지 못했지만 관중석에서 경기를 주시하던 신태용 감독의 센스가 돋보이던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 광경을 보는 순간 머릿속에 갑자기 맨체스터 시티가 떠올랐다.

2005/2006 프리미어리리그 최종 라운드. 맨체스터 시티는 미들즈브러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무조건 이겨야 다음 시즌 UEFA컵에 진출할 수 있었다. 반면 미들즈브러는 최소 무승부만 이끌어내도 UEFA컵 나설 수 있는 상황.

후반 30분이 넘어갈 때 즈음 맨체스터 시티의 젊고 독특한 감독, 스튜어트 피어스는 팀의 킷 매니저에게 무언가 지시를 하였고 이 킷 매니저는 필드 선수용 유니폼 한 번을 가지고 잠시 후 나타났다.

후반 39분, 골키퍼인 니키 위버가 투입되며 데이빗 제임스가 교체되는 것만 같았던 상황.
그러나 놀랍게도 위버와 교체한 선수는 중앙 미드필더 클라우디우 레이나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기존 골키퍼였던 데이빗 제임스는 킷 매니저가 즉석으로 마킹한 필드 선수용 유니폼을 입고 최전방 공격수로 올라가 화려한 개인기를 뽐내기 시작했다.

제임스는 번번이 공을 빼앗겼고 거친 태클과 발리슛이 플라잉 니킥이 되어버리는 등 우스운 모습을 비췄지만, 열의에 찬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기어이 사건(?)이 터지고 만다. 

페널티박스 안으로 날라온 크로스 볼을 제임스가 상대 훌리오 아르카와 볼을 경합하던 중 주심은 아르카의 파울을 선언했고 페널티킥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제임스의 노력에도 불구, 로비 파울러가 이 천금 같은 페널티킥 기회를 놓치며 맨체스터 시티는 유럽 무대에 진출하지 못하게 되었다.

성남과 당시의 맨체스터 시티의 비슷한 점을 꼽아보자. 김정우와 레이나 둘 다 중앙 미드필더였는데 팀의 세컨드 골키퍼와 교체되었다. 그리고 기존의 골키퍼였던 정성룡과 제임스는 필드플레이어로 경기에 임했다.

신태용 감독과 피어스 감독 둘 다 감독으로서는 젊은 나이이며, 결정적인 순간에서 모두가 놀랄만한 뾰족한 전술을 내세웠다.

헌데 다른 점이 하나있다. 맨체스터 시티는 데이빗 제임스의 맹활약에도 이루고자 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였다. 하지만, 성남의 경우는 정성룡이 승부차기에서 실축을 했음에도 김용대가 ‘선축선방’의 진가를 보여주며 성남은 원했던 것을 얻은 것이다.

'K-리그 쏘나타 챔피언십 2009‘ 준플레이오프는 오는 25일 성남에서 벌어진다. 사샤와 조병국이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신태용 감독 본인도 벤치에 앉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번엔 어떠한 전술을 보여줄지 성남-전남전이 기대된다.

[사진=성남의 신태용 감독 ⓒ 엑스포츠뉴스 김세훈]



이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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