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4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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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전, 우리 축구팬은 패하길 바란다?

기사입력 2005.08.06 11:18 / 기사수정 2005.08.06 11:18

김형준 기자
네티즌, "본프레레 어떻게든 떼놓자" 

"월드컵을 망치느니 차라리 이번 대회를 버리자". 동아시아연맹 축구대회 대회 남한과 북한의 남자부 경기를 관전한 한 팬이 한 축구커뮤니티에 올린 푸념이다. 이 커뮤니티에서 네티즌들은 "본프레레만 떨어져 나간다면 일본전 패해도 좋다"는 극언까지도 쉽게 뱉어내며 본프레레 경질을 강력히 바라기도 했다. 한 네티즌이  "그래도 일본전인데"라며 되물었지만 대답은 같았다. 이 모든 것이 바로 한국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요하네스 본프레레(이하 본프레레) 감독을 두고 내린 한마디였다. 

독일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  2차전에서 사우디 아라비아에 0-2 패배를 당한 뒤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본프레레 경질론'이 이번 동아시아 대회를 통해 다시 한번 강하게 일고있다. 최근 여러 포털사이트에서 실시한 한국 축구팬을 대상으로 한 "본프레레 경질론"에 대한 설문 조사결과 대부분의 설문에서 본프레레 감독의 경질을 찬성하는 비율이 80%를 거뜬히 넘겼으며,국내 프로, 실업팀 감독 등을 대상으로한 설문에서도 54%의 찬성결과를 얻으며 이젠 본프레레의 중도하차를 심각히 고려해야 할 시점임을 알리고 있다. 

테스트는 언제까지?

팬들은 우선 본프레레의 테스트는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고 지적한다. 갈수록 희망보다는 우려를 안겨주고, 발전이라고는 눈에 띄지않는 대표팀에 대한 테스트는 벌써 끝나야했다는 것. 물론 이번 대회에는 동아시아권 리그 이외의 선수들이 참가에 제한을 받는 대회이지만, 주전급 선수들은 대체로 지난 아시아 지역예선에 참가한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위와 같은 조건은 타 팀에게도 동일하게 주어진 조건이었기에  이번 대회 부진의 핑계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상대선수 3명이 퇴장당했는데도 불구하고 졸전끝에 중국과 1:1 무승부를 기록한 첫 경기에서 본프레레 감독이 보여준 수많은 전술 운용능력 부재는 단연 비난의 화살이 몰렸다. 상대가 시도하는 '잠그기'에 수비형 미드필더 둘을 세우며 응수했고, 후반 시작과 동시에 펼친 '4톱(정경호-이동국-김진용-이천수)시스템, 그리고 '상식 이하'의 김두현 투입 시기 등 많은 지적을 받았다. 팬들은 점점 선수들 테스트 보다 이전에 감독의 전술 운용능력 테스트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패배=선수탓?

경기후 인터뷰 공식이 되어 버린  "이기면 내 탓, 지면 선수 탓"도 도마위에 올랐다. 팬들은 실제로 본프레레의 사전에 '자기 반성'이란 없었던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졸전 뒤 열린 본프레레 감독의 인터뷰에서도 한결같이 "선수탓"이 빠지지 않았다. 이와 동시에 자기 반성이나 전술에서의 실수 고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졸전 뒤에는 항상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가능성을 보였다"며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제시한다는 것.  

물론 감독이 패배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짊어 질 필요는 없다. 유럽의 경우 경기 후 인터뷰에서 감독은, 그날 경기에 대한 선수들 개개인의 실수나 옳지 않은 플레이 등에 대해 조목조목 짚어가며 속내를 드러내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감독들의 이러한 관습은 선수-감독간의 불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본프레레의 경우처럼, "젊은 선수들의 경험 부족 탓" 혹은 "선수들이 긴장 탓"등  앞으로의 발전에 전혀 도움되지않을 뿐만 아니라 불분명한 선수탓은 자칫 신뢰성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근본은 '축구협회의 우기기?'

축구협회도 비난의 예외는 아니었다. 탁상 공론 끝에 영입한 감독이 경질론에 시달릴 때마다 '한번만 더, 한번만 더'를 외치며 직접 나서 감싸주었던 축구협회는 최근 "교체시기 놓쳤다"는 말로 감싸기용 발언을 바꿨다. 이미 11개월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을 앞두고 어떻게 다시한번 감독 교체를 강행할 수 있느냐는 입장이다.

축구협회 기술위원회의 강신우 위원도 최근 출연한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본프레레 감독 경질론에 대해 "시기상 부적절"하다는 부분과 더불어 "한국 팬들은 히딩크 감독에게도 프랑스와의 평가전 이전까지 신뢰를 주지 않았다"며 '본프레레 유임'쪽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이 내용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박 또한 거셌다. 시기상 문제에 대해서는 교체된 감독의 경우가 "아무리 나빠봐야 지금보다 나쁠수는 없다"는 반박, 그리고 히딩크와의 비교에 대해서는  "히딩크는 자신만의 철학과 계획이 뚜렸했지만, 본프레레는 특징도 전혀 없고 계획도 그때 그때 말이 바뀐다"며 히딩크 감독의 때와는 분명 차이가 있음을 드러냈다. 

이미 김호, 신문선등의 축구 전문가들은 본프레레 감독의 능력에 의구심을 감추지 않았고, 축구협회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팬들은 지금이라도 협회가 객관적이고 단호한 재평가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는 7일 대구에서 열리는 동아시아대회 한일전은 광복 6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오랜만에 벌어지는 라이벌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축구팬의 "한일전 패배를 원한다"는 발언은 현재 축구계가 안고 있는 처절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김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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