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3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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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문제?] 애초에 K-리그로 승격시킨다는 생각이 모순

기사입력 2009.05.26 15:13 / 기사수정 2009.05.26 15:13

전성호 기자


[스카이박스] 2부리그. 프로축구의 풀리지 않는 숙제

'2부 리그 창설', 즉 디비전(Division) 시스템이란 주제는 언제나 축구팬들의 뜨거운 감자였다.

승강제를 갖춘 디비전 시스템은 프로축구의 경기력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으로써 다수의 우수한 선수를 공급받을 수 있게 하는 필요충분조건이다. 잘 다져진 하부구조는 선수의 발굴, 육성을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경기 내적인 장점 외에 축구인들의 취업 기회와 축구 관련 산업 종사자의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려 축구 자체가 하나의 산업으로 기능 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K-리그는 2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아시아 최장수 프로축구리그다. 그러나 후발주자인 일본과 중국 프로리그에도 존재하는 승강제의 부재는 K-리그의 내외부적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어왔다. 우선 승강제로 인한 피 말리는 생존 경쟁이 없으면서 K-리그는 가장 큰 흥행 요소 중 하나를 잃어버렸다. 또한, 승강제의 부재는 선수들의 승부의식 약화와 AFC 등의 대외적인 리그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국면을 타개하고자 과거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은 실업 축구리그인 N-리그와 K-리그를 연관시키는 승강제를 도입하려는 시도를 했다. 많은 이들은 이것이 미봉책이란 걸 알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제도의 도입이 이뤄져 차츰 개선과 발전으로 나아가길 기대했다.

그러나 목마르다고 바닷물을 마시면 더 갈증이 나고 언 발에 오줌을 누면 더 얼어붙어 버리는 법. 2006년과 2007년 N-리그 챔피언을 차지했던 고양KB와 울산 미포조선이 결국 차례로 승격을 거부하면서 한국프로축구 최초의 승격제도는 상처만을 남긴 채 완벽한 실패로 끝나버렸다.

애초에 내셔널리그의 팀을 K-리그로 승격시키겠다는 생각 자체가 모순이었다. 혹자들은 N-리그를 마치 한국 프로축구의 2부리그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정확히 말하면 현재 한국 프로축구에 2부리그는 없다. N-리그는 어디까지나 실업 축구, 즉 아마추어일 뿐이다.

다시 말해 N-리그는 프로팀을 구성하기에 여력이 닿지 않거나 관심이 없는 기업, 혹은 시도 단위 지자체가 조직한 팀들로 이루어진 리그다. 이들에겐 K-리그에 올라갈 이유나 의지가 없다. 있다 하더라도 현실의 벽이 너무 크다. K-리그 클럽의 평균 1년 예산이 100억 원 내외인 데 반해 N-리그 클럽의 평균 예산은 2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 그들에게 우승을 하면 K-리그로 올려주겠다는 것은 사실 당연히 거부할 만한 일이었다. 이처럼 승강제는 말처럼 간단히 시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한축구협회는 당초 준비기간을 거쳐 빠르면 2010년에 2부 리그를 창설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그러나 목표가 반년 앞으로 다가온 현재까지도 2부 리그를 위한 구체적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때문에 축구팬들의 불안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2부 리그 창설을 위한 기본 전제

2부 리그가 성립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현실적으로 2부 리그 팀의 승격이 가능하고 1부 리그 팀이 강등되더라도 팀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의 마련이다. 이를 위해선 프로축구의 전체 파이를 키워 시장성을 넓히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1) - 전체 파이를 키워라

올해 강원FC가 생겨났고 내후년에 상무팀 이전이 잘 해결되어 광주FC까지 창단이 된다면 2011년부터 K-리그는 16개 팀으로 짜이는 리그가 된다. 현재 한국프로축구시장에서 이 정도 팀 숫자는 이상적이다.

즉, 이제 더 이상 K-리그에 신규 가입자는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프로축구의 판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프로 2부리그를 통해 잠재적 수요를 현실화시키는 것이다. 현재 N-리그에서 프로화의 의지가 있는 구단은 울산 현대미포조선, 노원 험멜, 안산 할렐루야 등 3팀에 불과하다. 그 외에 현실적으로 더 이상 기업형 구단의 형태로 프로축구시장에 진입할 구단이 나올 가능성은 없다.

따라서 추가적인 프로축구클럽의 공급은 전적으로 시민구단의 형태에서 찾아야 한다. 축구클럽이 지역 발전에 미칠 파급효과는 크다. 고용창출을 통해 지역 경제에 이바지 함은 물론 시민들에게 건전한 여가문화까지 선사해 줄 수 있다.

그동안 프로스포츠는 대도시에서만 즐길 수 있던 문화였다. 이 점을 프로축구 2부 리그의 시작점으로 역이용할 수 있다. J리그 역시 대도시 위주의 프로야구와는 달리 중소도시를 효과적으로 공략해 성공할 수 있었다. 또한 우리나라의 많은 중소도시는 종합운동장은 가지고 있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애물단지로만 여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가지 재정적 혜택을 통해 중소도시의 시민구단이 2부리그에 참여하는 것을 K-리그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쉽게 해주는 것은 어떨까. 프로축구에 대한 팬들의 관심을 가장 잘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은 팬들과의 접점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즉, 2부 리그의 정착과 활성화를 위해서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엄두를 내지 못하는 중소도시의 시민구단 창단을 장려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한가지 예로 현재 N-리그와 K-리그 사이의 이적에선 이적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하부 리그 클럽에게 적지 않은 재정적 타격이 될 수 있다. 따라서 2부 리그가 출범하게 되면 1부 리그 클럽과 2부 리그 클럽 사이의 이적료를 발생토록 해 2부 리그 클럽이 유망주 및 잠재성 있는 외국인 선수를 육성하여 1부 리그 클럽에 높은 이적료를 받고 이적시키는 방법 등을 가능케 해줘야 한다. 

이렇게 하여 중소도시로 하여금 그다지 어렵지 않게 자신들의 팀을 만들어 프로축구를 즐길 수 있으며, 또 그들에게 승강제를 통해 K-리그에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을 주게 되면 2부 리그 참가팀을 최소 8팀에서 10팀 정도 확보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는 현 제도하에서 시민 구단이 승격제를 통해 K-리그에 진입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2) K-리그 진입장벽을 낮춰라

현재 K-리그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가입금 10억 원에 축구발전기금 30억 원을 내야 한다. 만약 서울에 팀을 만들고 싶다면 '서울월드컵경기장 건축 부담금' 75억 원도 내야 한다. 기존의 150억 원 중 FC서울이 2004년 연고이전 당시 절반을 내고 남은 이 금액은 서울월드컵 경기장 대신 잠실 종합운동장을 홈으로 쓰겠다고 해도 마찬가지로 부담해야 한다.

K-리그 클럽 대부분이 적게는 30억에서 많게는 100억 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누가 가입비만 40억에서 115억 원에 기반 시설 및 선수 수급 등 창단비용까지 더하면 100억 원에서 200억 원이 드는 K-리그 시장에 쉽사리 들어올 수 있을까?

2006년 승격제를 실시할 당시 승격 팀에겐 10억의 가입비와 30억의 축구발전기금을 절반 정도로 감해주겠다고 했지만, 앞서 얘기했듯이 원치 않는 적자의 바다로 뛰어들면서 그런 큰돈을 내기란 쉽지 않다. 중소도시에 기반을 둔 2부 리그 클럽에겐 더더욱 힘든 일이다. 1부로 갈 수 없다면 2부 리그의 매력 역시 크게 반감되어 신규 시장 진입자의 의지를 꺾게 된다.

따라서 프로축구의 전체 판을 키우기 위한 승강제와 2부 리그의 도입을 위해선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이제부터는 K-리그에 곧바로 창단하는 것 대신 신생팀은 모두 2부 리그 혹은 하부 리그에서 출발하게 하되, 이들이 승강제를 통한 K-리그 진출 시 이에 대한 진입 장벽을 없애주는 것이 필요하다.

앞에서도 밝혔듯이 현재 K-리그는 향후 창단될 광주FC까지 감안하면 16개 구단을 갖게 돼 이상적인 구단 숫자를 갖고 있다. 즉, 이제 더 이상 거액의 축구발전기금을 받으며 K-리그에 신규 가입자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축구발전기금 30억 원의 유래는 95년 K-리그에 수원 삼성이 창단될 당시 기존의 팀들이 리그 발전 및 시장 형성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던 자리에 신생팀이 뒤늦게 편입하여 '무임승차'를 하려 한다는 지적에서 나온 금액이었다. 철저하게 기존 시장 진입자를 보호하는 측면이 강했다. 그러나 이제 변화의 시기가 온 것만은 분명하다.

유럽의 경우, 축구 산업이 그 위치를 확고히 하고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기 시작한 시점은 리그의 규모가 급작스럽게 팽창한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잉글랜드 리그 역시 결성 초기에 신규 진입 희망 구단에게 여러 가지 특전을 베풀며 전체 파이를 키웠다.

이제 K-리그도 대승적 차원에서 적은 비용을 투자하고도 1부 리그에 편입하는 혜택을 베풀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신생구단의 '무임승차'에 대한 기존 구단들의 억울함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를 반드시 신생 가입팀의 부담을 통해 풀 필요는 없다. 리그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수익을 낼 수 있을 때, 이에 대한 배당률을 기존 구단에 유리하게 차등화시키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혹은 기존의 K-리그 16개 구단에 들어가는 팀이 강등될 경우엔 1회에 한해 축구발전기금에 상회하는 금액을 지원금으로 돌려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짧게는 10여 년에서 길게는 25년 이상 K-리그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구단들의 노고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K-리그가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서는 기득권이라 할만한 기존의 팀들의 결단 역시 필요하다. 승강제가 프로축구의 판을 키울 수 있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줄 수 있다면 강등의 두려움 때문에 언제까지나 외면하기만 해선 안 될 문제다. 몰락의 길을 걷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90년대 초반 24개 팀에서 20개 팀으로 줄이는 출혈을 감당하며 시장 개혁에 성공, 화려하게 부활했던 것을 K-리그는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이처럼 K-리그의 문턱을 낮추고 2부리그를 가치있게 만든다면 당장 N-리그와 K3리그에서도 자연스레 지원자가 생길 것이다.  또한, 시청 단위 축구단을 가진 각 도시들이 이를 시민 프로구단으로서 전환하는 것에 더욱 적극적으로 될 수 있다. 국가에서 벤처 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듯이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도 N-리그나 K3리그에 팀을 창단하는 것을 장려해 주어야 한다.

지자체의 출자나 시민 주식 공모를 통해 모은 자금만으로도 충분히 창단을 시도해 볼 만하게 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현재 N-리그 창단 비용은 3억 원의 가입금을 비롯해 2~30억 원이 필요한데, 이 정도의 현실화된 비용이 2부 리그에서도 가능해진다면 2부 혹은 그 하부 리그에 중소 도시 클럽의 창단을 유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이들이 1부 리그에 올라오게 되면 그에 따른 파격적인 재정적 지원을 통해 1부에서도 뛰고자 하는 의욕을 가질 수 있게 해줘야 한다.

(3) 강등에 따른 부담을 낮춰라

강등당하는 팀을 위한 제도 역시 필요하다. 강등당하는 팀은 1부 리그에 누려오던 많은 것을 잃게 된다. 특히 모기업의 후원에 의해 운영되는 기업형 구단이 많은 K-리그의 현 상태에서 2부리그로 추락하는 상황은 기업 홍보 효과의 반감에서 오는 비효율성이 너무나 커서 기업형 구단 운영에 대한 의지를 꺾게 할 수도 있다.

따라서 5년 혹은 10년간의 과도기를 설정해 강등된 팀에게는 상당 금액의 손실보전금액을 원조해주거나 2부리그에서의 첫 해 제반 비용에 대한 혜택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형 구단이 강등될 경우 첫 시즌에는 자연스럽게 모기업으로부터의 운영지원금이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해 구단이 갑자기 존재 이유나 의욕을 상실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시민형 구단일 경우에도 이런 원조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과도기 동안 그 돈은 어디서 충당할 수 있을까? 해법은 바로 수원 창단 이후 K-리그에 진입한 팀들이 냈던 '축구발전기금'이다. 이 거액의 축구발전기금 적립금을 하부리그 정착에 쓴다면 이것만큼 그 명칭과 잘 어울리는 사용이 어디 있겠는가? 물론 이를 위해서는 연간 700억 이상의 예산을 집행하는 대한축구협회의 원조와 적극적인 자세 역시 필수적이다.

만약 모기업이 구단운영의지를 스스로 버린다면 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지자체와의 협조 가운데 시민구단으로서의 전환을 도와주는 것 역시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이런 방식은 프로축구 시장의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을 유도해내고, 프로축구가 점차 연고지에 파고드는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승강제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팀 해체까지 선언하며 으름장을 놀 기업형 구단도 분명히 존재할 수 있다. 그들에겐 강력한 페널티를 부여할 수도 있어야 한다. 승강제를 받아들이지 않고 팀을 버리겠다는 것은 축구팬들이 끔찍이도 싫어하는 연고이전 행위와 다를 바가 전혀 없다. 이에 대한 프로축구연맹의 과감한 결단은 필수적이다.

(4) 서울의 진입 장벽을 낮추자

인구의 1/4, 천만 명이 모여 사는 서울에서 열리는 프로축구의 경기 숫자를 늘려야만 한다. 잉글랜드의 런던만 하더라도 무려 13개의 프로팀이 존재하며 국내 프로야구 역시 그 어떤 주에도 서울에서 경기가 열리지 않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서울 연고지 팀으로 FC서울 한 팀밖에 보유하지 못한 프로축구는 격주, 심할 때는 3주에 한번 경기가 열린다.

이미 K3리그에 진입한 서울 유나이티드를 비롯해 서울의 각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구단이 여러 팀 창단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FC서울은 사실상 홈구장이 위치한 서울 북서부 지역을 주요 마케팅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남의 잠실을 홈으로 사용하는 서울 유나이티드에게 프로리그 진입 장벽을 낮춰 프로 2부리그로 들어올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생각해 볼 만한 문제다.

여기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앞서 얘기했던 서울 입성금 75억 원. 기존의 FC서울이 이를 납부했기에 이를 그대로 면제시켜주는 것이 어렵다면, 이에 대해서는 향후 서울에 창단될 중소 클럽을 4~5개로 잡고 목동종합운동장과 효창운동장 등을 홈으로 사용하는 팀까지 창단을 유도하여 이들이 이를 분담하여 장기 분할 납부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이렇게 1부와 2부가 함께 시장을 키워나가고 승강제가 자리 잡아갈 때 자연스럽게 프로축구산업에 대한 수요가 생기고 K3리그, 더 나아가 K4리그까지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외에도 2부 리그 창설에는 수 많은 현실적 어려움이 뒤따르고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 세리에 A,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도 한 때 위기와 시련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뼈를 깎는 고통과 개혁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리그로 다시 거듭날 수 있었다.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 역시 여러 환경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결단력과 추진력을 가지고 한국 프로축구에 2부 리그 출범을 시작으로 새 바람을 몰고 올 수 있다면, 한국 축구에 새 지평이 열릴 것이란 점은 너무도 명백하다.  

[전성호의 스카이박스] 대한민국 축구를 가장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전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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