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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컨페드컵 우승 근접과 실패 원인

기사입력 2009.06.30 15:42 / 기사수정 2009.06.30 15:42

강대호 기자

[엑스포츠뉴스=강대호 기자] 6월 28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엘리스파크경기장(62,567명 수용규모)에서 열린 2009 대륙간컵 결승 브라질(5위)과 미국(14위)의 경기는 후반에만 3골을 넣은 브라질의 3-2 승리로 막을 내렸다. 브라질은 유효 슛 13-4, 점유율 59%-41%의 우위를 점했다.

준결승에서 에스파냐(1위)에 2-0으로 완승한 미국은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을 상대로 선제 2골을 성공, 정상 등극을 눈앞에 뒀으나 후반 무너지며 2위에 머물렀다. 미국의 대륙간컵 2위는 1930년 월드컵 3위를 넘는 국제축구연맹(FIFA) 주최 성인대표팀 세계대회 최고성적이다.

1. 힘과 힘의 맞대결에서 승리하다.

준결승에서 에스파냐를 꺾은 미국, 축구의 대명사인 브라질 모두 상대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이는 양팀 모두 경기 초반부터 수비를 전진하여 맞불을 놓은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은 10분 미드필더/공격수 8-클린트 뎀시(풀럼FC, 만 26세), 27분 랜던 도노번(LA갤럭시, 만 27세)이 잇달아 골을 넣었다. 미국 득점 시간대에 해당하는 0-15분, 16-30분의 선수 배치를 보면 양팀은 공격에 나선 상대 선수 2-3명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수비를 전진하여 정면으로 충돌했다.

점유율과 유효 슛, 패스정확도의 우열을 떠나 브라질을 상대로 힘과 힘의 맞대결을 펼쳐 2골을 선제했다는 것은 미국이 세계 14위의 자격이 충분함을 입증하고도 남는다. 미국은 2000년 이후 북중미선수권 3회 우승(2002, 2005, 2007)과 2002년 월드컵 준준결승의 실적을 냈음에도 과소평가를 받았다.

2. 자만인가, 불가항력인가?

세계 1위 에스파냐에 이어 브라질마저 격파하는 것이 현실이 됐기 때문일까? 2골을 넣고 나서도 미국의 선수 전진배치는 여전했다. 그러나 후반에 내리 허용한 3골, 그리고 유효 슛과 점유율의 열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는 실패였다.

브라질은 46분과 74분 공격수 9-루이스 파비아누(세비야CF, 만 28세), 84분 수비수 3-루시우(바이에른 뮌헨, 만 31세)가 골을 넣어 경기를 뒤집었다. 실점 시간대 미국의 수비는 전반과 대동소이한 전진 상태였다. 게다가 공격은 이전보다 상대 문전에 더 근접한 곳에 있다.

수비의 전진은 전반과 다를 것이 없는 상황에서 공격만 상대 문전 가까이 있게 되면 필연적으로 공수간격이 넓어진다. 수비·공격의 전진과 상관없이 강팀을 상대로 선전하려면 좁은 공수간격이 필수로 여겨지는 현대축구와 상반되는 부분이다.

에스파냐전에서 미국 감독 밥 브래들리(만 51세)는 2골을 넣고서 수비진을 뒤로 물렸다. 수비뿐 아니라 공격도 후진하여 공수간격을 유지했고 우위를 지킨 미국은 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결승에서 브래들리는 전반 2골을 넣었음에도 후반 수비 위치는 그대로였고 공격 전진 때문에 공수간격이 벌어지고 만다.

브래들리가 수비의 전진을 유지하고 공격마저 상대 문전 근처에 배치한 의도는 무엇일까? 에스파냐·브라질에 연승을 거두고 미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성인 세계대회 정상에 등극하는 쾌거가 눈앞에 있던 탓에 판단력이 흐려져 자만한 것일까?

그러나 공수간격을 고의로 넓히는 감독이 현대축구에 과연 몇이나 될지를 생각한다면 전술적인 의도가 아니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공격수가 전진한 수비와 거리를 좁게 유지하려면 수비를 위해 내려왔다가 공격 시에는 올라가는 일을 반복해야 하는데 이는 상당한 체력이 필요하다.

후반 눈에 띄게 전진한 공격수 9-찰리 데이비스(함마르뷔IF, 만 23세)는 결승전에서 선발로 나와 교체 없이 이동거리 9837미터(분당 109.3미터)를 기록했다. 준결승에서 69분을 뛰면서 기록한 이동거리는 7957미터(분당 115.31미터)였다. 데이비스의 결승전 체력이 준결승보다 부족했던 것이다.

이는 브라질 공격이 그만큼 매서웠기 때문일 수도, 혹은 단지 개인적인 기복일 수도 있다. 어쨌든 데이비스의 체력저하가 공수간격 유지 실패의 원인이라면 브래들리는 전술적인 자만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6월 21일 이집트(40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득점한 데이비스를 믿고 교체하지 않은 것은 결과적으로 실패였다.

3. 기술 열세, 그래도 희망은 있다.

결승에서 미국의 패스성공은 198회로 브라질 479회의 41%에 불과했다. 시도 337회는 브라질 608회의 55% 수준이었으며 정확도는 59%로 브라질의 79%와 견주기 초라했다.

브라질을 상대로 2골을 선제하는 기염을 토했고 공수간격이 유지됐다면 후반에 과연 3골이나 실점했을까라는 가정을 해봄 직한 것도 사실이지만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의 기술적인 역량에 압도당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짧은 패스 통계다. 미국의 57회 성공은 브라질 82회의 70%, 시도 79회는 브라질 103회의 77%로 전체 패스 기록의 격차와 비교하면 양호하다. 미국의 짧은 패스 정확도는 72%로 브라질 80%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4. 체력 우세

미국은 결승전에서 팀원 이동거리 합계 109,736미터로 브라질 104,838미터의 105%를 기록했다. 1인당 이동거리는 7,838미터로 브라질 8,064미터의 97% 수준이었지만 이는 브라질이 교체 한도 3인을 다 쓰지 않고 2명만을 투입한 영향이 크다.

준결승전 에스파냐, 결승전 브라질을 상대로 체력 우위를 점한 것은 긍정적이다. 다만, 브라질전 후반의 공수간격 유지 실패는 미국이 세계 10강 혹은 5강 수준의 탁월한 팀을 상대하려면 체력의 효율적인 안배도 중요하다는 교훈을 줬다.

참고: 이 글은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과 현지시각을 반영했다.

[사진 (C) 2009 대륙간컵 공식홈페이지]



강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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