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미국 로스앤젤레스, 한만성 기자]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이하 레이커스)의 지난 시즌 NBA 챔피언 등극으로 래리 오브라이언 트로피가 7년만에 ‘별들의 도시’로 돌아왔다.
지난 시즌 레이커스의 우승은 필 잭슨 감독과 코비 브라이언트의 ‘마지막 표효’가 될 수도, 혹은 명가 레이커스의 또 다른 ‘천하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레이커스의 현재 행보에 전 세계 농구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레이커스는 지난 15일(이하 한국시간) NBA 파이널 5차전에서 올랜도 매직을 99-86으로 격파하고 2008-09 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18일에는 로스앤젤레스 시내 한복판에서 우승 퍼레이드를 실시한 이후 10만 명을 수용하는 LA 컬리시엄을 가득 메운 팬들 앞에서 축하연을 펼치며 7년만에 찾아온 환희의 시간을 자축했다.
그러나 이제 기쁨의 순간은 뒤로 하고 현실을 직시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7년이라는 짧지도 않지만 길지도 않았던 침묵의 시간에 마침표를 찍은 레이커스이지만, 우승이라는 환희 솎에 존재하는 그들의 현재 위치는 두 갈래의 갈림길 앞 종착역이다.
# 절대적 필수조건 – 브라이언트를 사수하라!
일단은 올 여름 기존 선수들과 재계약을 맺는 것이 미치 컵책 레이커스 단장에게 주어진가장 큰 과제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총 일곱 명에 육박하는 팀 로스터의 절반 가량의 선수들이 자유 계약으로 풀렸기 때문이다.
그 중에는 ‘프랜차이즈 스타’ 브라이언트를 포함해 레이커스의 우승에 크게 공헌한 트레버 아리자와 라마 오돔 역시 포함되어 있다. 쉽게 말해 레이커스가 자신들이 원하는대로 ‘천하시대’를 열어 나가기 위해서는, 로스터 보강을 노리기 보다는 기존 선수들을 지켜내는 것이 필수적이다.
일단 다행인 것은 브라이언트와의 재계약을 벌써부터 가시화되고 있는 현재 상황이다. 브라이언트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자유롭게 타 팀과 계약이 가능한 무제한 자유 계약 선수(unrestricted FA)로 풀린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 옵션을 쥐고 있는 준 자유 계약 선수가 됐다.
따라서 브라이언트의 잔류 의사만 있다면, 레이커스는 그가 타 팀과 협상을 벌이기도 전에 그를 잔류시킬 수 있다. 또한, 이미 브라이언트도 우승 이후가진 축하행사에서 “내가 집을 두고 갈 곳은 없다”며 타 팀 이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레이커스는 실제로도 브라이언트와 재계약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미국 스포츠 언론 ‘ESPN’은 브라이언트가 이적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으며, 조만간 레이커스가 이미 제시한 조건에 합의해 3년 계약 연장을 체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 브라이언트 잡아도 할 일이 태산
그러나 컵책 단장의 올 여름 과제는 브라이언트의 잔류가 확정적이라는 가정을 내린다해도 여전히 완성형과는 거리가 멀다. 아리자와 오돔의 재계약 여부는 브라이언트와의 그것과는 달리 아직 가시화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레이커스가 우승을 차지한 지난 시즌, 오돔과 아리자가 팀에서 차지한 비중은 브라이언트에 못지 않을 정도로 절대적이었다. 브라이언트가 레이커스의 심장과 영혼이었다면, 이 둘은 각자의 활약으로 그 심장을 뛰게 했고 영혼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레이커스 가 이 두 선수를 모두 잡기 위해서 헤쳐가야 할 걸림돌은 한둘이 아니다. 우선 두 선수는 브라이언트와 같은 조건이 달린 자유 계약이 아닌 무제한 자유 계약 선수가 된다. 또한, 레이커스의 다음 시즌 선수 연봉 총 지출액은 두 선수의 재계약 체결 가능성을 배제한다 해도 약 7,500만 달러를 뛰어 넘는다.
이 액수는 NBA 샐러리캡이 허용하는 한정액(약 5,500만 달러)의 1.5배에 가까운 수치. 따라서 레이커스는 두 명의 주축 선수를 잃게되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사치세(luxury tax)를 면할 수 없는 불리한 재정적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나 구단과 두 선수 모두가 재계약에 대한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컵책 단장은 비교적 무리한 액수의 돈을 투자하게 되더라도 현재 전력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 재정적 희생 없이는 전력 유지도 없다
여기서 문제점은 레이커스가 두 선수에게 재계약 조건으로 지난 시즌 각각 지급한 연봉과 같은 액수의 돈을 제시해서는 계약을 성사시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제리 버스 구단주가 컵책 단장에게 사치세를 지불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고 해도, 전 세계가 경제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그가 아무런 제약을 두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단, 레이커스는 최악의 상황에도 두 선수 중 한 명은 반드시 잡겠다는 계획이다. 그렇다면 두 선수 중 한 명을 선택해기 위한 저울질이 불가피하다.
[사진] 아리자의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활약상.
스몰포워드 아리자는 운동 신경이 뛰어날 뿐 아니라 외곽 수비 능력이 탁월하다. 상대방의 주득점원을 방어하는 그의 수비력은 레이커스가 결승까지 가는 과정을 포함해 결승 4,5차전 당시 올랜도 원정에서의 승리를 가능케 한 원동력이었다.
레이커스에게는 아리자의 나이가 24세에 불과한 사실 역시매력적이다. 그가 레이커스로 이적한 이후 최근 두 시즌 동안 보인 성장 속도 역시 충분한 투자 가치를 지니고 있다. 레이커스의 짐 클레몬스 코치는 지역 일간지 ‘LA 타임스’를 통해 “아리자는 미래 올스타로 성장할 잠재력을 지닌 선수”라며 아리자의 가능성에 절대적인 신임을 드러냈다.
반면, 오돔은칠색조를 연상케 하는 변화무쌍한 활약으로 레이커스의 선수층을 홀로 두텁게 했다. 그는 스몰포워드-파워포워드-센터를 모두 커버하는 다재다능함으로 레이커스의 우승을 이끌었다. 아리자가 레이커스의 증폭기 역할을 했다면, 오돔은 팀이 필요한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안정 장치와 같았다.
[사진] 오돔의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활약상. 그의 취약점으로 꼽히던 3점슛 성공률이 놀라울 정도로 정확해진 점이 눈에 띈다.
레이커스는 믿었던 벤치 멤버 조던 파마, 사샤 부야치치 등이 지난 시즌 부진을 했지만, ‘식스맨’으로 보직 변경을 감행한 오돔의 다방면적의 활약으로 챔피언 자리에 등극할 수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오돔은 레이커스가 ‘전문 3점슈터’ 블라디미르 라드마노비치, 부야치치 등의 부재로 전술상 제약을 받게되자플레이오프 내내 50% 이상의 3점슛 성공률을 자랑하는 놀라운 슛 정확도로 잭슨 감독이 추구하는 ‘삼각형 공격’ 전술의 숨통을 트이게 했다.
다만, 레이커스가 선뜻 고액의 재계약을 제시하기에는 어느덧 30대에 접어든오돔의 나이가 조금 부담스럽다. 가뜩이나 선수 생활의 상당 부분을 부상과 씨름해야 했던 오돔이다. 그러나 아리자와는 달리 오돔에게는 레이커스의 베테랑 브라이언트나 데릭 피셔에 버금가는 플레이오프 경험이 있다. ‘천하시대’를 꿈꾸는 레이커스에게 절대적 필요 조건임이 분명하다.
[2편에서 계속] ☞ [NBA 리포트] '챔피언' 레이커스,주축 선수들 재계약 여부는? (下)
[사진 = NBA 공식 홈페이지]
한만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