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7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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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어깨를 펴라, 이범영!

기사입력 2009.11.01 21:16 / 기사수정 2009.11.01 21:16

이동호 기자


2009 K리그 마지막 30라운드가 열린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 인천은 마지막 6강 플레이오프 줄을 잡기위해, 부산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한 경기에서 인천이 1-0으로 부산에 승리하며 극적으로 6강 플레이오프에 합류하였다.


부산은 주전 골키퍼인 최현이 아닌 이범영이 골문을 지켰다. 이범영은 지난 시즌 데뷔하여 최현에 이은 부산의 세컨 골키퍼로 강팀들을 상대로 놀랄만한 선방들을 펼쳐 팬들의 머릿속에 ‘슈퍼세이브’가 많이 그려져 있다.


그러나, 막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나 쉽게 잡을 수 있을 듯한 볼을 종종 놓치는 경우가 있어 응원하는 입장에선 탄식이 나올 때가 있다.


부산과 인천의 경기는 김태영의 퇴장과 유병수의 페널티킥 실축 이외에는 뾰족이 내세울만한 장면 없이 전반전을 마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전반 종료 직전 득점이 나왔다.


챠디가 오른쪽 측면에서 페널티박스로 올린 크로스를 이범영이 잡기 위해 점프를 하였다. 이범영의 오른손바닥에 맞은 볼이 뒤로 향하며 골대 그물을 갈랐다. 이 경기의 유일한 골이 골키퍼로부터 비롯된 된 것이다.


이 장면을 보며 지난 U-20 세계 청소년월드컵 한국-카메룬 경기가 떠올랐다. 당시 한국은 이범영과 김승규의 주전 골키퍼 싸움이 치열했는데 김승규가 아시아 예선에서의 퇴장으로 인해 본선 첫 경기에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라 주전 경쟁의 추가 이범영에게 기울어져 있었다.


카메룬전에서 이범영은 선발로 나와 경기 초반 안정적인 플레이를 펼쳤다. 하지만, 한국은 전반 19분 아코노 에파의 중거리슛이 이범영의 캐칭 미스로 인해 골로 직결되며 무너져 0-2 완패를 당했다.


그리고 이번 인천전에서도 이범영의 단 한 번의 캐칭 미스로 인해 부산의 분위기가 한 순간에 다운되었다. 이렇게 까지 확장하여 생각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이범영의 이 자책골이 만약 나오지 않았더라면 경남이 웃고 인천이 우는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았을까?


이범영은 이 실수 때문인지 후반전에도 볼을 아슬아슬하게 잡는 상황이 한 번 더 나왔고, 크로스가 올라왔을 때 낙하지점을 애매하게 파악하고 달려 나와 위기를 초래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계속 보여주었으나, 인천에서 골문을 향한 슈팅이 거의 나오지 않아 추가 실점은 더 이상 없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고 부산의 팬들은 그라운드로 들어와 선수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선수들이 팬들과의 이러한 만남이 신선했는지 대부분의 선수들은 팬들에게 둘러싸여 사진을 많이 찍게 되었지만 이범영의 어깨는 다른 선수들보다 처져 있는 게 눈에 띄었다.


골키퍼는 다른 어떤 포지션보다 경험이 가장 중요한 자리다. U-20 대표팀 코치였던 신의손은 이범영에게 경험만 추가된다면 세계적으로 뛰어난 골키퍼가 될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였다.


공격은 아홉 번 놓치고 한 번만 넣어도 스포트라이트랄 받지만, 수비는 아홉 번 선방하고 한 번만 놓치면 온갖 비난을 받는다. 이범영은 카메룬전이나 인천전에서 자신의 실수 한번으로 경기가 좌우되었다고 자책하였을 것이다.


이범영은 스물 하나, 아직 어리다. 실패와 실수로 인해 우리는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고, 이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이범영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상쇄할 수 있는 시간은 많다.


현 국가대표이자 성남의 수호신 정성룡도 청소년대표팀 시절 알제리와의 경기에서 충분히 차낼 수 있었던 볼을 거대하게 헛발질을 하며 골을 내주었지만, 지금은 어떤가? 환상적인 선방과 함께 상대편 골대로 골을 넣을 수 있는 골키퍼가 되었다.


이범영의 2009년은 마무리되었다. 내년이 되어서도 올해 있었던 캐칭 미스들을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릴 것이다. 과거는 과거일 뿐 이젠 앞만 내다보면 된다. 부산 아니, 크게 보면 한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가게 될 수도 있는 골키퍼가 더 이상 위축되지 않았으면 한다.

 



이동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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