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촬영하는 동안 눈물을 자주 흘렸단다. 배우 진기주는 '이리와 안아줘'의 지난 장면을 곱씹으며 종종 여운에 젖었다.
진기주에게 MBC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첫 주연작이었고 현실에서 경험하기 힘든, 복합적인 감정을 쏟아부었다. 극중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에 의해 부모를 잃고 힘들어하는 낙원, 그리고 톱스타 한재이를 연기했다. 어린 시절 첫사랑과의 기억과 가슴 아픈 사연을 동시에 간직한 역할을 무난히 소화하며 첫 주연작의 부담을 극복했다. 그는 “낙원이가 존경스럽다”는 말로 캐릭터에 애정을 드러냈다.
“낙원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존경스러워요. 제가 낙원이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데 보통 힘든 감정이 아니더라고요. 그 감정과 풍파를 다 겪으면서도 씩씩하게 살아요. 드라마에서는 가상 인물이니까 그럴 수 있겠다 하는데 직접 경험하고 나니 어떤 사람이어야 이겨낼 수 있고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했어요. 존경스러웠죠. 그 와중에도 할 말은 다 하는 친구여서 멋있었어요.”
진기주는 2014년 제23회 슈퍼모델 선발대회에서 입상한 것을 계기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다. 드라마 ‘두 번째 스무살’, ‘퐁당퐁당 러브’, ‘한 번 더 해피엔딩’, ‘미스티’, ‘이리와 안아줘’, 영화 ‘리틀 포레스트’ 등에 출연, 짧은 시간 내 주연의 자리까지 올랐다.
“일단은 좋고 아직도 신기해요. 주변 친구들도 신기해하고 저도 마찬가지에요. 아직은 어렵기도 해요. 진심을 담아 연기했고 진심으로 낙원의 마음을 느낀 것 같은데, 진심만으로 과연 되는 걸까 하는 의구심과 고민이 생겼거든요. 이제는 스킬이 필요한 건가라는 생각도요. 일단 지금은 얼른 작품을 또 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아무래도 작품을 하나하나 할 때마다 알게 모르게 쌓이는 내공이 있거든요. 경험치가 쌓여야 현장에서 갑작스럽게 대응할 때 당황을 덜 하거나 여유 있게 할 수 있더라고요.”
작품 종영 후 근황을 물으니 “아무것도 안 한다. 집밖에 잘 안 나가는 성향”이라고 답했다. 가끔 외출하면 알아보는 이들이 많아졌다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엄마가 장보러 나가면 같이 따라다니고 같이 정리하고 드라마와 영화 보는 것 외에 하는 게 없어요. 나가면 많이 알아봐 주더라고요. 분명히 마스크를 썼는데 옆에 엄마가 눈치를 채요. 사람들이 자꾸 쳐다보고 옆에 있는 엄마를 보면서 웃는대요. (웃음) 예전보다 많이 알아보는구나 싶어요.”
배우가 되기 전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1989년생인 그는 컴퓨터 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 SDS에 취업했다. 강원민방 G1에서 방송 기자 생활을 하기도 했다. 진기주는 “삼성SDS에 다닌 동기 오빠들이 드라마가 나오면 챙겨봐 준다”고 이야기했다.
“10년, 20년, 30년 평생 즐겁게 하고 싶은 걸 찾고 싶었어요. 배우가 내 길이었으면 좋겠어요. 연기는 오래 할 것 같고 오래 하고 싶고요. 이 직업은 선택받는 입장이니 계속하고 싶은 게 목표에요. 오디션에 붙고 찾아줘야 이뤄지는 일이니 계속할 수 있다는 게 뭔가 목표가 됐어요. ‘연기해도 돼’라고 허락받는 느낌이에요.”
다양한 경험을 거쳐 배우의 길에 들어섰고 차근차근 인정받고 있다. 그런 진기주의 목표는 긍정적인 느낌이 드는 배우가 되는 거다.
“낙원이가 그랬어요. 모든 캐릭터에게 빛이 되는 존재라고 해야 하나. 나무(장기용 분)에게든 무원(윤종훈) 오빠에게든 긍정 효과를 줬어요. 저도 그런 느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얘 이거 하네, 반갑네’ 라는 느낌으로 채널을 돌리다가 한 번쯤 멈춰서 봐주는 사람이 많았으면 해요. 영화를 할 때도 찾으러 와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고요. 장르는 공포물 빼고는 다 좋아요. 공포 영화는 잘 못 보거든요. 잘 못보는 것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걱정이 돼요. (웃음) 이번에 멜로의 매력을 느껴서 멜로도 하고 싶어요.”
khj3330@xportsnews.com / 사진= 김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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