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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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천 막둥이 이요한, "올스타? 우리는 [인천] 입니다."

기사입력 2005.07.02 09:33 / 기사수정 2005.07.02 09:33

이수영 기자



(인천 유나이티드 이요한 선수. 
훈련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 사진(c) 이수영 기자)


눅눅한 장마비가 그친 후텁지근한 오후. 주말 홈경기를 앞두고 홈구장인 문학 경기장에서 훈련을 마친 인천 선수들의 푸른색 유니폼이 금세 땀에 젖는다.

"한번만 더 미끄러지면 우승의 환희는 없다."

10라운드까지 치뤄진 프로축구 전기리그에서 지금껏 고수해온 1위자리를 내주었고 단 한번의 패배는 곧 우승의 환희에서 멀어지는 현실이라는 것을 인식하듯, 분위기는 평소보다 무거웠다. 

우승을 향한 분수령이 될 전북전을 앞두고 필승을 위한 절치부심이 당연한 가운데, 훈련을 마치고 귀에 꽂았던 이어폰을 벗으며 생긋 웃는 앳된 얼굴. 

기자를 향해 "오랜만이에요."라며 꾸벅 고개를 숙이는 그는 19세 이하 청소년 대표의 붙박이 수비수. 그리고 인천의 막둥이, 이요한이다.

스무살 막내의 눈을 통해 본 인천 유나이티드. 그가 말하는 인천의 저력을 들어보자.

부산vs광주, 너무 뻔한 결과. "생각만해도 속쓰리죠 뭐."

지난 10라운드에서 부산과 광주의 일전으로 순위가 바뀌었는데 관심있게 봤을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한숨부터 폭 쉰다.

"누가 이길지 너무 뻔하잖아요, 솔직히. 생각만해도 속쓰렸어요." 

3:2의 역전극이 벌어진 부산vs광주전. 그는 '마치 짜고 하는 경기' 같았다라는 과감한 한마디를 덧붙이며 아쉽게 1위자리를 내준 안타까움을 대신했다. 

"그래도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잖아요. 내일 전북전부터 시작해서 다시 뛸거에요. 지켜봐주세요!"


(지난 25일 vs 서울 전 종료 직후. 2:2 힘겨운 무승부로 그라운드에 누워버린 선수들 - 사진(c) 이수영 기자)

"인천의 힘? 뛰어난 조직력과 훌륭한 감독님 덕분이죠."

전기리그가 마무리 되고있는 시점, 예상치 못한 인천의 돌풍은 굉장했다. 정규 시즌 9경기를 치루는 동안 5승 3무 1패. 특히 올 컵대회부터 10경기째 이어지고 있는 홈경기 불패 기록은 창단 2년째 이룬 가장 큰 수확이다. 

"우리 인천이요? 무엇보다 팀원들의 단합이 정말 끝내줘요. 아마 K리그 구단들 중에서 우리처럼 잘 뭉치는 구단은 없을거에요." 

인천-이라는 팀의 이름이 나오자 그의 목소리에 좀 더 힘이 실렸다. 시즌 초반의 예상을 뒤엎고 줄곧 리그 상위권을 유지하고있는 비결을 묻자 팀의 막내인 그가 준 해답은 [단합된 조직력]과 장외룡 감독의 [뛰어난 지도력]이었다. 

"사실 개개인의 기량이나 유명세를 봤을때 우리 팀이 다른 구단에 비해서 떨어지는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누구보다 서로를 믿고 하나로 뭉칠수 있는 힘이 있거든요. 그리고 단합된 우리 팀을 이끌어 주시는 장외룡 감독님의 지도력이 오늘의 인천을 만든것 같아요."

우문에 현답이라고 할까. 열한명의 선수가 유기적으로 짜여져 [골]이라는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과정. 그리고 열한명의 색깔을 적절히 배합하는 사령탑의 능력까지, 그가 말한 비결은 좋은 팀-을 만드는 정석이었다.

 
(인천 사령탑 장외룡 감독 - 사진(c) 이수영 기자)


(인천의 독수리 4형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라돈치치, 이정수, 노종건, 이요한 선수 
- 사진(c) 이수영 기자)


후배를 착실히 이끌어주는 선배들. "우리 착한 형들이에요."

85년생. 동갑내기 이근호 선수와 함께 팀의 막둥이인 그는 팀 동료들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정말정말 착한 형들.]

"오히려 막내라서 형들이 더 많이 챙겨주는거 같아요. 정말 작은거 하나라도 서로서로 챙겨주고 이끌어주고. 선배로서 보여주는 그런 모습은 정말 배우고 싶어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정말정말 착한 형들이에요."

선후배간에 엄격한 격식보다 후배들을 챙기고 이끌어주는게 더 익숙한 사람들. 인천의 조직력에는 이런 [선한 마음]이 밑바탕으로 깔려있는 것일까. 막내는 다가오는 후기리그에는 최근 세르비아에서 돌아온 김치우와 부상에서 회복된 라돈치치까지 합세해 더 탄탄한 팀으로 거듭날거라는 당당한 각오도 잊지 않았다.

"치우형은 당장 전기리그에는 좀 무리겠지만 후기리그에는 충분히 기량을 보일 수 있을듯 하고, 라돈치치는 거의 부상에서 회복됐어요. 아마 빠르면 수요일 대전 경기부터라도 보실 수 있을거에요."


(인천 유나이티드 - 사진(c) 이수영 기자)

올스타 없어도, "우리는 [인천] 입니다!!!"

최근 시작된 올스타전 팬투표에서 인천의 성적이 신통치 않다. 대표팀에서 활약하는 선수도 없고 특별히 눈에 띄는 스타 플레이어도 없는 인천. 팬투표에서 밀리는게 속상하지 않느냐는 조금 짖궂은 질문에 이요한 선수는 정색을 한다.

"그건 당연한거죠. 솔직히 우리 팀에 스타 플레이어가 없는건 사실이잖아요. 팬투표라는건 사람들이 많이 기억하는 선수를 뽑는거고 올스타전이라는 자체가 하나의 이벤트니까요. 그런거에 연연하기 보다는 한 팀으로서. [인천]이라는 팀을 위해 뛰고 싶어요. 아마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일거에요."

정작 지난 수원컵에서 청소년 대표 주장을 맡아 우승을 이끌고 대회 MVP까지 차지한 본인이 올스타 후보에도 오르지 못한것이 섭섭하지는 않냐는 물음에 그저 멋적게 웃는다.

"개인적인 욕심이야 있죠. 하지만 지금은 팀을 먼저 생각해야 할때 같아요. 또 앞으로 기회도 많을거구요."



그라운드에는 스타가 필요하고 팬들은 그 스타에 열광한다. 하지만 운동장을 찾은 관중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에 충실한 스타는 과연 얼마나 될지. 적어도 홈경기를 찾은 관중들에게 패배의 쓴맛을 안기지 않는 진짜 "스타"들. 스무살 막둥이의 눈을 통해 잠시나마 만나본 인천의 저력은 화려하지 않지만 은은하게 빛나는 "별무리"에 있었다.






이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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