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10.15 00:20 / 기사수정 2009.10.15 00:20
허정무호는 14일 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세네갈과의 평가전에서 2-0 완승을 하고 세네갈전 역대 전적 첫 승을 기록하며 '아프리카 축구'도 넘어서는 기세를 보였다. 세네갈전 승리로 허정무호는 A매치 26경기 연속 무패(14승 12무)는 물론 '비아시아 팀'과의 평가전에서 3연승을 달렸다.
이제 올 한 해, 허정무호가 치를 마지막 A매치는 다음달 14일과 18일, 두 차례가 남았다. 경기 장소는 한국이 아닌 유럽이다. '유럽 강팀 공포증'을 깨기 위해 허정무호는 과감히 유럽 원정 길을 택해 월드컵 본선에서의 경쟁력을 그야말로 '제대로' 갖추게 된다.
매 대회 유럽 2팀씩 상대…원정 평가전의 필요성
한국 축구가 역대 월드컵 본선에서 유럽팀과 상대한 경기는 모두 18경기로, 매 대회 조별 예선에서 2팀씩 맞붙어 3승 5무 10패의 전적을 냈다. 3승은 모두 2002년 한일월드컵(폴란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8강 스페인전 공식 기록은 무승부)때 기록한 것. 매 대회 16강 이상의 성적을 내려 했던 한국은 번번이 유럽팀에 발목이 잡혀 목표하던 바를 이루지 못했다.
1954년 스위스월드컵 때 터키, 헝가리에 완패해 세계와의 높은 벽을 실감했던 한국은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불가리아에 1-1무승부를 거두며 사상 첫 본선에서 승점을 기록하는 쾌거를 이뤄냈지만 전 대회 우승국 이탈리아에 2-3으로 아깝게 패해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어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때는 벨기에, 스페인에 잇따라 패하며 전패의 고배를 마셨고, 1994년 미국월드컵 때는 스페인과 2-2무승부를 거둔 뒤, 최종전 독일과의 경기에서 2-3으로 패해 역시 16강 진출 실패의 아픔을 맛봤다.
이어 1998년 프랑스월드컵 때는 히딩크 감독의 네덜란드에 0-5로 대패해 차범근 당시 감독이 경질되는 아픔을 맛봤으며, 벨기에와 치열한 대결을 벌인 끝에 1-1무승부를 거둬 월드컵 첫 승의 꿈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2002년 월드컵의 성공을 바탕으로 2회 연속 16강 진출을 노렸던 2006년 독일월드컵 때는 프랑스와 1-1무승부를 거두며 목표 달성을 이루는듯했지만 스위스에 0-2로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탈락했다.
유럽 원정의 좋은 추억과 아쉬운 기억
과거의 경험을 비춰봐도 한국이 남아공월드컵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내려면 유럽 강팀과의 평가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유럽 현지에 가서 원정팀의 기분으로 경기를 갖는 것은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에게 아주 뜻깊은 경험이 될 수 있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본선에 대비하면서 그동안 유럽 원정 경기를 했던 경험을 살펴보면 좋은 추억과 기억하기도 싫은 악몽이 공존하고 있다. 유럽 원정이 '약'이 돼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던 경험이 있는 반면 한국 축구 역사적으로 악몽과도 같았던 기억도 있기 때문이다.
한일월드컵을 준비하던 지난 2002년 3월, 한국 축구는 유럽 원정을 통해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북중미 골드컵에서 부진한 성적을 내며 거스 히딩크 당시 감독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스페인 라망가 전지훈련 중에 가졌던 핀란드와의 평가전에서 황선홍의 연이은 2골로 2-0 승리를 거둔 것이다.
모처럼 시원한 승리를 일궈낸 '히딩크호'는 이후 독일 보쿰에서 열린 터키와의 평가전에서 인상적인 경기를 펼치며 0-0무승부를 거둬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후 조직력이 한층 정비된 '히딩크호'는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프랑스 등과 대등하거나 월등한 경기력을 과시하며 완벽하게 대회 준비를 마쳤고, 결국 4강 신화라는 역사를 쓸 수 있었다.
하지만, 히딩크호가 유럽 원정에 대한 좋은 추억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바로 1년 전인 2001년 8월, 체코와의 평가전에서 0-5로 완패하는 수모를 당했기 때문이다. 허무하게 잇따라 골을 내주면서 대패한 뒤, 히딩크 감독은 '오대영 감독'이라는 오명을 써야 했다.
4년의 시간이 지나 독일월드컵 본선에 대비하던 2006년 6월. '아드보카트호'는 스코틀랜드에서 전지훈련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노르웨이, 가나와 잇따라 평가전을 가졌다. 결과는 1무 1패의 부진한 성적을 냈지만 마지막 평가전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보완하는 모습을 보인 '아드보카트호'는 토고전 승리, 프랑스전 무승부라는 결과를 내며 '월드컵 16강' 못지않은 성과를 냈다.
가장 최근에 유럽 원정을 가졌던 것은 2007년 2월, 핌 베어벡 감독이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을 때였다. 당시, 아시안컵을 준비하던 대표팀은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유럽 챔피언' 그리스와 평가전을 치러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결국, 후반 33분에 터진 이천수의 그림 같은 프리킥 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고, 영국 현지 교민들의 열화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반면, 1998년 프랑스월드컵 준비 기간에 가진 유럽 원정은 아쉬움이 많았다. 동유럽 3개국을 돌면서 가진 평가전에서 2무 1패의 성적에 그쳤기 때문이다. 선제골을 넣고도 이를 지키지 못해 마케도니아(2-2무), 유고(1-3패)에 아쉬운 결과를 낸 한국은 유럽을 깨기 위한 해답을 제대로 찾지 못한 채 본선 무대에 나서야 했다.
'어게인(Again) 2002'를 외치며 한국 축구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본선 16강을 위해 또 한 번 '유럽 공포증'을 깨기 위한 준비를 펼친다. 그 첫 상대는 바로 북유럽의 강호, 덴마크다. 지금까지 '지지 않는 축구'를 선보였던 허정무호가 이번 유럽 원정 2연전을 통해 그러한 상승세를 계속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1달밖에 남지 않은 '2009년 유럽 원정'이 허정무호, 그리고 한국 축구에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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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허정무호는 유럽 공포증을 깰 수 있을까 (C) 전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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