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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김연아도 인간…올림픽 대비 좋은 계기로 삼아야

기사입력 2009.11.16 07:00 / 기사수정 2009.11.16 07:00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16일 새벽, 미국 뉴욕주 레이크 플레시드 '1980링크'에서 벌어진 2009-2010 ISU(국제빙상경기연맹)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5차 대회 'Skate America'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참가한 김연아는 점프에서 흔들린 모습을 보이며 111.70을 기록했다. 지난 그랑프리 1차 대회인 '에릭 봉파르'에서 133.95의 최고 점수와 비교하면 낮은 점수지만, 무난하게 프로그램을 소화하면서 그랑프리 7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피겨 스케이팅에서 첫 번째 점프 과제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첫 점프에서 얻어진 자신감은 프로그램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또한, 첫 번째 점프가 성공할 경우, 프로그램을 운영해 나가나는 밸런스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3회 연속 200점 달성에 압박감을 느꼈던 김연아는 다소 긴장한 듯한 모습이었다. 김연아의 기술 중, 가장 높은 기초 점수를 가지고 있는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는 '더블 악셀'과 함께 '백발백중'의 성공을 보여왔다. 그러나 첫 점프인 러츠의 랜딩이 불안해 지면서 토룹의 착지도 불안하게 이루어졌다.

이 콤비니이션 점프에서 탄력을 받으면 김연아의 상승세는 계속 이어진다. 그러나 기대했던 첫 과제에서 흔들린 김연아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리듬을 잃어버렸다. 결국, 트리플 플립에서 넘어지고 말았지만, 그 다음 점프인 더블 악셀 + 더블 토룹 + 더블 룹 콤비네이션을 성공시키면서 안정감을 되찾았다.

김연아의 새 프리스케이팅 프로그램인 '조지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는 매우 만만치 않은 프로그램이다. 기술 요소의 구성은 비슷한 것 같지만 '미스 사이공'이나 '세헤라자데'와는 매우 이질적인 프로그램이다. 특히, 초반에 불어닥치는 '점프 폭풍'은 이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데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룹'에 이은 '트리플 플립', 여기에 이너바우어에 이은 '더블 악셀 + 더블 토룹 + 더블 룹'의 구성은 상당한 난이도를 지니고 있다. 김연아는 지난 '에릭 봉파르'에서 '트리플 플립'을 시도하지 않고 건너뛰었다. 아직 실전 경기에서 완벽하게 이 요소들이 수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구성 요소는 김연아의 기량을 충분히 고려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초반에 흐트러진 리듬을 김연아는 노련하게 찾아나갔다. 그러나 프로그램 후반에 배치된 트리플 러츠에서 회전 수를 채우지 못하는 실수를 범했다. 이러한 실수는 그동안 김연아의 연기에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상승세만 타고 가던 김연아를 생각할 때,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는 결과였다.

김연아는 지난 2008-2009시즌 4대륙 선수권대회 때부터 이번 대회 쇼트프로그램까지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여왔다. 한 시즌을 놓고 봤을 때,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쉬어가는 지점'이 있어야 한다. 16일 벌어진 프리스케이팅에서 김연아의 연기는 분명히 만족할만한 연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오히려 내년 올림픽을 대비한 좋은 계기가 될 수 도 있다.

지난 20087-2009시즌, 김연아는 국내에서 벌어진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아사다 마오(19, 일본 츄코대)에게 1위를 내주고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러한 결과는 김연아에게 더욱 분발 심을 촉구했고 자신의 페이스를 찾은 김연아는 4대륙 대회와 세계선수권을 연속적으로 우승했다.

제아무리 뛰어난 스케이터라 할지라도 시즌 내내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기 힘들다. 또한, 피겨 스케이팅은 단 한 번의 실전 경기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스포츠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당일 컨디션이나 사소한 문제로 인해 흔들릴 소지도 있다.

이번 시즌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김연아의 흔들림'이 이번 대회에서 나온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른 대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담감이 적었던 이번 대회를 187.98점의 점수로 마감한 김연아는 '7연속 그랑프리 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도 얻었다.

비록, 김연아가 프리스케이팅에서 실수를 범하기는 했지만 쇼트프로그램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자신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기술요소 점수(TES)는 51.18에 머물렀지만 프로그램 구성 점수(PCS)는 61.52를 기록했다. PCS에서 60점을 넘어선 선수는 김연아밖에 없었다.

그랑프리 파이널과 올림픽을 앞둔 김연아의 목표는 더욱 확고해 졌다. 최고의 기술 난이도와 엄청난 PCS를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인 '조지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를 더욱 완성도 있게 갈고 닦는 점이다.

이번 대회에서 비록 몇 번의 실수가 나왔지만 '조지 거쉰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는 지난 '에릭 봉파르 대회를 통해 상당부분 완성됐다는 것이 증명됐다. 이제 다시 상승 곡선을 타면서 그랑프리 파이널과 올림픽을 대비해 나가는 것이 김연아의 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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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연아 (C) IB 스포츠, 엑스포츠뉴스 강운 기자, 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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