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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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야구장 난투극'에 상처입는 야구팬들

기사입력 2009.07.18 00:38 / 기사수정 2009.07.18 00:38

손현길 기자



▲ 열성적인 응원으로 유명한 부산 팬들. 그들의 정열적인 응원은 롯데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 넣어 준다.ⓒ사직구장

[엑스포츠뉴스=손현길 기자] "아주라! 아주라!"

이 소리는 부산의 홈구장인 사직구장에서 파울볼이나 홈런볼을 관중이 받게 되었을 때 들을 수 있는 소리다.

부산의 홈팬들이 파울볼이나 홈런볼을 경기장을 찾은 아이들에게 양보하라는 뜻이다. 롯데의 감독 로이스터가 "롯데는 최고의 팬을 가졌다"고 이야기 했을 만큼 열정적인 응원으로 선수들을 격려하는 부산 팬들의 아이들을 위한 배려가 느껴지는 재미난 모습이기도 하다.

 뜨거운 열정을 가진 만큼 부산 팬들의 응원 역시 뜨겁다. 신문지를 흔들며 부산 갈매기를 열창하는 모습이며 쓰레기 봉지를 머리에 달고 응원하는 모습은 이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른 팀의 팬들은 부산의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에 "부산스럽고 시끄럽다"고 시샘 섞인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면서 그들의 정열을 부러워한다.

그러나  지난 16일 부산에서 벌어진 한화와 롯데의 경기에서 있었던 사건으로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열정적인 응원을 펼친 부산 팬들과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사건의 발단은 한화의 연경흠의 홈런에서 시작됐다. 8회 초 롯데의 이정훈을 상대한 연경흠은 자신의 시즌 7호 솔로 홈런 아치를 그렸고, 이 홈런은 KBO 통산 2만 번째 홈런으로 기록됐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 있는 한국 프로야구의 2만 번째 홈런의 대기록이 쓰여 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사직 구장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 2만 번째 홈런의 주인공이 된 연경흠. 하지만, 그의 홈런볼은 사직 구장 사건의 발단이 되었다.ⓒ한화이글스 제공

같은 시각, 사직구장의 외야 응원석에서는 한화 연경흠이 기록한 2만 번째 홈런볼을 차지하기 위한 실랑이가 벌어졌다. 처음에는 가벼운 말다툼 정도로 끝나겠지 했던 다툼은 날아차기와 주먹이 오가는 주먹다짐으로 발전했고, 외야 응원석으로 모든 시선이 집중되기 시작했다.

홈런볼을 두고 치고받던 사람들의 옷은 찢겨 나갔고 경기장 분위기는 어수선해져 갔다. 2만 번째 홈런의 대기록의 현장이 순식간에 싸움터로 바뀐 것이다.

2만 번째 홈런볼. 분명 의미가 있는 공이다. 하지만, 생전 모르는 사람과 주먹다짐을 해서 쟁취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일까? 그 공을 두고 싸운 사람들은 단순히 야구를 광적으로 사랑한 나머지 KBO의 대기록이 담겨있는 2만 번째 공을 꼭 갖고 싶어 싸운 것일까. 설령 '집안의 가보로 물려주기 위해 그랬다'고 치더라도 결코 옳지 못한 행동이었다. 왜냐하면, 앞으로 2만 번쨰 연경흠의 홈런은 수치적인 기록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번 사건도 함께 기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야구장을 찾는 사람들은 무엇을 바라고 야구장에 오는 것일까?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가 경기하는 모습,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승리,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 경기장에서 함께 어우러지는 응원의 재미? 야구장을 찾는 목적은 다 다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야구 경기장을 찾는다는 것이다.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어찌 보면 신성시되어야 할 야구장에서 2만 번째 홈런볼을 두고 벌어진 이번 사건은 야구팬의 한 사람으로써 매우 안타깝기 그지없다. 더불어 이번 사건을 초석으로 삼아 더 이상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순수한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기를 바래본다.



손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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