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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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규의 클리닝타임] LG 페타지니의 '이 남자가 사는 법'

기사입력 2009.07.02 02:53 / 기사수정 2009.07.02 02:53

박형규 기자



[엑스포츠뉴스=박형규 기자]
용병제도가 프로야구계에 연착륙한 이후 유난히 용병 복이 없었던 팀이 있다. 바로 LG 트윈스다. 다른 팀들은 프로야구계에 족적을 남길만한,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만한 알짜배기 용병들이 많았으나 LG는 상대적으로 용병의 활약이 미비했다.

하지만, 최근 LG에도 준수한 활약으로 팀의 활력을 불어넣었던 용병이 있었고, 현재도 존재하고 있다. 얼마 전 아쉽게도 한국을 떠난 바 있는 LG 팬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한국형 용병' 크리스 옥스프링이 전자이고 지난해 혜성같이 등장하여 '총체적 위기'에 빠진 LG에 힘을 불어 넣어줬던 로베르토 페타지니가 후자다.

특히, 페타지니는 호쾌한 타격으로 그 가능성을 인정받아 올 시즌에도 계약에 성공하며 LG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맹활약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많은 나이와 '영양가' 논란에 휩싸이며 주위에서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현재 최고의 활약으로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거포로 거듭나게 됐다.

페타지니는 도루와 안타를 제외한 타격 전 부문에서 이름을 올려놓고 있을 정도로 '10점 만점에 10점'의 활약으로 LG 타선을 이끌고 있다. 7월 1일 롯데전의 20호 홈런으로 히어로즈의 클리프 브룸바(23개)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고 0.349로 타격 4위, 64타점으로 타점 부문 선두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7월 1일의 20호 홈런은 개인적으로나, 팀으로나 매우 의미 있는 홈런이었다. 극도로 당겨치는 타격으로 인해 페타지니가 타석에 들어서면 모든 팀이 그의 특성에 맞는 수비 쉬프트로 페타지니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극단적으로 모든 수비수들이 우측 방향으로 옮기는 것은 물론이고 페타지니의 발이 느린 탓에 2루수는 거의 우익수 앞에 위치할 정도로 뒤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실제로 '페타지니 쉬프트'로 인해 수많은 안타가 아웃카운트로 둔갑하고 있다. 페타지니의 느린발 탓에 2루수는 우익수 앞쪽에서 공을 잡기만 해도 손쉽게 1루로 송구하여 아웃카운트를 늘리고 있다. 그러한 탓에 페타지니는 종종 비어있는 3루 쪽을 향해 번트를 대기도 하는 등 스스로 자구책을 세우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렇게 복잡한 마음가짐으로는 좋은 타격을 할 수가 없다. 4월, 5월 승승장구했던 페타지니였지만 6월 들어 페이스가 떨어지며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페타지니 답게 수비 쉬프트를 잊고 자신의 타격감을 찾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그러한 찰나 나온 7월 1일 롯데전의 1회 좌월 3점 홈런은 매우 의미가 컸다.

자신이 당겨치기만 하는 타자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듯 1스트라이크 3볼의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바깥쪽 직구를 그대로 결대로 밀어쳐 홈런을 만들어냈다. 요즘 좌월 홈런과 좌전안타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는 것을 보면 스스로 자신의 약점을 개선하여 극복해 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페타지니의 20호 홈런은 LG에 있어서도 의미가 있는 홈런이었다. 1999년 이후 10년 만에 나온 20호 홈런 타자를 배출했기 때문이다. 1999년 이병규가 30개의 홈런, 김재현이 21개의 홈런을 때려낸 이후 그간 20호 홈런을 때려낸 타자가 없었다. 그만큼 LG는 '슬러거의 부재'라는 묵은 숙제를 항상 가슴에 품어와야만 했다. 페타지니가 20호 홈런을 때려냄으로써 그 오랜 숙원을 풀어 줄 '페타신'이 왕림한 것이다.

과연, 페타지니는 자신에게 집중된 상대팀의 견제와 위기에 빠진 팀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활약을 펼칠 수 있을까? 서서히 무더위가 급습하고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위기이자 곧 기회다. 앞으로 페타지니가 어떤 모습을 보일까 지켜보는 것도 한국 프로야구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다.

[관련 기사] ▶ 두 용병이 쏘아 올린 의미 있는 홈런

[사진=(C) 로베르토 페타지니 (LG 트윈스 공식 홈페이지 제공)]



박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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