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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펜딩 챔피언을 무너뜨린 바르셀로나의 노련함

기사입력 2009.05.28 16:52 / 기사수정 2009.05.28 16:52

박진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진현 기자]
한국시간으로 28일 새벽 3시 45분 이탈리아 로마에서 펼쳐진 08/09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챔피언 FC 바르셀로나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2대0으로 누르고 '빅이어'를 들어올렸다. 어느 때보다 축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세기의 대결은 바르셀로나의 완승으로 끝이 났다.

바르셀로나는 전반 시작과 동시에 맨체스터의 크리스티아노 호나우도에게 여러 차례 슈팅기회를 내주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지만 사무엘 에투가 전반 10분 선취골을 터뜨린 뒤 안정을 되찾아 경기 내내 맨체스터를 제압했다. 그리고 후반 25분 바르셀로나의 ‘신성’ 리오넬 메시가 헤딩 쐐기골을 작렬시키며 우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최종 선발 라인업에서 알 수 있듯이 기존에 챔피언스리그 원정경기에서 보여주었던 선 수비 후 역습 전술로 나섰다. 퍼거슨 감독은 루니와 박지성에게 측면에서 보다 수비적인 임무를 부여하고 호나우도의 화력에 의존하는 전략을 펼쳤다. 이 반면 과르디올라 감독은 수비라인에 공백이 있어 약간의 조정이 있었지만, 기존 공격라인을 그대로 유지하며 경기전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본래의 공격적인 전술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예상과 다르게 경기양상은 경기시작과 동시에 맨체스터 쪽으로 기울었다. 맨체스터는 호나우도의 날카로운 킥력을 앞세워 번번이 바르셀로나 진영을 위협했다. 하지만, 여기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전반 10분 별다른 공격기회를 갖지 못하던 에투가 오른쪽 측면에서 이니에스타의 패스를 이어받아 비디치를 가볍게 무너뜨리고 한 템포 빠른 슈팅으로 맨체스터의 골망을 흔들었다.   

선취골 이후 경기양상은 완전히 뒤집혔다. 바르셀로나는 간결한 패스로 차근히 맨체스터의 진영을 공략했고, 끌려가고 있던 맨체스터는 공격할 기회도 없이 바르셀로나의 공격을 차단하기에 급급했다. 맨체스터의 선수들은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는지 어이없는 잔실수와 패스미스를 범해 공격전개에 어려움을 겪었다.

맨체스터의 퍼거슨 감독은 전반전에 미드필드의 긱스와 캐릭, 안데르손 조합이 바르셀로나에게 완전히 점령당하자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안데르손을 빼고 테베즈를 넣는 첫 번째 실수(?)를 범한다. 미드필드 장악에 실패함에 따라 스콜스의 조기 투입을 예상했던 것을 뒤집은 선택이었다. 물론 경기 전 선수 컨디션이나 전술에 따라 선수교체가 달라질 수 있겠으나 후반 30분 긱스 대신 스콜스를 투입시킨 것으로 보아 퍼거슨 감독이 무리수를 둔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후반전 들어서도 승부의 무게 추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흔히 유럽축구는 영국축구와 대륙축구로 나누어진다고 한다. 영국 특유의 롱볼을 이용한 경기운영이 여타 유럽국가의 전술과 다르다는 것이다. 이번 경기에서 맨체스터 역시 호나우도와 루니를 겨냥한 롱볼을 주로 활용했으나 호나우도는 초반부터 오버 페이스로 인해 움직임이 급격히 떨어졌고, 루니는 컨디션이 이전만 못했다. 이는 퍼거슨 감독이 원했던 전술을 피치에서 펼칠 수 없었던 또 하나의 원인이 되었다.

그리고 후반 21분 마음이 급해진 퍼거슨 감독은 급기야 박지성을 빼고 베르바토프를 넣으며 흔히 '마법'이라고 불리는 역전극을 기대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마법은 그 효과가 희소하기에 마법이라고 불리는 법. '마법사'의 대명사라고 불리는 히딩크 감독 역시 이러한 도전으로 인해 씁쓸함을 여러 번 맛보았다. 04/05시즌 챔피언스리그 1차전 AC 밀란과의 경기에서 0대 1로 끌려가고 있던 에인트호벤의 히딩크 감독은 공격수들을 투입하며 추격의지를 보였으나 토마손에게 추가골을 얻어맞아 2차전에서 3대 1로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원정 다득점 원칙으로 인해 결승행이 좌절되었다.

또한, 프리미어리그 50경기 무패행진을 눈앞에 두고 있던 아스날의 아르센 벵거 감독은 팀이 0대1로 뒤지고 있을 때 무리하게 공격전술을 감행해 맨체스터의 루니에게 추가골을 허용하며 무패행진을 마감한 바가 있다.

이번 경기에서도 최종엔트리에 들어있던 공격수 네 명을 투입하는 퍼거슨 감독의 결단은 결국 가슴 아픈 실패로 돌아갔다. 무리한 공격수의 투입은 공수간의 거리를 넓게 만들었고 바르셀로나에 공격할 수 있는 공간을 노출했다. 그리고 후반 25분 바르셀로나에 역습의 기회가 찾아왔고, 마침내 메시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확정짓는 쐐기골을 작렬시켰다.

그리고 이후 '1년차' 과르디올라 감독의 경기운영이 더욱 빛났다. 물론 쐐기골이 나오기 전에 교체의 움직임이 있었으나 두 번째 골이 터진 뒤 얼마 전 부상에서 회복한 앙리 대신에 케이타를 투입하며 공수에 안정감을 보탰다. 그리고 무리하게 공격을 시도하기보다 짧은 패스와 적절한 드리블로 경기템포를 늦추며 경기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바르셀로나의 페이스대로 경기를 끌어갔다.

결국, 올 시즌 '별들의 전쟁'은 다소 아이러니하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의 노련함이 퍼거슨 감독의 패기를 눌러 스페인의 바르셀로나가 평정하며 막을 내렸다. 디펜딩 챔피언인 맨체스터는 2년 연속 챔피언스리그 제패에 실패했고, 바르셀로나는 세 시즌 만에 왕좌를 탈환하며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에서 ‘바르셀로나의 시대’를 알렸다.

▶ '트레블' 바르셀로나의 시대


바르사 전술의 승리…수비라인의 재정비 

바르사, '제로톱'으로 맨유를 누르다



박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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