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5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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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투혼이 돋보였던 '리틀 태극전사'

기사입력 2009.10.10 02:50 / 기사수정 2009.10.10 02:50

정재훈 기자



[엑스포츠뉴스=정재훈 기자] 18년 만에 8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던 리틀 태극전사들의 신화가 아프리카의 강호 가나에 제동이 걸렸다. 

대한민국 U-20 대표팀은 이집트 수에즈 무바라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가나와의 8강전에서 아쉽게 2-3으로 패하며 4강 문턱에서 무릎을 꿇고 말았다. 1991년 남북 단일팀에 이어 18년 만에 8강에 진출하며 내친김에 1983년 멕시코 신화를 이어가려던 홍명보호는 8강 진출에 만족하게 되었다. 

그동안 청소년 대회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며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는 가나를 맞았지만 미국과 파라과이를 모두 3-0으로 제압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한국도 충분히 해볼 만 하다는 평가였기 때문에 더욱 아쉬움이 남았다. 

너무 이른 실점 

16강전에서 카메룬과 120분의 혈투와 3일의 휴식을 취한 한국과 달리 이틀밖에 쉬지 못한 가나는 체력적 부담을 만회하고자 아디이아와 오세이를 제외한 모든 선수들이 수비라인을 내리며 수비에 치중했고 단 한 번의 패스에 의한 역습으로 공격을 풀어나갔다. 

눈에 뻔히 보이는 단조로운 공격이었지만 스피드와 개인기가 뛰어난 가나의 공격수들은 적은 숫자임에도 불구하고 위협적인 모습이었고 한국의 수비는 알면서도 막지 못했다. 

또한 좌우 풀백 아디와 잉쿰의 날카로운 좌우 측 크로스는 전반에만 2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한국은 박희성의 골로 재빠르게 가나를 추격했지만 전반부터 가나의 수비전략에 끌려다니며 그들의 수비를 공략하는데 실패했다. 

한국이 선제골을 터트렸다면 가나도 수비에만 치중할 수 없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담을 안고 있는 가나의 뒷공간을 쉽게 장악할 수 있었겠지만 이른 실점으로 가나는 뒷문을 두텁게 쌓으며 경기를 쉽게 풀어나갈 수 있게 되었고 한국은 그만큼 어려움에 부닥칠수 밖에 없었다. 

체력적 부담 

가나에 비해 하루 더 휴식을 취한 한국이 체력적인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대부분이 프로인 가나와 달리 절반 이상의 선수들이 대학생 신분인 한국은 오히려 가나에 비해 체력적으로 밀리는 모습이었다. 

대학생이거나 프로 신분이라도 꾸준히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들로 구성된 한국은 3일 간격의 타이트한 경기 일정이 다소 무리가 있었다. 지난달 27일 카메룬전을 시작으로 약 2주간 5경기를 치르는 혹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은 프로생활을 통해 이런 상황이 익숙한 가나에 비해 부족한 모습이었다. 

가나는 휴식이 부족했지만 프로생활을 통해 체력적 준비가 잘 되었고 경기 중에는 극단적인 수비전략으로 체력 낭비를 최소화했다. 게다가 선제골을 터트리자 더욱 수비에 치중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은 90분 동안 약 65%의 점유율로 경기를 풀어나갔지만 철저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나의 수비진을 뚫기 어려웠다. 가나는 체력을 비축할 수 있게 되었고 한국은 오히려 체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맞았다. 

잔디 적응 실패 

한국은 무바라크 스타디움에서 조별예선 3경기를 치르며 경기장에 충분히 적응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날도 수차례 컨트롤 미스와 패스 미스로 경기를 풀어가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가나는 순조롭게 잔디에 적응하며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가나가 경기장에 적응하기에 더욱 용이했던 점은 바로 수비를 두텁게 하고 역습 위주의 경기 스타일이었다. 가나는 이날 경기에서 짧은 패스보다는 롱패스 위주의 경기를 펼쳤고 공격진영에서는 철저한 일대일 돌파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공이 많이 튀지 않는 그라운드의 특성상 조금 긴 패스도 라인 밖으로 나가지 않게 되었고 이는 가나의 역습 작전에 보이지 않는 도움을 주었다. 또한 스피드와 개인기를 앞세워 일대일 돌파를 선호하는 공격수들에도 공이 발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는 특성 때문에 가나의 돌파는 더욱 위력을 발휘했고 한국 수비는 공을 빼앗는데 더욱 어려움을 느낄수 밖에 없었다. 

반면 한국은 철저하게 짧은 패스 위주의 경기를 펼쳤는데(뒷공간이 없었기 때문에 그럴수 밖에 없었다) 이는 그라운드 상태로 인해 깔끔한 패스 연결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잦은 패스 미스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4강 실패는 아쉽지만 투혼이 돋보였던 '리틀 태극전사' 

아쉬운 8강에 머무르고 말았지만 이번 U-20 월드컵은 성공적인 대회로 평가된다. 대회 전 스타 선수가 없어 큰 기대와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홍명보호는 뛰어난 조직력으로 매 경기 발전했고 이동국, 이천수, 박주영, 기성용도 이뤄내지 못한 8강이라는 값지고 달콤한 열매를 얻었다. 

이번 대회에서 태극전사들은 포기하지 않는 투혼이 무엇보다 돋보였다. 첫 경기 카메룬에 패했고 조별 예선 2차전에서 독일에 0-1로 끌려가며 예선 탈락 위기에 몰렸으나 결코 포기하지 않았고 강한 정신력으로 끝내 무승부를 만들어내며 16강 진출의 초석을 다졌다. 

이번 가나와의 경기에서도 비록 패했지만 0-2로 뒤진 상황에서 한 골을 따라붙었고 후반 33분에 통한의 실점을 하며 다시 2점차로 벌어진 상황이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으로 다시 2-3으로 추격하는 투혼을 불살랐다. 끝내 동점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리틀 태극전사들의 투지와 열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때론 성공보다 실패를 통해 더욱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다. 위대한 도전은 아쉽게도 8강에서 멈추고 말았지만 리틀 태극전사는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을 것이다. 이들의 아름다운 도전에 큰 박수를 보낸다. 

[사진='골을 넣고 환호하는 선수들' (c) FIFA 공식 홈페이지 캡쳐]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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