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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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리거 4인방의 '4인4색 기상도'

기사입력 2009.08.27 10:43 / 기사수정 2009.08.27 10:43

조형근 기자



[엑스포츠뉴스=조형근 기자] 세월이 변하긴 많이 변했다. 이동국과 김두현이 실패를 겪은 이후로 EPL에선 더 이상 한국 선수가 진출하긴 어려울 줄 알았다. 하지만 08/09시즌 겨울 이적시장을 통한 조원희의 위건 애슬래틱 진출과 올 여름 이청용의 볼튼 원더러스 진출, 그리고 설기현의 풀럼 복귀와 맨유 주전으로 성장한 박지성까지 또다시 EPL엔 4명의 한국인 선수가 뛰고 있다. EPL 09/10시즌이 개막한지 어느덧 3R, 각 팀들의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난 가운데 그들은 현재 어떤 상황에 놓여 있을까?

적응은 끝났고 이제는 공격 포인트로! 이청용은 '맑음'

'블루 드래곤'이청용이 볼튼 원더러스에 입단할 때만 해도 사람들은 반신반의하는 모습이었다. 빅리그로 바로 진출해서 성공하기엔 적응 문제가 뒤따를 것이라는 부정적인 사람들도 있었고, 이청용의 재능과 패기라면 능히 EPL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사람들도 많았다. 그리고 이청용은 지금까지 꽤 성공적인 모습으로 볼튼에 적응하고 있다.

잉글랜드로 건너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적응 문제로 결장할 것이라고 예상한 개막전에 교체로 깜짝 출장한 것을 시작으로 어느덧 4게임 연속 출장이다. 4경기 출장 중 3경기가 교체 출장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이청용에게 적응의 무대를 주고 경기력을 끌어올리게 만드는 중이라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청용에게 호재인 것은 최전방의 엘만데르가 08/09시즌에 이어 지독한 골 가뭄을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는 것인데 이는 게리 멕슨 감독으로 하여금 케빈 데이비스를 원래 자리인 공격수에 두고 이청용을 오른쪽 미드필더로 놓아 딱딱하고 피지컬 중심의 축구를 하는 볼튼에 창의력을 불어넣고자 하는 의도를 좀더 확실히 굳혀줄 만한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미 4경기 동안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적응은 끝났다. 남은 건 선수로서 '공격 포인트'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는 것 뿐인 이청용의 비상은 이제 겨우 첫 날갯짓을 펼쳤을 뿐이다. 29일 토요일 밤 11시(한국시각) 볼튼의 홈 구장인 리복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EPL 4R 볼튼과 리버풀의 경기에서의 활약 여부는 이청용의 앞날에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번리전 최악 뒤로 하고 재계약 임박, 박지성은 '흐린 뒤 갬'

09/10시즌 박지성의 초반 행보는 고공비행이었다. 2009 FA 커뮤니티실드 첼시와의 경기에선 공격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그동안 대표팀에서나 보여줘 왔던 공간침투와 공격 전개능력을 보여주며 올 시즌 새로운 모습으로 팬들에게 어필할 것을 기대하게 했지만, 체력 안배상 결장한 개막전 이후 2R 승격팀 번리와의 원정 경기에서 실수를 연발하며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고 현지 언론에게 질타를 맞았다. 번리전 부진으로 인해 이적설까지 나돌던 박지성은 최근 맨유가 공식적으로 재계약 의사를 밝히면서 한시름을 덜게 되었다.

본디 박지성은 화려한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흔들기보다는 활동량을 바탕으로 빈 공간을 침투해 들어가는 능력이 좋은 선수다. 패스를 즐기기보다는 자신이 직접 공간으로 들어가 볼을 받는 것이 편하고 그 편이 더 위력적이라는 이야기다. 활동량을 바탕으로 수비 가담능력도 좋기 때문에 팀으로서는 활용도가 높다. 박지성이 맨유의 클래스가 아니었다면 퍼거슨 감독과 맨유 프런트가 바보가 아닌 이상 5년간 데리고 있으면서 꾸준히 경기에 출장시킬 이유가 없다. 비록 번리전에서 부진했지만 번리 구장의 잔디상태 덕분에 번리 원정이 지옥의 원정이라는 점은 에버튼도 패하면서 드러났다.

다행히도 경쟁자인 나니와 발렌시아 등이 고만고만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도 박지성에게 매우 유리하게 작용한다. 나니는 여전히 날카로운 슛팅과 돌파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동료와의 협력 플레이가 부족하고 발렌시아도 오른쪽 돌파는 위협적이지만 왼발 사용이 취약한 점과 돌파 패턴이 단조롭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공격력이 좋은 나니와 발렌시아 이 둘을 조합하기보단 수비력과 공간 창출력이 좋은 박지성과 공격적 재능이 뛰어난 나니나 발렌시아 중 한 명을 조합하는 편이 팀 밸런스를 맞추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퍼거슨 감독의 성향상 강팀과의 경기에는 여지없이 박지성을 투입해 팀 밸런스를 중시했다. 그리고 확정되진 않았지만 최근 나도는 4년 계약설은 맨유라는 클럽의 그간 행보를 생각해 볼 때 매우 괜찮은 조건이며 박지성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해주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박지성은 결정적인 상황에서 팀의 승리에 일조할 수 있는 기질을 가진 선수다. 30일 일요일 새벽 1시(한국시각) 시즌 초반 화끈한 화력으로 이름에 걸맞는 플레이를 펼치는 '포병군단' 아스널과의 경기에서 박지성은 최근의 뿌연 미래를 확연히 떨쳐버릴 수 있을 것이다. 

기회가 주어져야 뭘 어떻게 해볼텐데… 설기현&조원희는 '먹구름'

그나마 박지성의 경우에는 설기현과 조원희에 비하면 나은 수준이다. 09/10시즌이 개막한 지 3R가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설기현과 조원희는 각 소속팀 감독의 구상에서 완전히 배제된 듯 출장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주전 경쟁은 일단 경기에 나와 뭔가를 보여줘야만 기존 선수와의 비교가 성립되는 것이기에 설기현과 조원희는 그저 지금 속 타는 가슴을 붙잡고 있을 뿐이다.

선수 초창기 오른쪽 윙백으로 뛰다 이제 완전히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을 완료한 조원희는 위건에서 헨드리 토마스에 밀려 마르티네스 감독의 눈에 들지 못하고 있다. 애스턴 빌라전에서 후반 종료직전 잠깐 출전한 것 이외에는 교체 명단에조차 들지 못하는 중이다. 확고한 주전을 보장받고 있는 헨드리 토마스는 커녕 같은 교체멤버인 벤 왓슨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악재다.

다행인 것은 헨드리 토마스와 호르디 고메스가 나선 리그 3경기에서 6실점이라는 대량실점으로 수비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조원희는 토마스나 고메스만큼 공격 전개를 잘 풀어나갈 수 있는 능력은 없지만 수비력은 적어도 비교 우위에 있어 조원희는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하면서 컵대회 등을 통해 기회가 주어질 때 자신의 장기인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어필해야만 지금의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설기현은 이적 시장이 끝나기 전에 다른 팀을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완전히 호지슨 감독의 계획에 없는 것으로 판단되는 설기현은 풀럼의 프리시즌 5경기에 전부 출장하고, 유로파 리그 3차예선에서 골을 넣는 등 앞날에 청신호가 켜지는 듯 했지만, 시즌 개막 후 풀럼의 4경기 동안 개막전인 포츠머스전에서 후반 43분 교체 출전 이외에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EPL 4인방 중 설기현의 입지가 가장 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최근 풀럼이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데미언 더프를 영입한 데 이어 WBA의 조너선 그리닝까지 임대 영입을 통해 윙어진을 보강했고 이는 사실상 설기현에게 주전 자리가 없음을 알린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기존의 굳건한 주전 졸탄 게라에 이어 더프와 그리닝이라는 재능의 영입, 그리고 클린트 뎀프시의 날개 활용 등 사실상 설기현은 호지슨 감독의 선수단 구성에서 완전히 빠진 모습이다.

'막내'인 이청용을 제외하고 박지성과 설기현, 조원희의 '형님'들이 좋지 못한 출발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리그는 35R나 남았고 컵 대회등 많은 경기가 남아 있어 주전 경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의 여지는 충분히 남아 있다. 부디 시즌의 중반이 지났을 시점에는 이 기상도에 나온 4인 전원의 기상도가 '맑은 햇빛'으로 가득찰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관련 기사] ▶ EPL 정복에 나선 코리안리거의 도전

'볼튼' 이청용의 미래의 라이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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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프리미어리그의 '대한민국 4인방'ⓒ엑스포츠뉴스 DB 김금석, 남궁경상, 이상진 기자]



조형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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