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9.08.03 01:19 / 기사수정 2009.08.03 01:19
[엑스포츠뉴스=박진현 기자] [축구장에 놀러가다] K-리그 18R, 수원 삼성 대 FC 서울, 수원 빅버드, 19:30
푸른 함성으로 뒤덮인 수원 빅버드
이번 목적지는 수원의 빅버드다. 양 팀 서포터스들은 앞다퉈 부인하겠지만, K-리그 내 최대의 라이벌전인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경기가 펼쳐진다. 이틀 전 경기를 앞두고 양 팀 감독이 한 기자회견까지 다녀온 터라 어느 때보다 기대가 되는 경기다.
경기시작 2시간 30분 전에 사당역에 도착했지만 벌써 빅버드행 버스를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수원의 최근 성적 때문인지는 몰라도 올해는 비교적 쉽게(?) 빅버드까지 갈 수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두르길 잘했다.
빅버드 주변에는 이미 많은 관중이 슈퍼 매치를 기다리고 있다. 수원과 서울의 양 팀 서포터스는 일찌감치 각자의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고, 각종 언론사 기자들과 선수들의 지인, 비바 K-리그 촬영팀, 성남 일화 신태용 감독까지 많은 '축구인'들이 경기장을 찾아 경기시작 전부터 전운이 감돈다.
▲ 경기 전 이미 많은 관중이 빅버드를 찾았다.
경기시작 1시간 전. 양 팀 골키퍼가 차례로 경기장에 들어서면서부터 서포터스들의 환호와 야유가 동시에 쏟아진다. 벌써 장외경기는 시작이다. 수원의 홈경기장인 빅버드에는 과거 서울전에서 터뜨린 골 장면과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서울을 꺾고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장면을 전광판에 내보내며 경기장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경기시작 30분 전부터 이미 응원전은 시작되고, 그 큰 무대에 어울리게 최근 잉글랜드 웨스트브로미치에서 수원으로 복귀한 김두현의 입단 환영식이 간략하게 진행된다.
수원, 필승의 의지가 승리로 이끌다
드디어 킥오프. 수원과 서울은 3명의 수비수를 배치하고 수비시 측면 미드필더진을 밑으로 내리면서 수비에 보다 신경을 썼다. 수원은 산드로, 티아고, 에두로 이어지는 브라질 삼각편대를 공격에 내세웠고, 서울은 데얀과 이승렬에게 공격을 맡겼다.
▲ 초록 잔디와 푸른 유니폼, 붉은 유니폼의 조화는 보는 사람을 더욱 흥분시킨다.
양 팀은 전반부터 거친 몸싸움으로 상대를 압박했다. 수원은 '돌아온' 에두가 버티는 왼쪽을 주 공격루트로 삼았다. 최근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는 서울의 데얀은 좌우를 오가는 폭넓은 움직임으로 수원의 수비진을 괴롭혔다. 그러나 결정적인 기회를 잡지 못한 양 팀은 0대0으로 전반을 마쳐야 했다.
경기는 후반 들어 수원 쪽으로 기울었다. 후반 6분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얻은 프리킥 상황에서 김대의의 패스를 받은 안영학이 선제골의 터뜨렸다. 반면 서울은 전반에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데얀과 이승렬의 움직임이 둔해지면서 창끝이 무뎠다. 더군다나 이승렬과 김치곤을 빼고 투입된 정조국과 김승용의 활약이 미미해 오히려 수비에 허점을 드러내기에 이른다.
▲ 이날 선제골을 터뜨린 안영학. 인터뷰에 성실하게 응해 깊은 인상을 주었다.
결국, 후반 39분 김대의가 하프라인 부근에서 티아고를 향해서 길게 패스를 했고 티아고가 이것을 침착하게 골로 만들면서 이날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많은 축구팬의 이목을 집중시킨 한여름 밤의 90분간 혈투는 2대0 수원의 승리로 귀결되었다.
라이벌전에 빠져~봅시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수원과 서울, 서울과 수원의 경기는 K-리그 최대의 라이벌전이다.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K-리그 판 클래식 더비라느니, K-리그 최고의 흥행카드라느니, 또 최근에는 슈퍼 매치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해외축구를 '눈'으로 즐기는 팬들은 이를 두고 비웃는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있을까.
▲ 수원의 팬들이 라이벌전의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프로스포츠라는 것은 '돈'으로 굴러가는 시스템이다. 흥행이 되지 않으면 스폰서가 끊기고, 연고지가 이전되고, 선수가 팔려나가게 된다. 그리고 단순히 직사각형 그라운드 안에서의 경기만 가지고는 프로스포츠의 근간인 팬들을 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 리그, 경기에 대한 이야깃거리가 필요하고, 그 이야기가 그 경기의 재미를 증폭시키는 요소가 된다.
(몰론 양 팀의 서포터스들은 서로 라이벌 관계를 부정하겠지만) 국내 거대기업의 지원을 받고 있고, 내로라하는 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양 팀은 명실상부 K-리그 최대구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라이벌 구도는 양 팀뿐만 아니라 향후 K-리그 전체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수원과 서울, 서울과 수원의 경기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엘 클라시코 더비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 승리를 거둔 뒤 수원 선수들이 관중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 열정적인 선수들의 움직임과 90분 내내 펼쳐진 양 팀 서포터스의 응원전에 휩쓸려 냉정함을 찾고 경기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이번 수원과 서울의 경기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느꼈다. 축구를 좋아하길 정말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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