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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클로즈 업 V] 女배구 일본 설욕, '서브리시브'에 달렸다

기사입력 2009.09.13 04:35 / 기사수정 2009.09.13 04:35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12일 저녁(한국시각), 베트남 하노이 꾸언응우아 체육관에서 열린 '제15회 아시아선수권대회' 준결승전에서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중국에 세트스코어 1-3(18-25 19-25 25-21 14-25)으로 패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들어 가장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며 선전했다.

아시아 최강은 물론, 세계정상권의 팀인 중국을 상대로 쉽게 물러서지 않는 경기를 펼친 점은 매우 고무적이었다.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서브 리시브는 예상보다 원활하게 이루어졌다. 또한, 몸을 던지는 적극적인 수비도 이번 대회 들어 가장 많이 나타났다.

중국은 주포인 왕이메이가 부상으로 빠졌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기량도 만만치 않았다. 주 공격수로 활약한 리 주안은 파워와 기교를 겸비한 공격을 펼쳤다. 그리고 중국의 장기인 외발 이동 속공은 매우 빠른 순간에 이루어졌으며 세터의 토스와 센터의 움직임은 찰떡궁합같이 맞았다.

중국 공격수들은 어느 위치에서도 볼을 때릴 수 있는 기량을 지녔다. 또한, 경기 흐름을 간파하고 상대의 허점을 이용하는 '창의적인 플레이'도 돋보였다. 예를 들어 중국의 센터진은 빠른 A속공을 시도했지만 양효진(20, 현대건설)의 블로킹 타이밍에 번번이 차단됐다. 이러한 흐름을 즉각적으로 알아챈 중국은 센터가 한 타이밍 늦게 공격을 하는 '개인 시간차'를 즉각적으로 구사했다.

그리고 볼을 때리는 타법도 다양했다. 시종일관 같은 패턴의 공격을 구사하지 않고 강타와 연타를 적절하게 구사했다. 같은 아시아권 국가지만 중국은 한국에 비해 높이와 파워에서 앞서있다. 하지만, 경기의 흐름을 간파하고 팀원들과 자주 대화를 나누면서 실전에 바로 응용하는 배구는 중국배구에 배워야 할 부분이다.

마지막 세트가 된 4세트. 한국은 체력에 어려움을 느끼며 서브리시브가 무너졌다. 3세트의 승리를 4세트로 이어가지는 못했지만 3, 4위전에서 만날 일본전을 앞두고 좋은 경기력을 펼쳤다.

또 다른 준결승전이었던 일본과 태국의 경기는 예상을 뒤집는 결과가 나왔다. 태국이 일본을 시종일관 압도한 끝에 세트스코어 3-1로 승리를 거뒀다. 다시 한 번 3, 4위 결정전에서 일본을 만난 한국은 설욕의 기회를 잡게 됐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이후, 5년 동안 일본 1진에게 이겨본 경험이 없는 한국은 연패의 사슬을 끊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이했다.

이번 아시아선수권에 참가한 일본은 분명히 작년 베이징올림픽 때보다는 전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다. 아라키 에리카를 위시한 중앙 센터진의 위력이 떨어졌고 태국과의 준결승전에서 봉쇄당한 사카시타 마이코(24, JT 마베라스)는 기복이 심한 약점이 있다.

그러나 객관적인 전력과 조직력은 여전히 일본이 한국보다 우위를 점령하고 있다. 일본은 작년 올림픽까지 뛰었던 핵심멤버인 다카하시 미유키(31)가 은퇴했지만 대부분의 주전 멤버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재치가 넘치는 리베로인 사노 유코(30, 하사미츠 제약)의 수비와 일본이 자랑하는 세터인 다케시타 요시에(31, JT 마베라스)의 기량은 위협적이다. 그리고 '주포'를 받쳐줄 보조공격수의 기량도 일본이 한국보다 한 수 위의 전력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 10일 벌어진 8강전에서 한국의 리베로와 보조공격수의 부진은 패배의 큰 요인이 되었다. 그러나 일본과의 8강전에서 부진했던 김민지(24, GS 칼텍스)와 리베로 김해란(25, 도로공사)은 한층 민첩한 움직임으로 보이며 공격과 수비에서 분전했다.



13일 저녁에 벌어질 3, 4위 결정전에서 한국이 중국전과 같은 움직임을 보여준다면 승산은 높아진다. 그러나 지속되는 경기로 인해 쌓인 피로와 경기 막판에 나타나는 체력 고갈 문제는 한국이 극복해야 될 과제다.

그동안 느린 움직임과 공격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여준 김민지는 중국전에서 몇 걸음 빨리 달려와 상대의 빈 코트와 블로킹을 이용하는 공격을 펼쳤다. 한층 빨라진 움직임과 상대의 블로킹을 이용한 공격 센스는 '주 공격수'인 김연경(21, JT 마베라스)의 어깨를 한결 가볍게 만들었다.

한국은 물론, 세계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하고 있는 김연경을 받쳐줄 공격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또한, 승부의 흐름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리시브'다. 일본의 모든 선수들은 리시브가 불안한 김민지에게 중점적으로 서브를 넣을 것이 확실시된다.

김민지, 그리고 리베로인 김해란에게 쏟아지는 서브를 안정적으로 받아내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구리하라 메구미(25, 파이오니아)는 강한 스파이크 서브를 구사하고 있고 아라키 에리카와 기무라 사오리(23, 토레이 애로우즈)는 변화가 심한 목적타 서브를 넣고 있다. 이렇게 각기 다른 서브에 흔들리지 않는 점이 중요하다.

그리고 보조공격수의 역할을 할 김민지와 황연주(23, 흥국생명)의 분전도 필요하다. 보조 공격수의 활약이 살아난다면 그 여파는 김연경의 활약에 영향을 미친다.

일본의 공격루트는 다양하지만 중국과 비교하면 훨씬 잡아내기 쉬운 편이다. 아주 강한 공격은 어쩔 수 없지만 기무라 사오리와 구리하라 메구미가 자주 쓰는 연타 공격은 수비진이 분주하게 움직이면 충분히 걷어낼 수 있는 볼이다.

일본이 결승진출 실패로 인해 받은 충격은 분명히 크다. 그러나 태국에 당한 패배로 정신력을 가다듬고 한국전에 응하는 자세도 충분히 염두에 두어야 한다.

태국은 안정된 리시브가 바탕이 된 빠른 공격으로 일본을 침몰시켰다. 또한, 일본 공격수들의 경향을 파악해낸 태국은 블로킹과 수비에서 미리 자리를 잡고 일본의 공격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설욕에 대한 강한 의지도 중요하다. 하지만, 충분히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승패의 여부를 떠나 이번 대회를 알차게 마무리하는 '분전'을 요하는 시점이다.

[사진 = 김해란, 김민지, 김연경 (C) FIVB(국제배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김연경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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