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9.24 19:51 / 기사수정 2009.09.24 19:51
[엑스포츠뉴스=박문수 기자] 라커룸에서 들려오던 챔피언스리그 주제가도 무의미해진 것일까? AC 밀란이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개막전 시에나를 상대로 비교적 좋은 경기력을 선사하며 축구 팬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킨 그들은 '밀란 더비'에서 인테르 밀란에 4-0으로 완패한 후, 문제점이 드러나며 올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 A에서의 선전을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밀란은 24일 새벽(한국시각) 우디네세와의 세리에 A 5라운드에서 디 나탈레에게 실점하며 1-0으로 패하였다. '우디네세의 천적' 이미지는 사라졌고 상대 공격의 고전 했으며 미드필더의 압박은 실종되었다. 지난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에서 마르세유 원정에서 승리하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듯싶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현재 밀란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 부진한 영입 성과와 선수층의 약화
올 시즌 밀란은 파울로 말디니, 카카가 각각 은퇴와 이적을 선택했기 때문에 내로라하는 창과 방패를 잃었다.
말디니의 공백은 부상에서 돌아온 네스타와 신입생 티아구 실바 때문에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카카의 공백은 너무나 크다. 그의 대체 자인 호나우지뉴는 심각한 기복 때문에 기량을 믿을 수 없으며 셰도르프는 노장이다.
밀란 공격의 시발점인 피를로의 볼 배급은 카카의 부재 때문에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며 '소년 가장' 파투만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그의 나이는 만 20세이다. 공격진의 보강을 위해 데려온 훈텔라르는 미드필더의 지원이 없기 때문에 문전 앞에서 고립되며 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 신임 감독 레오나르두에게는 너무 버거운 AC 밀란
유럽의 내로라하는 명문 클럽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신임 감독의 심정은 좌불안석일 것이다. 하지만, 구단이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지 않는다는 점과 구단주가 자신이 좋아한다는 이유로 한물간 선수를 지속적으로 선발 명단에 넣기를 강요한다면 신임 감독은 더욱 난처한 상황에 처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처한 감독이 밀란의 레오나르두일 것이다.
밀란의 구단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는 팀에 대한 지원을 아끼고 있으며 주축 선수들을 타 팀에 거리낌없이 팔았다. 이에 대한 마땅한 대체자 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호나우지뉴의 기용을 강요했으며, 호나우지뉴의 부진은 AC 밀란의 때아닌 몰락으로 전이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감독 경험이 없는 레오나르두를 사령탑에 앉힌 것도 큰 문제이다. 밀란의 브라질 담당 스카우터로서 카카, 파투, 티아구 실바를 데려온 그의 성과는 눈부셨지만 그에 대한 지원이 없다는 것과 현격하게 떨어진 선수 진의 무게감은 그를 더 난처하게 만든다. 이 때문에, 리그 초반부터 고전하고 있으며 부족한 포지션에 대한 보강 없이, 더는 강 팀들과 경쟁력을 갖출 수 없을 것이다.
한편, 밀란을 벗어난 카를로 안첼로티는 첼시에서 연승행진 중이다.
▶ 리그 내 팀들에게 읽혀버린 변하지 않는 전술
밀란의 포메이션은 남들과 다른 4-3-3이다. 즉, 밀란의 전술은 전임 감독 안첼로티가 사용하던 4-3-1-2를 뜻한다. 시즌 전 밀란에 대한 반응은 이미 리그 내에서 전술이 읽힌 상황이기 때문에 신임 감독이 변화시켜주길 바란다는 것과 팀의 상징인 카카와 말디니를 잃은 상황에서 날카로운 창과 든든한 방패가 없기에 더욱 고전할 것이었다.
특히 활동량이 떨어지는 호나우지뉴가 '오프 더 볼' 상황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상대팀을 교란시킬지는 미지수이며 3명의 중앙 미드필더 중 가투소의 적극적인 공수 가담과 피를로가 압박에서 벗어나야 승산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미드필더들은 압박이 전혀 없기에 바르셀로나로 대표되는 중원이 강력한 팀과 전원 수비를 통해 공간을 허용하지 않는 팀들에게 고전할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영입설이 나온 크라시치와 하피냐, 복귀를 노리는 베컴의 영입은 기존 전술의 수정을 의미할 것이다. 하피냐가 가세한 오른쪽은 베컴과 아바테로 대표되는 크로스에 능한 선수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 좌측의 크라시치는 호나우지뉴의 대체 자가 될 것이다.
▶ 안일한 밀란의 보드 진
올 여름 밀란은 카카와 구르퀴프의 이적 때문에 막대한 자금 확보에 성공했지만 그들이 영입한 선수는 다수의 임대 후 복귀 선수와 프리로 풀린 오구치 온예우, 레알에서 데려온 훈텔라르 뿐이었다. 23세 이하의 선수 영입을 통해 '노인정 이미지'의 탈출을 선언한 구단주 베를루스코니의 발언은 어느새 조용해졌으며 그의 잦은 '캄피오네' 발언은 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FC 포르투에서 올림피크 리옹으로 둥지를 옮긴 좌측 풀백 알리 시소코는 영입에 성공했음에도 이적료 몇 푼을 아끼기 위해 그의 치아에 이상이 있다는 논란을 부추겨 '밀란은 더는 명문이 아니다'란 이미지까지 심어주고 있다. 결국, 팀의 안 좋은 여건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할 보드 진의 알 수 없는 행동은 밀란을 지지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불쾌감과 괴리감을 선사하고 있다.
▶ 결론
밀란의 부진은 예측 가능했다. 2006-2007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소속팀 선수들의 끈질긴 정신력과 카카의 분전이 돋보이며 밀란을 기대하게 했지만 미미했던 선수 보강은 난공불락의 상황으로 만들었다. 균형을 맞추지 못한 밀란은 리그에서 고전하고 있으며 리그부터 강팀들과 벌어진 승점 때문에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위한 끝없는 사투를 펼쳐야 할 것이다.
리버풀의 전설적인 감독 빌 샹클리는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라는 명언을 남긴 적이 있다. 좋은 활약을 선사하며 팬들에게 존재를 각인시킨 선수와 팀은 일시적인 부진은 허용되지만 변하지 않는 클래스 때문에 재기할 수 있을 것이다.
[관련기사] ▶ 흔들리는 AC 밀란
☞ 밀란과 훈텔라르의 잘못된 만남
☞ [세리에 A-BEST] 추락하는 밀란에게 날개란 없다
[사진=AC 밀란 공식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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